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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 아름다운 멜로디 뒤에 가리어진 반전 스토리
이민희 지음 / 팜파스 / 2013년 1월
평점 :
음악이란 참 신기합니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던 시절의 기억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들으면 괜시리 마음이 시려왔던 사춘기 시절이, 김건모의 '당신만이'를 들으면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이, 웅산의 'yesterday'를 들으면 파랗게 시렸던 겨울 바다가,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들으면 혼자 터덜터덜 걸었던 대학교 교정이,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서툴지만 내 손을 잡고 노래를 불러줬던 한강 둔치가 떠오릅니다. 수많은 음악과 수많은 기억이 조합을 이루어 나만의 음악이 되어버립니다.
음악은 이렇게 제멋대로 모습을 바꿉니다. 처음 그 음악을 만든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만의 이야기가, 그 후 여러사람에게 들려진 이후로는 듣는 사람 수 만큼 다른 모습의 이야기가 생깁니다. 같은 음악일지라도 그 음악을 듣는 사람마다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렇게 나에게 와서 나만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음악에게 원래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 있을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이 음악을 만든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이 음악에 실었을까, 이 음악의 원래 이야기를 알고 싶다.... 그런 호기심을 풀어줄 책을 만났습니다. 음악이 세상에 울려펴지기 전에 원래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줄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를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 갔습니다.
빈민촌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거리생활을 하며 노래하다 가수가 된 인생은 잿빛이었지만 노래만은 장밋빛이었던 에디뜨 피아프의 'La Vie en rose'는 이브 몽땅과 처절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던 순간에 만들어진 노래라고 합니다. 열렬히 사랑하고 맹렬히 싸웠던 순간에 이토록 아름다운 노래가 나왔다니 사랑과 미움은 다른듯 닮았나봅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레조 세레스의 'Gloomy Sunday'는 약혼녀와 결별 한 절망감을 담았습니다. 음악을 만든 사람이 담아낸 절망감이 듣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진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런 저런 음악들이 건내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음악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양한 음악들의 이야기를 듣는건 재미 있었습니다. 음악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책에 실린 음악을 한 곡, 한 곡 찾아서 들어보니 이야기를 듣기 전과는 또 다릅니다. 당분간은 이 책에 실렸던 음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