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떠났다

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마음이 답답해져서 떠나고 싶어지는 사람이 한 둘 일까요. 사람들을 광장에 모아놓고 '답답해서 떠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감한 사람들이 요즘은 제법 보입니다. 답답한 도시 생활에 지쳐 한적한 곳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 간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 학교를 휴학하고 한국을 알리겠다고 비빔밥 유랑을 떠난 젊은이들....

마음 같아서야 나도 당장 짐싸들고 용기 있는 사람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지만 그만한 용기가 없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것으로 대리 체험에 만족합니다. 예전에는 여행에 대한 정보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여행서라고 하면 실용적인 여행정보가 실려 있는 책들이 많았는데 요즘에야 인터넷으로 여행지의 최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정보가 담긴 여행서 보다 여행 에세이가 주를 이룹니다. 나부터도 여행 에세이를 주로 읽게 됩니다.

<답답해서 떠났다>도 용기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 에세이입니다. 문득 '나, 뭐하면서 살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것을 잠시 멈춰버리고 싶은 순간...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 휴학을 하고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을 다 쓸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비행기 표를 샀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은 인도에서, 6개월은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돌아옵니다. 그동안의 여행 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연하게도 이 책을 읽기 직전에 다른 사람의 남미 여행기를 읽었던차라 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비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책을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음미하고 감탄하며 읽은터라 이 책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좌충우돌 풋풋한 21살의 청춘의 일기를 만나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21살의 여대생의 여행 일기가 풋풋했습니다. 딱 그 나이만큼의 풋풋하고 상큼함, 무모할만큼의 용기를 일기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어땠나 생각해보니 그저 어리기만 했구나 싶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그 시절로 돌아간다해도 이 책의 저자만큼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것 같진 않습니다. 아마도 이 여행이 저자의 삶에선 크나큰 양분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