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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제목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는데 누가 죽였다는 말인가 싶어서 말이지요. 그 다음엔 작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도진기 작가라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국내 추리소설 시장에서 다섯 편의 소설책을 낸 작가이고 현직 판사라는 경력이 독특해서, 그의 소설을 인상깊게 모두 읽었기에 잘 기억하고 있는 작가였습니다. 또 다른 추리 소설을 냈구나 하고 잘 살펴보니 이번에는 법 이야기였습니다. 작가가 현직판사이니 어쩌면 소설 쓰기 보다 더욱 자신 있는게 법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기대치가 확 솟구쳤습니다.
법 이야기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가급적이면 법원과 가까이 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사는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일 겁니다. 다행하게도 이 책은 어려운 법률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옥계에서 500년 동안 근무한 끝에 연옥계의 재판장으로 임용 된 염라왕, 어떻게 해서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게 만드려고 노력하는 욱검사와 뛰어난 법 지식이 눈에 띄어 염라왕에게 스카웃 된 소크라테스 변호사가 등장해서 어렵고 딱딱한 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법에 대해 무지했던 염라왕이 소크라테스 변호사의 해박한 법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재판장의 자격을 갖추어 갑니다. 염라왕이 법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어느사이엔가 법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성냥 팔이 소녀, 봉이 김선달, 양치기 소년, 헨젤과 그레텔, 춘향이, 베니스의 상인, O.J 심슨,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 등 친숙한 등장인물들이 피고인으로 등장해서 법의 원칙과 원리를 차근 차근 설명해 줍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O.J 심슨 재판을 형사와 민사로 나누어 설명 해 준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되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상식 정도는 쌓을 수 있습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법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려 한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쉽게 풀어서 전달하려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수많은 재판을 들여다 보고 나니 역시 재판 받을 일 없이 평생을 사는게 제일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