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맛있다

통영은 맛있다 -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
강제윤 지음, 이상희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3년 7월

언제부터인가 통영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주도 이민이 늘고 있는것처럼 통영과 남해 쪽으로 생활권을 옮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서 아름다운 자연을 친구 삼을 수 있는 곳에서 삶을 가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작고 아담한 집을 짓고 정착하고 싶은 곳이 몇 곳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통영입니다. 고향인 서울에서 너무 멀다는게 좀 아쉽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정착하고 싶은 후보지에 통영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미항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바다와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통념을 깨는 맛난 음식들이 많은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통영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통영은 맛있다>를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습니다.

<통영은 맛있다>는 단순히 통영의 맛집을 소개하는 여행서가 아닙니다. 통영의 곳곳을 조용하게 설명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소개해 주는것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들에게 소개시켜주는 마음 같구나 싶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자랑스럽고, 내가 알고 있는 좋은 부분을 빠짐없이 알려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자에게 통영은 그렇게 사랑스러운 곳인가 봅니다. 원래 통영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친절한 설명을 듣고나니 통영이 더 멋져 보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음식, 숨겨진 보물, 문화와 역사까지 통영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통영, 거제, 남해를 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그곳을 소개하는 책과 방송도 속속 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것은 좋은 일이긴하지만 아직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통영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번잡한 관광지로 변모해갈까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을 발견했다 싶으면 머지않아 시끌벅적한 관광지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종종 봐왔기에 살짝 걱정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여행의 의미를 '쉼'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통영만은 그렇게 변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이 책으로 만난 통영이 지금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남아 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크 플레이스

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깜짝 놀랄만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어지간한 살인 사건은 기사화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원한과 분노에 의한 살인 뿐 아니라, 보험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나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찮게 들려오는걸 보면 이상한 세상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살인 사건에 노출되다 보니 강력사건에 조금은 무덤덤해지는 마음을 발견할때면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안타깝게 사라져간 사람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섬뜩해집니다. 그렇게 소중한 누군가인데 나는 너무나 소홀하게 스쳐지나가는구나 하고 놀라게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원치 않는 사건으로 잃게 되면 남은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요... 짐작조차 되지 않고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일입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을겁니다. 어쩌면 평생을 두고도 그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다크 플레이스>의 주인공 리비 데이는 기억을 봉인해 버리는 것으로 상처를 꽁꽁 싸매어 둡니다. 엄마와 두 언니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현장에서 혼자 살아남은 일곱 살 리비는 오빠 벤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그 후 그 날의 기억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다크 플레이스'라 이름을 붙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리비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생활을 하지만 서른 살이 된 리비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갑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리비에게 아마추어 탐정 모임인 '킬 클럽'이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리비가 겪은 사건의 단서들을 제공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이었고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리비는 제안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킬 클럽'의 아마추어 탐정들은 리비의 오빠 벤이 범인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고 리비가 벤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건네기를 원합니다. 뜻하지 않은 계기로 리비는 자신의 '다크 플레이스'를 조금씩 들여다 보게 됩니다. 과연 리비가 기억하는 그날의 기억은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을까요... 리비의 믿음처럼 오빠 벤이 범인일까요, 아니면 '킬 클럽'의 아마추어 탐정들의 주장처럼 또 다른 누군가가 범인일까요....

길리언 플린의 전작 <나를 찾아줘>를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다크 플레이스>도 큰 망설임 없이 선택했습니다. 전작보다 더 재미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는데 기대만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자신의 끔찍한 상처를 팔아서 살아가는 리비의 모습이 기존 소설 속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살기 위해서 자신과 가족의 상처를 팔아버리는 리비의 모습은 퍽이나 낯설었습니다. 이 책 또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리비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성공으로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도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엌에서 읽는 요리책

부엌에서 읽는 요리책 (플라스틱 특별판, 스프링북) - 1박 2일 밥차 아주머니의 ㅣ 플라스틱 포켓북
우연단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7월

드라마 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훨씬 선호하는지라 '1박 2일'의 밥차 아주머니는 출연진만큼이나 익숙한 분입니다. 소탈하지만 거침없는 촌철살인의 말씀으로 깜짝 웃음을 선사하셨던 인자한 웃음의 아주머니 얼굴이 생생합니다. 아주머니의 얼굴 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맛있는 밥차의 음식입니다. 쫄쫄 굶고 있는 '1박 2일' 출연진들의 식욕을 마구 마구 자극했던 밥차의 맛난 음식들은 시청자인 저의 식욕도 마구마구 자극했습니다. 얼핏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들이었지만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었기에 더 입맛을 당겼습니다.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아주머니의 손길이 닿은 음식들은 맛깔나 보였다고 할까요... 지나가는 말로 하시는 음식에 대한 설명은 아주머니만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밥차에 모든 요리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물 쓰는것이나 불 쓰는 것 등 집 부엌만큼 편리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복잡한 요리도 어려울겁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많이 복잡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간단해보이지만 그 속에 아주머니만의 비법이 숨겨져 있습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엄마의 집밥을 닮은 토종 한식들을 만날 수 있는 요리책입니다. 밥차 아주머니의 손맛을 배울 수 있는 <부엌에서 읽는 요리책>은 독특합니다. 요리책들이 주로 사진 위주로 되어 있는것에 반해 이 책은 사진은 없고 그림으로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스프링 제본이 되어 있습니다.

요리책에 사진이 없다는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완성된 음식도 그림이라서 그것만이라도 사진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스프링 제본이어서 부엌에서 음식을 하면서 마음껏 만져도 된다는 강점이 있는 요리책입니다. 또한 기본 중의 기본인 요리들이어서 요리 초보자에게 아주 좋은 요리책입니다. 그래서 이제 겨우 요리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내게는 딱 안성 맞춤인 책입니다. 요리하다가도 요리책을 들춰봐야 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젖을 염려가 없으니 부엌에 두고 보기 좋았습니다. 당분간 부엌에 이 요리책을 두고 열심히 요리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시리얼리스트

시리얼리스트 - 연재물을 쓰는 작가
데이비드 고든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3년 6월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시리얼리스트>가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반가웠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는 일본인지라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텐데 일본 미스터리 시장의 3대 리스트라 할 수 있는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등 세 개의 분야를 석권했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줍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밀레니엄 시리즈'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는 선전 문구도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습니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한국에서 나름 성공을 거둔 이후로 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할때마다 거론을 해서 기대하고 봤다가 실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또 다시 기대를 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고든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비교 문학과 소설 창작으로 학위를 받은 데이비드 고든은 편집자, 카피라이터, 대필 작가, 극작가, 포르노 잡지 필자 등 글을 쓸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쳤을 뿐 아니라 노동직과 사무직, 가정교사와 패션 업계에서도 일을 했다는 정말 작가로서는 풍부한 경험을 쌓았겠구나 싶습니다. 이 책 <시리얼리스트>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물론 살인사건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데이비드 고든이 포르노 잡지사에서 일하던 시절, 교도소 수감자에게 받은 편지가 이 책의 시작점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해리 블로흐는 데이비드 고든의 분신과 같습니다. 해리 블로흐는 포르노 칼럼을 쓰고 여러 필명으로 자신을 감추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썼습니다. 그는 어느날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편지의 주인공은 젊은 여성을 살해하고 잔인하게 토막내어 사진을 찍은 전설적인 연쇄 살인범 대리언 클레이였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대리언 클레이는 자신에게 구애의 편지를 보내는 여성들을 대신 만나보고 자신과 그녀를 주인공으로 자신만을 위한 포르노 소설을 써주면 자신이 감추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독점 출판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해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커다란 이슈가 될 대리언 클레이 자서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대리언 클레이가 전해 준 편지를 들고 그녀들을 한 명씩 만나 이야기를 듣고 클레이를 위한 포르노 소설을 써서 넘겨준 후 클레이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됩니다. 하지만 해리가 만나고 돌아온 여자들이 클레이가 저질렀던 살해 방식으로 살해를 당하고 해리는 살인범으로 의심받게 됩니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클레이....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과연 누가 살인을 저지른 걸까요.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힙니다. 중간 중간 살인 현장에 대한 묘사가 좀 호러스럽긴하지만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만 중요한 작품이 아니라 범인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과정이 나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해리가 쓴 작품이 삽입되어 있는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데 우리나라에 개봉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찾아 보고 싶습니다. 너무 호러스러울것 같아 좀 걱정되긴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을 입체적인 영상으로 보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니까요. 데이비드 고든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ㅣ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요즘 90년대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자주 들려옵니다. 얼마전 케이블 방송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1997'이 그랬고 요즘 종종 방송에 얼굴을 비치는 90년대 아이돌들이 다시 뭉친 '핫젝갓알지'가 그렇습니다. 9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다녔던 나로서는 그 시절이 떠올라서 반갑기만 합니다. '맞아 맞아, 그때는 그랬지...' 잠시 잊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 혼자 킥킥거립니다. 만날 어른들이 '아이구...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시던 말씀을 제가 되뇌이게 되더군요. 정말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이십 년이 되어간다니 놀랍기가 그지 없습니다. 서태지, HOT, 젝스키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박한상 살인사건, IMF.... 그런 단어들을 들으면 그 시절의 '나'가 생각납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의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슨 고민을 하고, 무엇 때문에 행복했었는지 사진첩처럼 주르륵 생각이 납니다.

정이현 작가의 <안녕, 내 모든 것>에는 나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세미, 준모, 지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부모는 결국 이혼을 하고 엄마는 빚 때문에 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아빠는 낯선 친가에 자신을 맡기고 자취를 감춰서 낯설기만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세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뱉는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어 결국 학교를 자퇴하는 착하디 착한 준모...

한 번 보거나 듣는 것은 모조리 기억하게 되어 잊고 싶은 기억도 잊지 못해 괴로운 지혜...

그들은 서태지의 음악을 들으며 고단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그들은 망망대해에 동동 떠 있는 외로운 섬처럼 셋이서만 똘똘 뭉쳐다닙니다. 각자 시절의 고단함을 견뎌내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갑니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어쩌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세미와 준모, 지혜에게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내 친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시절의 감성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시절을 보낸 나에게는 조금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습니다. 세미, 준모, 지혜와 다른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해집니다. 혼란스러웠지만 파릇파릇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그 시절의 내 친구들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