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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 거리의 아이 최성봉,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최성봉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에 '껌팔이 폴포츠'라며 연일 기사로 나올 때만 해도... 그냥그냥... 역경을 이겨낸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5살부터 시작된 거리의 생활이라는 데에서 여러가지 궁금증과 의구심이 생겼다.
5살이면... 아직 똥 누고 뒤도 혼자 못 닦을 때인데 어떻게 혼자 살았다는 거지?
과연 이 책이 얼마나 세밀하게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살짝 의심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흠... 굉장히 탄탄한 구성을 갖춘 책이고, 제대로 온전히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우선 책은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시원함을 넘어 너무나 서늘하게..
그가 거리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은 꾸며낼래야 꾸며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아마 그랬겠구나, 가끔씩 어떤 인간은 상상도 못할 만큼 잔인하니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였으니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 가장 무방비 상태의 존재였다...
부모도 없고, 집도 없고, 힘도 없고, 제 이름도 모르는, 유흥가 한 복판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거리가 얼마나 비정했을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고 또한
그가 느끼고 고민한 흔적을 차분히 그리고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느낀 외로움과 혼자여서 더 절망적이었던 고통.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당한 칼부림으로 아직까지 배에 남은 칼자국,
워낙 상습적으로 귀싸대기를 맞아서 잘 안들리는 한쪽 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방치돼 살짝 저는 한쪽 다리...
이런 몸에 남은 상처보다도 마음에 박힌 상처가 더 크다는 그...
처음 코리아 갓 탤런트에 등장했을 때의 그 어눌한 음성과 머뭇대던 말투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런 그가 이 책의 표지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뒤의 이야기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조폭에게 쫒겨 들어간 야학에서 한글을 독학하고, 초등 중등과정 검정고시로 통과한다.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나이가 14살이고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부모가 있다는 것도...
안타깝게도 그의 부모는 이미 이혼했고 모두 만남을 꺼렸다.
(사실 아이가 있는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천생 고아로 의지할 곳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음악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예고에 들어가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며서 레슨비를 벌었고
그렇게 스스로 힘으로 음악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함 노력을 했다.
ABC지국장인 조주희씨의 추천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놀랍다고...
원래 인생이란 것이 예견치 못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헤쳐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하는 최성봉 씨의 이야기. 워낙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우리이기에 한 번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그것이 너무나 참혹하고 고통스럽다. 남들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고 '아, 살기 싫다...'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다.
그가 살아온 '날 것 그대로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인생살이라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을 우리는 참 쉽게 남 사는 것을 따라서 고민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이라는 것의 위대함과 인생이라는 전장의 혹독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는 매일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생매장을 당하는 그런 극한의 상황이 오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땅에 묻히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목숨이었다.
책의 뒷표지의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나의 환상 속으로'라는 뜻의 넬라 판타지아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나에게는 환상이었어요.
나는 그 환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자살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가 얘기한다.
무조건 살라고, 단 한 번의 삶이라고.
자기에게 계속 걸었던 주문이기도 하다는 이 말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내게도 더욱 채찍질을 한다. 똑바로 살라고. 정신 차리고 나를 잃지 말고 살라고. 딱 한 번 사는 삶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