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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빛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거실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문득 남편이 책 표지가 너무 무섭다더군요. 그때까지는 표지에 아무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 남편의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표지가 무섭더라구요. 창백한 얼굴에 푸른 빛이 도는 눈동자가 나를 또렷하게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의식하지 못할 때는 아무렇지 않더니 한 번 의식이 되기 시작하니 자꾸만 눈동자가 보이더라구요. 그 후론 책을 읽지 않을 때는 표지가 보이지 않게 책을 엎어놓았습니다. 표지만큼이나 오싹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것만 같은 "호러 여왕의 강림!"이라는 문구가 떡하니 적혀 있는 <여름 빛>을 읽는 내내 표지는 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시대적인 배경으로 1, 2부가 나뉘어 있는데 제1부 '눈, 입, 귀'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세 작품이, 제2부 '이, 귀, 코'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표제작 <여름 빛>은 전쟁을 피해 큰 집에 가 있는 데쓰히코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괴롭힘을 당하는 다카시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다카시에게 저주가 깃들었다는 소문때문에 따돌림을 하는 마을 사람들을 데쓰히코는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신비한 푸른 빛이 스쳐가는 다카시의 눈빛을 데쓰히코는 좋아합니다.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은 날로 더해가고 몸은 점점 나빠져만 가는 데쓰히코는 다카시와 함께 엄마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합니다.
표지의 푸른 눈빛은 다카시의 것이었나봅니다. 두 친구의 이야기가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쏙독색의 아침>, <백 개의 불꽃> 등 제1부에 <여름 빛>과 같이 수록되어 있는 두 작품도 신비롭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세 편 모두의 공통점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슬프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란 부분입니다. 아이를 잃은 엄마와 아이의 슬픔, 동생을 질투한 언니의 후회와 슬픔... <여름 빛>도 그랬던것처럼 세 편 모두 조금은 슬프고 쓸쓸합니다.
제2부에 수록된 <이>, <Out of This World>, <바람, 레몬, 겨울의 끝>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는 오싹한 공포를 선보입니다. 낚시터에서 잡아 온 물고기에 얽힌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는데 그야말로 호러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로 만들면 호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같은 사람은 절대 보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섯 편의 단편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누이 루카의 작품은 처음 만났지만 이런 분위기의 작품들은 장편보다는 단편에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이누이 루카의 또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