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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아침에 눈을 뜨는 하루 하루가 고통인 그런 날들이 있습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시험을 치러야 했던 학창시절의 어떤 날들이 그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던 날들이 그랬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했던 날들이 그랬습니다. 고작 며칠 그런 날들을 겪는데도 무척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 가야하는 매일 매일이 그런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라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이 책의 주인공 다치가와 숀은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겉표지에 '절망'이라는 글자를 가득 채워 써넣은 노트에 자신의 심정을 매일매일 적어가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존 레논을 우상으로 삼고 모든것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아빠, 경제적으로 빈곤한 남편 때문에 억척스럽게 일하는 엄마에게 숀은 자신의 힘든 학교 생활을 의논할 수 없었습니다.
숀은 고레나가 패거리에게 놀이를 빙자한 일방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결국은 억지로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돈을 훔치는 일까지 하게 됩니다. 매일매일이 괴로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하고 자신은 죽을 용기도 없다고 자학하기에 이릅니다. 그런 절망적인 날들을 보내던 어느날 숀은 '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신'에게 자신을 괴롭히는 고레나가 패거리를 죽여달라고 거듭해서 빕니다. 고레나가 패거리 중의 한 명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급기야 고레나가는 학교 옥상에서 추락해 숨지고 맙니다.
숀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향하기도 했지만 숀의 알리바이는 완벽합니다. 숀의 절망 노트를 몰래 읽었던 여학생은 고레나가의 죽음에 대해 숀을 추궁하는데 그 여학생도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듣고 모든 일을 해결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는 숀....
과연 숀의 기도를 신이 들어준걸까요, 진짜 이런 사고들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우타노 쇼고의 미스터리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반전 미스터리로 널리 알려진 '벚꽃지는 계절에 그댈 그리워하네' 였습니다. 끝까지 읽고나서는 책장을 덮지 못하고 다시 책의 앞부분부터 뒤적거리게 만드는 놀라운 책이었습니다. 그 후로 밀실살인게임 시리즈와 수많은 책들을 접하면서 우타노 쇼고의 책이라면 읽어도 좋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번 책도 우타노 쇼고 답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중간쯤 문득 이런 트릭이 아닐까 생각했던게 그대로 맞아떨어져서 좀 아쉽긴 했지만 말이지요. 미스터리의 맛은 뒷통수를 맞는 반전도 있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타노 쇼고의 이번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인간의 마음이란게 어디까지 선할 수 있고, 어디까지 악할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