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 - 로키에서 태평양까지, 캠핑카로 돌아보는 국립공원
김남국.윤인섭 지음 / 시공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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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도 몇 년 전부터 캠핑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자연에 파묻혀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캠핑의 매력에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들고 있나봅니다. 나무와 숲에 둘러싸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면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는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 캠핑에도 변질된 문화가 생기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집의 부엌과 거실을 그대로 옮겨놓은듯 모든 것을 갖춘 캠퍼들을 보면 부럽다기 보다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물질에 치이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 자연과 벗삼는 캠핑에서조차 온갖 물건에 치이고 있는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래도 대부분의 캠퍼들은 캠핑이 주는 본질적인 즐거움을 즐길줄 안다고 믿고 있습니다.

 

캠핑을 좋아하다보니 유럽이나 미국을 캠핑의 형태로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집니다. 캠핑을 하면서, 캠핑카를 이용해서 낯선 나라를 여행하다니 대단해 보입니다. 넓디 넓은 미국을 캠핑으로 일주한다는 꿈을 살짝 꾸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캠핑 문화의 태동기라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은 캠핑의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으니 다양한 캠핑장을 만날 수 있을테지요. 이 책 <미국 서부 여행>은 미국 서부 지역의 국립공원에서 캠핑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대략적인 소개와 상세한 캠핑장 안내를 만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이 전체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한 눈에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저자의 성격이 꼼꼼할거라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여행 안내서라서 제 마음엔 쏙 들었습니다.

 

미국의 국립공원 문화가 원래부터 지금처럼 잘 운영되고 자리잡았는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됐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까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과 함께 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미국의 국립 공원을 둘러보고 나니 일단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놀라웠습니다. 커다란 땅덩어리 만큼이나 모든 것이 크고 웅대해서 자연에 압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포근히 감싸주는 따뜻한 우리네의 산과 계곡과는 또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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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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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전래동화를 좋아했습니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같은 '공주'들이 나오는 외국의 동화들도 좋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전래동화를 더 좋아했습니다. 호랑이가 등장하고 산신령이 등장하고, 때로는 도깨비도 출몰하는 전래동화는 나에게 요술 방망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뚝딱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 그런 요술 방망이 말이지요. 그래서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전래동화를 종종 읽습니다. 우리 옛이야기를 엮어 놓은 두꺼운 책들이라 어른인 내가 읽어도 손색이 없는 그런 동화집들도 제법 많이 나와 있습니다. 어려서는 미처 읽지 못했던 새로운 전래동화를 만나는 즐거움이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에 비할바는 안되지만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조선희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취향에서 비롯됐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발상이 재미있었습니다.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여우 누이 등의 전래동화를 비틀고 뒤집어 색다른 이야기로 풀어낸 <모던 팥쥐전>으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색다른 이야기가 독특한 느낌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장화 홍련, 아랑전설, 심청전 등을 모티브로 한 <모던 아랑전>이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이번에는 원작 동화를 읽고 이 소설을 읽는 방법으로 <모던 아랑전>을 만났습니다.

 

아랑전설과 장화 홍련을 모티브로 한 <영혼을 보는 형사>, 금도끼 은도끼를 모티브로 한 <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 토끼전을 모티브로 한 <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할미꽃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 <오래된 전화>,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한 <29년 후에 만나요> 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일 오싹했던 이야기는 어려서 헤어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를 찾아 나선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오래된 전화>였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가 무서웠다기 보다는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오싹해서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했습니다.

 

지난번 책에서도 느낀거지만 원작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각 단편의 앞 쪽에 실려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너무 유명하고 익숙한 동화들이지만 때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동화들도 있어서 이번에는 일부러 원작 동화를 먼저 찾아 읽었는데 좋았습니다. 이렇게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은 소재가 무궁무진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동화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창작의 어려움은 크겠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동화들을 모티브로 살린 조선희 작가의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습니다. 조금은 몽환적인, 조금은 으스스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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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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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멋진 모습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번역에 오류도 많고 표지도 그다지 끌리지 않는 작은 책으로 몇 권 만나보는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의 주요 작품들이 판형을 통일해서 출간되고 있어서 일본 미스터리 팬으로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북스피어스 출판사와 모비딕 출판사 두 곳에서 판형을 통일시켜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출판사가 한 작가의 작품을 통일된 판형으로 출간한다는건 우리나라 장르 문학 시장의 열악함 때문일테지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계약만 서둘러 해놓고 수익성 때문에 책 출간은 미루는 경우도 많은데 서로 다른 출판사가 마음을 합해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는게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두 곳의 출판사에서 차곡 차곡 소개하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트릭에 중점을 두는 본격 미스터리가 아닌 범죄자의 심리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되는 작품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본격 미스터리 보다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지라 세이초의 작품을 좋아했고 요즘 출간되는 세이초 월드 시리즈도 열광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장편소설과 논픽션에 이어 이번에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과 같은 쌉싸레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단편들이 대거 있을거란 기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길에 들어서지만 영화 속의 자신을 알아볼지 모르는 누군가 때문에 불안해하다 불안을 참지 못하고 직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 <얼굴>, 잠복 근무를 하는 한 형사의 눈에 비친 여인과 그 여인을 지켜주고자 하는 형사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표제작 <잠복>, 바람을 피워 낳은 세 아이가 집으로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오싹한 이야기 <귀축>, 신문에 실린 소설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지방 신문을 구독하던 여자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하지만 사회적으로 동정을 얻어 집행유예로 풀려난 여자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다룬 <일 년 반만 기다려>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마쓰모토 세이초는 실망 시키지 않았습니다. 간혹 오래된 작품은 쓰여진 시대와 흘러간 세월을 감안해서 읽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세이초의 작품은 세월의 흐름을 크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시대의 그것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세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놀라웠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 외에도 앞으로 세이초의 단편집이 몇 권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아껴가며 음미하듯이 세이초 월드의 작품들도 하나씩 하나씩 아껴가며 음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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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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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던 순간에 문득, 그야말로 문득 사람들이 정말 치열하게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그날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것도 아니었는데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열심히, 치열하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걸 깨닫고 새삼스럽게 깜짝 놀랐었습니다. 수많은 상점들도 모두 '돈'을 벌어 살아가기 위해서 존재하고 있구나,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도 '돈'을 벌어 살아가기 위해서 저리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아마 그 순간이 내가 조금 어른이 된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꽤 오랫동안 '학생'의 신분이었던 나는 학생의 특권으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사람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는걸 그전까지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그 순간에 문득 무슨 깨달음처럼 나를 흔들었습니다.

 

서른이 넘은 지금이야 '생활'이란게 얼마나 치열한지, 돈을 번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백수나 퇴직자, 실직자가 등장하면 그렇게 마음이 쓰일 수 없습니다. <굿바이 동물원>에도 실직자 영수가 등장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실직자의 신분이 되어버린 영수는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사나이는 세 번 웁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마늘 깔 때... 마늘까기에 이어 곰인형 눈 붙이기로 부업을 바꿉니다. 본드로 곰인형의 눈을 붙이다가 우연히 환각을 느끼고 점차 본드에 중독되어 슈퍼 히어로가 되었다가 미녀를 구출하는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영수에게 마늘까기와 곰인형 눈 붙이기 등을 소개해줬던 부업계의 큰 손 '돼지엄마'에게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물원 일자리를 소개받습니다. 체력검사를 통과하고 동물원에 취직된 영수가 하는 일은 '마운틴 고릴라'입니다. 마운틴 고릴라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마운틴 고릴라' 그 자체가 영수의 일입니다. 세렝게티 동물원의 마운틴 고릴라가 바로 영수입니다.

 

세상살이의 치열함을 깨닫고 난 후에는 영수와 같은 사람에게 마음이 많이 갑니다. 가족들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선물하고 싶은 가장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지.... 마운틴 고릴라의 털옷을 입고 뒤를 힐끗 돌아보는 표지 속의 영수는 처연한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이 세상은 세렝게티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루한 일상을 슬픈 웃음으로 보여주는 <굿바이 동물원>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슬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걸 영수와 그들의 이야기로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강태식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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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 - 마을의 기적을 이루어가는 ‘선인류’ 이야기
생태공동체 선애빌 사람들 지음 / 수선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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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동체'라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함께 모여서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대략적인 의미만 알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가까이 하며 소박한 집을 짓고 살고 싶은 꿈을 갖고 있기에 '생태공동체'라는 말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다는건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생태공동체를 '뚝딱' 만들어버린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선(仙)문화'에 흠뻑 빠진 푸른 눈의 한국인 로어 셰퍼드, 잘나가는 한의사가 작은 마을의 시골 한의사가 된 사연, 자연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선애학교,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없이 한 울타리에서 형제로 자라나는 마을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목에서 기대했던 생태공동체를 뚝딱 만드는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와 과정을 거쳐서 생태공동체를 만들었는지 알고 싶었는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주지는 않았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그토록 '편리함'과 '개발'의 이유로 그동안 지구를 괴롭혔으니 지구가 병이 나는것도 당연하겠지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내려놓는 삶을 살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습니다. '내것'이란 욕심을 내려놓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꾸려나가야 할텐데 아직은 '내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지구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은 꾸준히 해나갈겁니다.

 

주변에서 모임 사람들끼리 동인주택을 지어서 함께 사는걸 봤습니다. 하지만 그 생활이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작은 배려가 웃음을 가져오는것처럼 작은 오해가 불신을 불러오고 서로의 마음에 앙금이 남아 관계가 서걱거리더니 결국 동인주택을 처분해서 각자의 길로 떠났습니다. 이렇듯 가끔 만나서 웃고 즐기던 사이라도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한 마을에 모여서 공동체적인 삶을 사는 꿈을 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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