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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 아들이 써내려간 1800일의 이별 노트
다비트 지베킹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늦은 밤, 심심해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의 어머니 그레텔>이었습니다. 제 10회 EBS국제 다큐 영화제에서 소개된 영화였습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보게 됐는데 어느샌가 영화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 표현방법과 시각이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더 슬펐습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병간호에 지친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부신 과거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보였습니다. 그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을 이번에는 책으로 만났습니다. <나를 잊지말아요>라는 제목의 이 책은 다쿠멘터리와는 또다른 감동을 줄거란 기대로 책을 읽어갔습니다.
다쿠멘터리 영화 감독은 다비트 지베킹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지적이던 어머니가 어느날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자꾸만 나빠져만 가는 어머니의 상태는 일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는 동안 잠깐 호전되는 듯 보였지만 점차 상황이 나빠져만 갑니다. 다비트 지베킹은 어머니가 치매를 겪기 시작한 때부터 가족들의 곁을 떠날 때까지의 5년 간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알던 모습과 달라져만 가는 모습을 보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주던 어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건 상상만해도 두려운 일입니다.
우연하게도 이 책을 읽기 전에 노인 문제를 다룬 소설을 읽었습니다. 조금 과격한 내용이긴 했지만 노인문제는 우리에게도 당면해 있는 과제이기에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면서 그 소설을 읽었습니다. <나를 잊지말아요>를 읽으면서도 치매에 걸린 노인을 간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치매에 걸리면 제일 가까운 가족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도 알기 때문일겁니다. 중증 치매 환자의 병간호를 가족에게만 부담시킨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답게 이별 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