열쇠 없는 꿈을 꾸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12월

츠지무라 미즈키가 드디어 나오키상을 수상했구나 싶었습니다. 그간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소소하지만 세심하게 포착해내는 능력이 탁월하구나 감탄을 했었는데 말이지요. 국내의 문학상만큼이나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는 나오키상 수상작가로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 즐비합니다. 평소 눈여겨 보던 작가가 큰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팬의 입장에서 반갑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무슨무슨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솔깃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왕왕 있긴하지만 수상작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게되니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도 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게 되겠지요.

보통 단편집은 수록된 작품 중의 한 편의 제목을 표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수록된 작품의 제목과는 별개의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열쇠없는 꿈을 꾸다.... '열쇠가 없다'는 말에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담함이 느껴지는데 이어지는 '꿈을 꾸다'라는 말에서는 희망이 엿보입니다. 아니면 출구가 없는 희망을 갖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나타내는걸까요... 책 제목이 가진 의미는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음미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책에는 범죄와 관련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도둑이 등장하는 <니시노 마을의 도둑>, 방화범이 등장하는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 도망자의 비밀이 드러나는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 살인자가 등장하는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 유괴범(?)이 등장하는 <기미모토 가의 유괴>까지 다섯 편의 작품이 범죄의 향기를 물씬 풍깁니다. 그 중에서 책의 제목과 가장 닮았다고 느낀 작품은 <세리바 대학의 꿈과 살인>이었습니다. 꿈을 꾸고 꿈 속에 살아가는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열쇠없는 꿈을 꾸다'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답게 사람이 세심한 심리를 잘 잡아낸 작품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스쳐 지나갈만한 마음을 콕 잡아내어 글로 풀어내는 그녀의 솜씨가 반짝입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절망의 나락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출구없는 현실이지만 소박한 꿈을 꾸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계절의 선물

계절의 선물
문인영 지음 / 북하우스엔 / 2012년 12월

얼마전부터 요리하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부엌에서 조물락 조물락 꼼지락 꼼지락 하다보면 몇 가지 반찬이, 국이, 밥이 만들어지고 예쁜 그릇에 담아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그 재미가 이렇게 크다는걸 알게됐습니다. 정성스레 레몬을 닦아서 얇게 썰어 예쁜 유리병에 켜켜이 꿀과 함께 재워놓고 며칠이 지나면 맛있는 레몬차를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예쁜 유리병에 켜켜이 담은 노란 레몬은 고운 리본을 매달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에 딱 알맞습니다. 레몬을 씻고 썰고 병에 담고 잘 익어가길 바라는 그 시간동안의 마음과 정성이 오롯이 담겨있는 이런 선물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행복하게 만드는 선물입니다.

아직은 요리에 서툴기에 선물할 수 있는 요리란게 레몬차 뿐이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다보면 선물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지겠지요. 다양한 것들을 선물하고 싶던 차에 <계절의 선물>이란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4계절에 맞춰 선물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봄의 상큼함을 담은 딸기 롤케이크, 여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쌈밥과 별미 장아찌, 가을 햇밤으로 만드는 밤만주, 추운 겨울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맛보는 시나몬 롤.... 정성이 담뿍 담긴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쉬운점은 요리 보다는 베이킹과 디저트 종류가 많다는 점인데 '선물'이란걸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어른들이 좋아하실, 아이들이 좋아할, 친구가 좋아할 다양한 요리들도 선보여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 책에 담겨있는 다양한 선물들이 지금 보기에는 막연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어려운 일처럼 보여도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보면 제대로 완성할 수 있듯이 한가지씩 차근차근 따라하다보면 나만의 선물 목록이 늘어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손님들이 우리집을 나설때는 빈 손이 아니라 조그만 선물을 들고 가실 수 있겠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 건강한 것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계절의 선물>을 통해서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지난 가을 저장해두었던 밤으로 밤만주를 만들어 드려야겠습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

이지 드로잉 노트 : 사람 그리기 ㅣ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8월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 시간을 좋아하는 반면에 미술 실력은 영 저조했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으로 무언가를 빚거나 석고를 조각하는 그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졸업 후 유화를 배우고 싶어 미술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유화와는 잘 맞지 않아 그만두었고 수채화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실천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영 없으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는게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조카들 그림 잘 그리라고 책을 사주면서, 또 그림 그리고 싶은 내 열망을 조금 덜어내면서 책을 들쳐보면서 익숙했던 김충원 선생님의 책이라 이번에도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사람 그리기' 편이라니 기초적인 테크닉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이 책으로 사람그리는 방법을 배워서 간단하게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그림, 특히 다이어리나 편지 속에 간단하게 그리는 그림들을 보면 그리기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막상 내가 그리면 엉뚱한 그림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대체 왜 그러는걸까요... 그 답을 이 책속에서 어렴풋하게 찾아냈습니다. 잘 그려야 한다는 욕심, 이 그림처럼 멋지게 그려야 한다는 욕심... 그것이 나만의 그림을 망치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책 속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떤 도형이든 점 두 개와 선 하나를 그으면 얼굴이 된다." 머리를 뎅하고 맞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어렵다는 생각을 버려야겠습니다. 책에서 시키는대로 여러가지 도형을 그리고 점 두개, 선 하나를 그어 다양한 얼굴을 만들어 보고, 다양한 표정도 만들어보고, 귀와 머리카락도 그려넣어 얼굴을 완성해봤습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시키는대로 따라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림에 빠지게 됩니다.

오랜만에 그림 그리는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웠습니다. 고민스러운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언가 집중할 것이 있으면 좋은데 그림을 통해서 그런 어려운 일들을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면 행복해집니다. 잘 그려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내가 편하게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뤄두었던 수채화 배우기도 실천에 옮겨야겠습니다.

너의 마음이 궁금해

너의 마음이 궁금해 - 한국 최초 애니멀커뮤니케이터에게 배우는 동물 교감법
박민철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너의 마음이 궁금해.... "

정말 하루에 몇 번씩이나 되뇌게 되는 말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는 말일겁니다. 무언가 나에게 원하는게 있는것 같은데 정확히 알아챌 수 없을때면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는걸 알아채주지 못하니 반려동물은 또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몇 해전 열여덟해를 함께한 반려견 뽀삐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많이 슬펐습니다. 워낙 노령이라서 마음의 준비는 조금씩 하고 있었지만 떠나보내는 마음은 정말 힘겨웠습니다. 아파하는 녀석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니 답답했습니다. 그럴때 마음을 읽는, 대화를 나누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좀 더 편하게 보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섯 살 된 반려견 금순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 녀석의 마음이 궁금한 순간 역시 많습니다.

'왜 끙끙거리니.. 왜 짖니... 왜 화장실을 들여다보고 있니... 왜 밥을 안먹는거니... 산책가는게 좋은거니 싫은거니... 지금 무서운거니..'

정말 금순이의 마음이 무언지 알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 금순이는 '언니, 도대체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거야...' 하고 답답해하겠지요.

방송에서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서 동물의 언어를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고 폭풍 눈물을 흘렸더랬습니다. 사람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했던 그동안의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동물의 마음을 읽는 방법이 정말 있구나 놀랍기도 했습니다. 이 책 <너의 마음이 궁금해>도 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잘 읽어보자는 마음에 만나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반려견이 원하는것의 상당부분을 알아채고 있었습니다. 간식이 먹고 싶다거나, 목이 마른데 물이 없다거나,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뒷처리를 해달라거나, 가족들의 자동차가 집앞에 와 있다거나... 내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었던건 함께 살아온 세월의 힘도 있겠지만 '관심'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알고 싶다는 관심을 갖다보니 조금씩 알게되는게 아닐까요.

반려동물을 쉽게 데려와서 쉽게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있어 요즘 버려지는 동물이 많다던데 그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을까요. 동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 사이에도 소통하기가 어려운데 대화를 할 수 없는 반려동물과의 소통은 더 어렵겠지요.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일겁니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우리 금순이의 마음을 읽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 0-10세 아이 엄마들의 필독서 ㅣ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무한 / 2012년 8월

아직 아이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 교육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수많은 육아서를 읽으면서 아이를 키운다는건 쉽고도 어려운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함께 놀고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를 나누면 내 아이는 행복한 아이로 쑥쑥 클것만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답니다. 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부모마다 다 다를겁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수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헤매고 다니나 봅니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읽으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육아 방법에 대해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어주는 책이었습니다. 하은맘의 표현을 빌자면 '책육아'가 그 답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책육아'였습니다.

'책육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은맘은 어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해줍니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시키는 것이고, 다른것에 한 눈 팔지 말고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거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엄마표 영어를 영어 못하는 엄마가 겁먹지 않고 잘 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일상에서 현명한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던져줍니다. 하은맘의 모든 이야기가 정답일수는 없겠지만 하은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하은맘은 사교육 없이도, 특별한 교구 없이도 하은이를 예의 바르고 똑똑하고 현명한 아이로 키웠습니다. 하은맘이 특별히 성격이 좋고 인내심이 많고 시간과 돈이 많아서 그런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합니다. 보통의 엄마도 하은맘처럼 아이를 행복하고 현명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줍니다.

하은맘이 전하는 이야기는 조금은 거칠고 거침이 없지만 그 속에 수많은 아이 엄마들을 향한 애정과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내가 제대로 서포트 해주지 못해 내 아이를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하고 고민하고 좌절하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위로해줍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확신을 갖게 만들어 줬습니다. 내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가 행복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게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하은맘의 이야기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