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오는것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나의 완소 작가인 오소희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데이트를 앞둔 설렘처럼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를 읽기 전 오소희 작가에 대한 감상은 '세 돌 된 아들과 단 둘이 터키 여행을 했다니 용감무쌍한 엄마구나...'하는 단순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그만 흠뻑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나 아이를 대하는 마음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글은 어찌나 재미있게 쓰는지....
터키, 라오스,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에는 90일에 걸쳐 남미를 여행했다고 합니다. 물론, 오소희 작가의 마스코트인 JB도 함께 했지요. 이번에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을지, 그동안 JB는 또 얼마나 자랐을지,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려줄지, 책을 읽다말고 혼자 킥킥 거리게 만들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지 터져버릴 풍선처럼 부푼 기대를 안고 그들의 남미 여행에 끼어들었습니다.
페루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에서 다시 볼리비아를 거쳐 칠레에서 마무리된 남미 여행기 중에서 첫번째 책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에는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까지의 여행이 담겨 있습니다. 페루의 마추픽추, 볼리비아의 아마존, 브라질의 이구아수, 콜롬비아의 보고타 등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고 듣는것도 즐겁지만 JB에게 들려주는 각 나라의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페루의 잉카 문명, 볼리비아의 에보 대통령, 브라질의 독립과 룰라 대통령 등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열 살 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내가 좋은 여행 에세이와 그렇지 않은 여행 에세이를 나누는 기준은 그 책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얼마나 책 속에 잘 녹여내는가 입니다. 오소희 작가의 책들을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중 하나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언제나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인 그녀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양한 가치 기준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편협하게 보고 살았던게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그동안 오소희 작가의 책들을 만날때마다 감탄하게 되는것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것은 JB의 말과 행동입니다. 세 돌이었을때도 그랬고 열 살이 된 이 책 속에서도 그렇고 어쩌면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감동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엄마의 세상을 보는 눈을 보고 배워 사랑하면서, 사랑 받으면서 자라서 그렇구나 짐작해봅니다. 나도 JB처럼 맑고 순순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집니다. 그러려면 매일 매일 조금씩 마음에서 욕심을 덜어내야겠습니다.
남미 여행 두 번째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얼른.....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