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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달리기가 싫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이나 체력장에서 뛰곤했던 100m 달리기에서 출발을 알리는 깃발이 올라가기 전의 두근거림도 싫었고 마음으로는 두발짝, 세발짝 내딛었는데 여전히 꾸물거리기만 하는 내 두다리가 원망스러워 달리기가 싫기만 했다. 그런 내가 육상경기를 보는것만은 상당히 좋아한다. 육상 선수들의 통통 튀는 공같은 몸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내 느린 두 다리도 통통 튀어오르는 기분이 들어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간세 대학의 유명무실한 육상부의 다 허물어져가는 합숙소 지쿠세이소에 10명의 학생이 들어찬다. 10명이 들어차기를, 자신이 기다리던 그런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들어오기를 4년동안 기다려온 기요세를 제외하고는 그곳이 육상부의 합숙소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기요세의 설득과 강요에 굴복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하코네 역전 경주'는 216.4km를 10명의 선수가 이틀에 걸쳐 달리는 경기로 일본에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라고 한다.
열명의 지쿠세이소 주민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 흥미롭다. 다리부상으로 달리기를 접은 기요세, 사법고시를 패스한 유키, 퀴즈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킹, 5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니코짱, 흑인 유학생 무사, 만화광 왕자, 도쿄에서 이틀이나 걸리는 시골에서 올라온 신동, 발랄한 쌍둥이 조 타로, 조 지로, 폭력사건으로 육상부를 그만둔 가케루까지. 달리고 싶지만 달리지 못하는 사람, 달리는 것 밖에는 할 줄 모르던 사람, 달리려는 생각조차 안해본 사람... 이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점차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어가고 함께 한다는 일체감의 기쁨을 느끼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무엇이던간에 함께 몰두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져본게 언제인지 아득하다. 대학시절에 함께 했던 실습과정을 마쳤을때 느꼈던 뿌듯함을 끝으로 다같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기쁨은 찾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경험을 할 기회는 줄어들것같다. 그렇다면 심장이 녹슬기 전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 같은 책으로 간접경험이라도 해야겠다.
좋은 성장소설을 읽고 나면 책 속의 그들과 함께 나도 한뼘은 자란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있다. 이번에도 나는 이 책과 함께 한뼘쯤은 마음의 크기가 자라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직접 뛰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한덩어리가 되어 울고...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지쿠세이소의 입주민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