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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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년 후 이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나자....

그런 약속을 한 번쯤은 해 본 적이 있을겁니다. 몇 년 후에 어디에서 다시 만나자는 그런 약속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옅어져가고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약속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약속을 할 때의 마음은 간절하고 절실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각자의 삶을 살며 자기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버려 옛날에 했던 약속을 잊게 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학교 운동장에 모여 앉아 밤하늘의 비행기 불빛을 보면서 10년 후 오늘 날짜에 이 자리에 모여 유럽여행을 하자는 약속이었습니다. 시간도 정하지 않은 막연한 약속이었지만 지킬거라는 믿음은 굳건했습니다. 10년 후, 어느날... 정확한 날짜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약속한 그 장소에 누군가 나와있을까 하는 생각을 언뜻 했지만 그 장소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그런 약속을 잘 지킨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7년 후 고향으로 여행을 하자는 약속을 한 친구들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기 다른 꿈을 갖고 도쿄로 떠난 일곱 친구들은 7년 후 고향으로 여행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미야모토 다카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여섯 친구에게 아오모리로 떠나는 침대특급 유즈루 7호의 티켓을 보냅니다. 여행 떠나는 날, 미야모토를 포함한 여섯 친구는 기차에 오르는데 남은 한 명의 친구는 결국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섯 명의 친구를 태운 기차는 출발하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야스다 아키라는 우에노 역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기차 안에서 사라진 가와시마 시로는 익사체로 발견됩니다. 가와시마 시로가 야스다 아키라를 죽이고 죄책감에 자살한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는듯 했지만 일곱 명의 친구가 한 명씩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연쇄살인 사건으로 확대됩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점점 궁금해져갑니다.

 

우연하게도 이 책을 비행기 안에서 읽었습니다. 기차를 매개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비행기 안에서 읽고 있으려니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책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차와 관련된 추리소설은 자주 만나는데 비행기 관련된 추리소설은 아직 만나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잡생각도 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지루한 비행 시간을 다소 잊게 만들어준 책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세 차례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대만큼 엄청나게 재미있거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이 있지도 않았지만 그런대로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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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전연재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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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고소한 버터향같은 냄새가 났습니다. 처음엔 그날 해 먹은 음식 냄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친구네 집에 갈때마다 그 냄새가 항상 났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집마다 고유한 향기가 있다는걸 말이지요. 그 후로 어느 집엘 가던 그 집만의 내음을 맡아보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어떤 집은 짠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집은 쿰쿰한 된장내음 같기도 하고, 어떤 집은 은은한 풀내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집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사는 사람이 다르듯 집이 가진 냄새 또한 다 달랐습니다.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집마다 냄새가 다르다는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은 각기 다른 집 냄새보다는 집의 모양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구경하는것보다는 골목 골목 이어져 있는 오래된 집 보기가 더 재미있고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고급 주택가를 거닐어 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래된 집은 세월만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쳐다보고 저렇게 쳐다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들여다보기 보다는 그저 길에서 훔쳐보듯 쳐다보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페루자로 1년간의 상주여행을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후로도 곳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집에 머물면서 그들의 집이 건네는 이야기들을 이 책으로 엮었습니다. 때로는 친한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하고 어떤때에는 이메일을 주고받은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하면서 그들의 삶에 들어갑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주위에 벽을 많이 세우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어렵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낯선 누군가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는것은....

 

책읽기의 좋은 점은 내가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일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꼭 그랬습니다.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공유하는 그런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을텐데 이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집을 보고 그들의 삶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내 마음 속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버리고 누군가의 집으로, 누군가의 삶 속으로 한 발 들여놓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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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천재화가의 마지막 하루
김영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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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지막 하루를 준비하는 그 마음은 대체 어떨까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자신의 마지막 하루처럼 살았던 화가가 있습니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며 언제 죽을지 몰라서 마지막 가는 길이 초라하지 않도록 항상 넥타이를 매고 그림을 그렸다는 몽우 조셉킴 김영진....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면 고단한 인생을 살다간 천재 화가들의 삶이 떠오릅니다. 살아생전엔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가난과 고독 속에서 살다간 고흐, 소아마비와 사고로 인해 육체적인 고통과 남편 디에고의 외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프리다 칼로 등 고단한 삶을 천재적인 예술성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과 몽우는 닮아 보입니다.

 

몽우 조셉킴은 열한 살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병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몸이 너무 아파 학교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몽우는 살아 있는 동안 예술을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와 미술 스승 아브라함 차에게 미술, 종교, 문학, 예술, 언어 등에 대해 살아있는 교육을 받습니다. 인사동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1999년 뉴욕에 소개된 그림이 이틀 만에 모두 팔리면서 ‘21세기 천재 화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시 수익금으로 시작했던 사업으로 모든 것을 잃고 건강도 악화됩니다.

 

어느 날 어느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사진과 똑같이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고 자신의 화풍에 경멸을 느낀 그는 그림을 그리는 왼손을 망치로 내려치고 맙니다. 더이상 왼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던 그는 서투른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점점 자신만의 추상적인 화풍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왼손 화가로서의 명성은 사라졌고 그는 여전히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 책은 몽우 조셉킴이 병마에 시달리고 지독한 가난 속에 있었던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일기를 슬픔, 고독, 위로, 행복의 테마로 모아놓았습니다. 늘 아프고 가난했던 그지만 그 시절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극한의 상황이었고 당시의 일기는 유언과도 같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유화물감도 떨어져 수채 물감과 먹물로 그림을 그려야했던 그의 그림은 점점 그만의 색을 띄어갑니다. 예술가는 고독하다고 합니다. 고독함 끝에 훌륭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몽우 조셉킴이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몽우의 바람처럼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으로 그가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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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 좋다 - 불영사 자연 그대로의 밥상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 3
일운 지음 / 담앤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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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아픈 사람이 있고보니 자연식, 건강식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합니다. 사찰음식이라면 자연그대로의 맛을 살린 음식으로 요즘 주목을 받고 있기에 <사찰음식이 좋다>가 눈과 귀가 솔깃했습니다. 조금 더 건강에 도움이 되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음식이 없을까 고민하는 내게 딱 좋은 요리책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요리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은 서툴기에 가급적 요리책을 자주 보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건강에도 좋은 사찰음식을 다룬 요리책이기에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불영사 사찰음식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사찰음식이 좋다>는 영양밥, 국, 튀김, 떡, 전, 볶음, 조림, 무침, 찜, 장아지 등의 레시피 뿐 아니라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와 먹거리 이야기도 중간 중간 들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책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색(色)에서는 수프. 죽. 밥. 국을, 수(受)에서는 겉절이. 샐러드. 면. 튀김을, 상(想)에서는 떡과 전을, 행(行)에서는 볶음. 조림. 무침. 찜을, 식(識)에서는 장아찌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장아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점이 내게는 좋았습니다. 제 철에 풍부한 채소와 나물들을 어떻게 갈무리 할 것인지 고민이었는데 수많은 장아찌를 이용하면 사계절 내내 좋은 채소와 나물을 먹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대로 만들면 정말 맛이 있긴 할까 싶을 정도로 요리 방법은 간단하고 재료도 간단한 편입니다. 정확한 개량 수치가 없어 요리 초보인 내가 따라하기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차피 개량 된 레시피대로 만들어도 제대로 맛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 대략의 레시피를 토대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건강에 좋은 음식, 인공 조미료를 멀리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자주 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시간에 쫓기고 일상에 쫓기다 보면 먹는 음식에 자꾸만 소홀해 집니다. 쉽게 만들어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전혀 안먹고 살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멀리하면서 입에는 조금 심심할 수도 있는 그런 음식에 길들여지다 보면 건강한 먹거리를 더욱 좋아하게 되겠지요. 그때까지 사찰 음식을 다룬 요리책들을 가까이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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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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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제목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는데 누가 죽였다는 말인가 싶어서 말이지요. 그 다음엔 작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도진기 작가라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서 다섯 편의 소설책을 낸 작가이고 현직 판사라는 경력이 독특해서, 그의 소설을 인상깊게 모두 읽었기에 잘 기억하고 있는 작가였습니다. 또 다른 추리 소설을 냈구나 하고 잘 살펴보니 이번에는 법 이야기였습니다. 작가가 현직판사이니 어쩌면 소설 쓰기 보다 더욱 자신 있는게 법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기대치가 확 솟구쳤습니다.

 

법 이야기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가급적이면 법원과 가까이 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사는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겁니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어려운 법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옥계에서 500년 동안 근무한 끝에 연옥계의 재판장으로 임용 된 염라왕, 어떻게 해서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게 만드려고 노력하는 욱검사와 뛰어난 법 지식이 눈에 띄어 염라왕에게 스카웃 된 소크라테스 변호사가 등장해서 어렵고 딱딱한 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법에 대해 무지했던 염라왕이 소크라테스 변호사의 해박한 법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재판장의 자격을 갖추어 갑니다. 염라왕이 법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어느사이엔가 법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성냥 팔이 소녀, 봉이 김선달, 양치기 소년, 헨젤과 그레텔, 춘향이, 베니스의 상인, O.J 심슨,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 등 친숙한 등장인물들이 피고인으로 등장해서 법의 원칙과 원리를 차근 차근 설명해 줍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O.J 심슨 재판을 형사와 민사로 나누어 설명 해 준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쌓을 수 있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법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려 한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쉽게 풀어서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수많은 재판을 들여다 보고 나니 역시 재판 받을 일 없이 평생을 사는게 제일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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