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길을 묻다

히말라야 길을 묻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의 땅
이훈구 글.사진 / 워크컴퍼니 / 2014년 3월

'히말라야'라고 하면 하얗게 덮인 눈과 뾰족뽀족한 산봉우리들, 그리고 산악인들의 거친 숨소리가 생각납니다. 가끔 방송에 등장하는 산악인들의 히말라야 등반 이야기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비록 그렇게 높은 산은 오를 엄두도 못내는 나의 체력이지만 보는 것만큼은 좋아했습니다. 거친 눈보라와 얼음을 헤치며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산악인들의 모습은 가만히 보고 있자면 경외감조차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거친 바람과 자외선으로 인해 다 터버린 얼굴을 하고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을 왜 그토록 오르려고 하는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깨닫지는 못하지만 '산이 그곳에 있어 산을 오른다'는 말처럼 그저 산은 산이라서 오른다는 그 마음은 조금 알것도 같습니다.

<히말라야 길을 묻다>는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6개월에 걸쳐 히말라야 2400Km를 종주하며 만난 히말라야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크게 파키스탄의 히말라야, 인도의 히말라야, 네팔의 히말라야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히말라야 곳곳의 사진과 그곳에서 만난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진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저자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글을 읽는 시간보다 사진을 보는 시간이 더 길었고 더 내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습니다. 2011년 8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박정헌 대장이 이끄는 패러글라이딩 원정대와의 동행취재를 오롯이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합니다.

히말라야가 걸쳐 있는 세 나라 파키스탄, 인도, 네팔 3국에 대한 정보를 소개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등반 프로그램을 보며 항상 궁금했던 포터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세 나라가 쳐해 있는 상황과 문화, 국제 정세등을 짚어 주는 부분도 유용했습니다. 히말라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곳일 겁니다. 아는 지인분도 국내에 있는 산이라는 산은 몽땅 종주 하더니 결국은 히말라야까지 다녀오시더군요. 저질 체력인 내가 히말라야를 직접 가볼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진들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그저 멍하니 한 동안 쳐다보고 있었을 정도로 복잡했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