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입과 하마입이 만났을 때 사계절 저학년문고 29
장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사계절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른은 반 아이들과 지내다가 화가 나면 물어버려서 악어입으로 통한다.

평소엔 말도 별로 없고 유아들이 손톱을 물어뜯듯이 손수건을 입으로 자꾸 빠는 소심한 아이인데 화가 나면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그런 소른과 짝을 하려고 하지 않고 선생님도 자꾸 말썽을 부리니까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성호가 한 마디 거들다가 덜컥 소른이의 짝이 돼 버린다.

성호는 소른이가 언제 자기를 물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조금씩 소른이가 지닌 아픔을 알아가면서 소른이에게 한발짝 다가간다.

소른이가 자꾸 아이들을 깨무는 건 채식을 안 해서라는 누나의 말에 매일 아침 채소도 갖다주고 마스크를 쓰면 입을 못벌리지 않겠냐고 선생님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악어의 천적이 하마라는 걸 안 뒤론 하마입이 될 수 있는 방법도 골몰하고. . .

이 책을 결이에게 읽어주려다가 율이가 방해해서 따로따로 읽었다. 그래서 결이가 얼마나 이 작품을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자꾸 물어보면 아이가 책 읽는 재미마저 놓칠까봐 눈치 보면서 말을 꺼내는 나 역시 소심한 엄마다.

유영호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 소장님은 아이들의 이해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기억에 초점을 두라고 하셨는데 아직까지는 이해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본다.

아들과 상관 없이 나는 얼마 전에 결이랑 웃으면서 봤던 같은 작가의 <오줌 멀리싸기 시합>보다는 읽는 맛이 덜했다.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는 있지만 엄마 없이 아빠가 키운다고 애가 더운데 겨울바지를 입고 수저통도 닦지 않은 채 학교에 다닌다는 묘사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아이가 느낀 마음 속 결핍이 섬세하지 그려지지도 않았고. . .
그리고 학생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학교에 오지 말라는 선생은 뭔가. 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춰서인지 존재감 없는 선생님의 모습이 도대체 이해가 안됐다.

며칠 전에 읽은 <엄마 돌보기>에서는 아빠와 헤어진 엄마가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줬지. 독백에서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긴 했지만 주인공 아이도 꽤 밝았고. . 물론 엄마가 아이를 맡은 경우여서 직접 비교하긴 힘들겠다.

아무튼 그다지 개운하지는 않았던 책이다.

같은 소재를 다른 책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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