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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공부 - 어느 성질 급하고 의심 많은 여자의 마음챙김 이야기
레이철 뉴먼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기 직전 나는 생애 첫 공포를 느꼈다. 다름 아닌 출산의 고통. 물리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무엇보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강렬한 공포였다. 아파도 아파도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때조차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죽고 싶었을 때에도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쉽게 처방전을 얻어왔다. 배가 아프면 이 약, 머리가 아프면 저 약, 복용 후 한 시간이면 고통은 사라진다. 그런데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넘치는 경이와 행복에도 적응이 된 이후, 또다시 나를 덮친 감정 역시 두려움이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건과 사고, 임자를 정하지 않고 들러붙는 질병들 속에서 내 아이는 안전할 수 있을까. 과연 나처럼 모자란 사람이 이 생명 하나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나는 또 처방전이 필요했다. 십년간 냉담했던 성당을 다시 찾았다. 절대자에게 아이의 안녕을 맡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필 그날의 복음말씀은 아들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이야기였다. 신은 나를 당장 시험에 들게 했다. 과연 아이에게 가해진 재앙을 나는 신께 복종하듯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참 가만히 앉아 있다가 미사가 끝나기 전 서둘러 나왔다.

 

엄마에게는 여러 자질이 필요하다. 밤새 잠들지 않고 보채는 아이를 끌어안고 달래기 위한 체력과 인내는 기본이고 소파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아내는 순발력과 말 못하는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는 직관력…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며 엄마를 매순간 시험대에 올려놓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살아기 위해서, 엄마는 지치지 않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극복해나갈 마음의 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가 크는 만큼 탄성이 생기기 때문에 단시간에 길러지지 않으며 얼마나 탄성이 생겼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 책, <엄마의 마음공부> 는 나는 칠년간 두 아이를 낳고 기른 나의 마음의 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하고 깨우쳐준 책이다.

아이와 나는 서로를 해치지 않으며 발전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가, 나는 아이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나는 제대로 주고 있는가, 우리는 정말 소통하고 있는가, 나는 의무가 아닌 사랑과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내 삶은 지금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와 아이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나는 아이가 바로 옆에 있어도 내 아이가 궁금하고 그리워진다. 그리고 무작정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내가 이 책에서 새롭게 인지한 것은 감정을 소화시키는 방법이었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어렵다. 아이는 물론이고 엄마도 그렇다. 엄마는 대개 아이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했고 나는 그것이 다른 어떤 책들의 방법보다 자연스럽고 감동적이었다.

 

강렬한 감정이 밀어닥칠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감정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감정일 뿐이다.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느끼면서 호흡을 하고 너무 꽉 붙잡고 있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그 감정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그 근원을 파고 들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강렬한 감정은 폭풍과 같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법, 나만의 안전한 장소를 만들어 그 안에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법을 알아내야 한다. 폭풍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면서 그것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폭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폭풍우가 물러가고 나면 우리는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얼마 후에는 폭풍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단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사고들은 위에서 말한 폭풍과 같다. 그것을 견디는 힘, 지나고 나면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 아이는 물론 엄마에게도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를 믿지 못하고 처방전을 찾아다녔나 생각하게 됐다. 엄마는 아이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스스로 처방전을 써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과연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처방전을 쓰는 사람일까.

 

그리고 하나 더, 저자는 또 하나의 공감과 위로를 준다. 바로 노화에 관하여. 아이가 커가는 만큼 엄마는 늙는다. 여자를 잃는다. 노화를 대해,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노화는 내 자존심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또한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바다로 향하는 거친 급류가 아닌 잔잔한 구간의 강물이 될 기회이다. 천천히 가면서 구름과 새들도 감상하고 사색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노화란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도구와 수단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태 누리지 못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떠올리라. 틱낫한이 말한다. 노년은 달콤한 것이라고.

 

나는 편집자였다. 편집자는 소통하는 저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는 틱낫한이라는 사람과 10년을 함께 한 이 저자가 그 시간동안 얼마나 큰 성장과 깨침을 경험했을지 감히 가늠해본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가장 깊은 가르침을 얻지만 그 다음으로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가르침은 책이다. 틱낫한의 10년 가르침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화한 저자의 생각과 일상을 따라가면서, 나는 저자가 나와 닮았다는 제멋대로의 생각을 했다. 우리는 모두 엄마 노릇을 잘 하고 싶다. 아이에게 꽤 괜찮은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직까지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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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 거리의 아이 최성봉,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최성봉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에 '껌팔이 폴포츠'라며 연일 기사로 나올 때만 해도... 그냥그냥... 역경을 이겨낸 사람인가보다 했는데 5살부터 시작된 거리의 생활이라는 데에서 여러가지 궁금증과 의구심이 생겼다.

5살이면... 아직 똥 누고 뒤도 혼자 못 닦을 때인데 어떻게 혼자 살았다는 거지?

과연 이 책이 얼마나 세밀하게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살짝 의심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흠... 굉장히 탄탄한 구성을 갖춘 책이고,  제대로 온전히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우선 책은 나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시원함을 넘어 너무나 서늘하게..

그가 거리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은 꾸며낼래야 꾸며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아마 그랬겠구나, 가끔씩 어떤 인간은 상상도 못할 만큼 잔인하니까,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였으니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 가장 무방비 상태의 존재였다...

부모도 없고, 집도 없고, 힘도 없고, 제 이름도 모르는, 유흥가 한 복판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거리가 얼마나 비정했을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고 또한

그가 느끼고 고민한 흔적을 차분히 그리고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 부분에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느낀 외로움과 혼자여서 더 절망적이었던 고통.

어린 시절부터 수시로 당한 칼부림으로 아직까지 배에 남은 칼자국,

워낙 상습적으로 귀싸대기를 맞아서 잘 안들리는 한쪽 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방치돼 살짝 저는 한쪽 다리...

이런 몸에 남은 상처보다도 마음에 박힌 상처가 더 크다는 그...

처음 코리아 갓 탤런트에 등장했을 때의 그 어눌한 음성과 머뭇대던 말투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런 그가 이 책의 표지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뒤의 이야기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조폭에게 쫒겨 들어간 야학에서 한글을 독학하고, 초등 중등과정 검정고시로 통과한다.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나이가 14살이고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부모가 있다는 것도...

 

안타깝게도 그의 부모는 이미 이혼했고 모두 만남을 꺼렸다.

(사실 아이가 있는 나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천생 고아로 의지할 곳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음악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예고에 들어가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며서 레슨비를 벌었고

그렇게 스스로 힘으로 음악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함 노력을 했다.

 

ABC지국장인 조주희씨의 추천사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굴곡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놀랍다고...

 

 

원래 인생이란 것이 예견치 못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헤쳐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하는 최성봉 씨의 이야기. 워낙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인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우리이기에 한 번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그것이 너무나 참혹하고 고통스럽다. 남들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고 '아, 살기 싫다...'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다.

 

그가 살아온 '날 것 그대로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인생살이라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을 우리는 참 쉽게 남 사는 것을 따라서 고민 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이라는 것의 위대함과 인생이라는 전장의 혹독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그는 매일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생매장을 당하는 그런 극한의 상황이 오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땅에 묻히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목숨이었다.

 

책의 뒷표지의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나의 환상 속으로'라는 뜻의 넬라 판타지아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나에게는 환상이었어요.

나는 그 환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자살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가 얘기한다.

 

무조건 살라고, 단 한 번의 삶이라고.

 

자기에게 계속 걸었던 주문이기도 하다는 이 말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내게도 더욱 채찍질을 한다. 똑바로 살라고. 정신 차리고 나를 잃지 말고 살라고. 딱 한 번 사는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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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이 간다 - 1등 소셜 커머스, 티켓몬스터 이야기
유민주.티켓몬스터 지음 / 이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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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업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월급은 전달 카드빚을 막는데 급급하고 한달 생활하기도 벅차다. 이래서는 답이 안나온다. 그렇다면 사업을? 내가? 그건 또 안된다.

왜냐고, 나에게는 팀이 없으니까!

팀이 있으면 가능하다. 티켓몬스터는 팀이 있었기에 팀플레이가 수려했기에 가능했던 벤처다.
시작도 팀이었고 문제해결력도 팀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합류해만 새로운 팀웍으로 진화 발전해갔다. 혼자서 해보겠다는 꼼수나 깜냥은 어차피 오만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함께 꿈을 꾸고 같이 성장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어쩔 거니, 이 엄친아들!

해외파 엄친아 셋과 카이스트파 엄친아 둘이 시작한 티켓몬스터. 이곳은 엄친아들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발로 뛴, 영업이 성장의 주원동력인 벤처이다. 강남 일대의 상점들을 '300정도 단체 예약할 건데.. 사장님 계세요?'로 시작하는 무대포 영업전략으로 한 상점 한 상점 계약을 따내고, 론칭 3일만에 폭발적인 반응에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기대를 뛰어넘는 순발력과 문제해결력을 선보였다. 나는 이 엄친아들이 발로 뛰어서 우선 마음에 들었다.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벤처의 선수들이 티몬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벤처의 선수들이 티몬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그래서 티몬이 제발이 걸리지 않고 이렇게 확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티몬이 무섭게 성장해가고 있을 때 탄탄한 내구성으로 맞서오는 경쟁사가 있었으니 바로 데일리픽. 그들은 드림위즈에서 같이 활동하다 윙버스를 창립했고, 윙버스가 순식간에 무너지자 네이버에서 각자 중책을 맡고 있다가 독립해 데일리픽이라는 벤처를 만들었다. 티몬은 인수를 제안한다. 그리고 티몬이 그 짧은 시간동안 성장해온 속도 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구성에 힘을 실어달라며 데일리픽 멤버들을 중역에 배치한다. 그리고 그들은 매번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창립멤버와 함께 자리를 하며 티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다.
그들이 티몬에 합류한 이유는? 그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젊은 패기와 사업에 임하는 진지하고 건강한 마인드. 라고 독자가 느꼈다.

현금 매각이 아닌 주식의 교환이라는 M&A

책이 나오긴 전 티몬의 M&A 추측 기사를 흘리면서 먹튀라고 방방 뛰던 그 기자님은 정정기사를 써줬는지 모르겠다. 협상 테이블에 앉고도 석달이라는 시간동안 밀당을 했다는데... 그 와중에 어떻게 흘려진 애기인 줄 모르나 여하튼 책에서 그들은 변호하고 있었다. 유례 없는 미국과 한국벤처의 주식을 거래한 M&A. (미국에서 아마존과 재포스가 그렇게 M&A를 해서 대박 화제가 됐다고 한다...) 경영진의 교체도 없고 정리해고도 없고 장기적인 투자를 받아가며 티몬에게 큰 버팀목이 도와준다는데... 다른 전문가들이 읽고 허점을 찾아준다면... 좋겠다. 내가 보기엔 너무 이상적으로 보여서.
여하튼 실질적으로 창립멤버들이고 티몬 중역들이고 미국 리빙소셜의 임원들에게 왜 티몬과 이런 조건의 M&A 를 했냐고 하자, 그들 이렇게 답했단다.
We Love Dan : 우리는 신현성(=Dan)이 마음에 든다
빵터졌다. 내가 책을 읽으며 파악한 신현성과 실제 신현성이 싱크로율 100%인가보다 ㅎㅎ

서울식 애플, 페이스북이 나올 수 있기를

물론 사업의 성격은 다르다. 티몬은 그럴싸한 간지나는 장르가 아니지만 방향은 이에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당장은 데일리딜이 중심 사업이지만 현재 그들이 개발하는 사업들은 이미 미국 제1의 소셜커머스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 준비 중이고 차례차례 선을 뵐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주욱 기대가 된다. 사람들이 한계라고 하는 소셜커머스의 진화와 재탄생을 보여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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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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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기획편집자입니다. 하정우씨가 영화촬영 때문에 팬사인회나 독자와의 만남 등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독자님들의 원성을 가득하여 제가 대신 하정우씨께 하소연 했습니다. ^^ 

 하정우씨와의 작업을 여기에 펼쳐볼게요. 관심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둘째 아이 출 산을 앞두고 하정우 개인전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엉키더군요.

'멋진 남자 하정우... 연기도 멋진데 그림까지? 근데 뭐 그림을 얼마나 그리겠어? 그리고 난 출산에 임박해 있잖아...'
 


'하지만 너무 괜찮은 컨셉인걸? 아무 것도 없은 연예인 에세이와는 태생부터 다르잖아? 그리고 출산 후 바짝 매진할 큰 타이틀이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바로 소속사에 연락해 하정우씨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책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러날 공들여 기획안을 만들어 보내고 하정우씨로부터, 책 하고 싶고, 그리는 광대 하정우 컨셉 좋다, 답변을 받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하정우 책 오케이를 받기까지 제가 연예기획사 쪽으로 돌린 기획안만 몇갠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 한 건으로 봤을 때에는, 운 좋았군, 할 수도 있는, 한번에 오케이가 된 케이스에 앞서서 여러 건의 생산성 없는 채굴작업들이 있었던 것이었더랬습니다.

소속사 N.O.A 엔터테인먼트는 다른 기획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곳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기획안 달라고 해서 보내줘도 답도 없는 곳들이 태반이고 또 진행할 만하다 싶으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와 엎어지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함께 일을 했던  N.O.A 엔터테인먼트 사업기획실 분들은 아주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이해할 것 이해하고 양해할 것 양해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를 따져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곳이었습니다. 끝까지 매끄럽게 진행된 데에는 소속사 분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처음 만난 하정우씨는 낯을 가리시더라구요. 하지만 만남이 거듭되면서 좀더 편안한 자리가 됐어요. 처음 몇 번은 사무실에서 만났지만 이후에는 그림이 있는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집에서 얘기를 나누고 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갔어요. 책에도 하정우씨의 그림이 여러 작품 실려 있지만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본 것과는 또 다르더라구요. 질감을 느끼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또 색감도 달랐습니다. 사진으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금속 느낌이 강하게 채색된 작품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색감으로 산뜻함을 주는 작품도 있구요.

하정우씨 집에는 화집과 대본집 외에도 책이 많았습니다. 제가 만든 문학동네출판그룹의 책들도 몇 권 보태드리고 왔습니다.^^ 화집을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었을 때가 참 좋더라구요.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감상을 얘기해주는데 접근방식이 우선 달랐어요. 그림을 보고 장면을 연상하고 묘사를 하시더라구요. 배우이시라 이미지 표현력이 탁월하신듯. 그렇게 하정우씨 집에서 하정우씨가 내려주신 커피 마시고 하정우씨의 유쾌한 입담을 가감없이 다 흡수하고 왔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원고 관련 하정우씨와 직통을 주고 받았다고 얘길 했더니 몇몇 분이 꺄아악~ 하셨어서 그것마저 자랑 보탤게요. 아시죠? 하정우씨 목소리, 완전 섹쉬~~

아, 너무 팬심으로 일지를 써나가고 있네요. 다시 작업자 모드로.. 큼큼
 
워낙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셔서 책작업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계약은 출산 하고 한달만에 강남으로 날라가 부은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넘겨가며 도장을 찍었는데 하정우씨가 바쁜 와중에 틈틈히 원고 작업을 하시어 지난 겨울에 원고를 보내주셔서 편집을 거쳐, 여러차례 검토하고 보태어 5월 중순에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제목의 '느낌 있다' 는 하정우씨의 선택이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어?' 싶었는데 자꾸 들여다보니 하정우씨의 느낌이 배어 있어 좋더라구요. 문학동네 인트라넷을 통한 투표에서도 '그리는 광대, 하정우'와 '하정우, 느낌 있다'가 격돌을 했지만 기획자인 저와 책임편집자인 양OO님이 마음이 기울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하정우가 이 제목을 제안하면서 수줍어하셨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것으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알라딘 독자님, 이 남자의 느낌, 한번 살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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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Paper - 마음을 선물하는 가장 달콤한 방법, 종이접기
주부의 벗사 지음, 이주희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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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역에 대한 갈증은 어느 편집자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비소설과 예술 분야의 책들을 주로 해왔던 터라 실용이나 자기계발, 인문 쪽으로 저자군을 넓히고 기획의 범위를 확대하고픈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에이전시 방문을 했다가 종이접기 책을 소개받았는데 (물론, 이 책만큼 상큼하고 아기자기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순간, 어린이 두뇌개발, 창의력 증진을 위한 아동용 종이접기 책은 나와 있지만 성인여성 2030을 위한 실용코드의 종이접기 책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책처럼, 손뜨개 책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종이접기 책이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게다가 종이접기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이 종이만 있으면 가능하기에 손뜨개보다도 쉽게 독자에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출산 휴가 등의 이유로 책이 멈춰 있는 동안, 다른 출판사의 종이접기 책이 두 달 정도 먼저 나왔고 판매수치는 So, So. '핸드메이드 종이 소품'을 컨셉으로 해서 진행하고 있었지만 단지, '쉽다, 간단하다, 쓸모 있다'를 내세워서는 독자들의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나온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면 왜 그랬는지, 그리고 어떤 차별점으로 그 마음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1번, 과연 쉬운가. 정말 쉽습니다. 그래도 불편함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러다 '종이가 있어야 종이를 접지'에 다다르자 '그럼 종이를 넣어주면 되지, 그것도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갖고 싶어할 정도로...' 이렇게 해서 책의 끝에 종이 샘플이 십 여 장 들어가게 됩니다. 디자이너가 종이디자인을 직접 했습니다. 저는 편지지로도 써야지, 하고 시세지며 교정지에서 이부분만 잘라서 챙겨놓고 있습니다. ^^ 패턴 디자인이 얼마나 재미있고 창의적인 작업인지 알게 된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2번, 쓸모가 있는가. 어떻게 보면 쓸모 있고 어떻게 보면 무용합니다. 사실 종이로 만든 서랍 같은 것들은 탄력성과 내구성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쓸모를 찾자면 선물용 포장지 정도? 그것만으로 실용을 얘기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짝 이 카드는 버립니다.

 

그러다가,  왜 종이가 접고 싶을까, 어떻게 종이를 접게 할까. 를 고민하게 됐고 답은 대개 선물을 할때 종이를 접거나 또는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단순한 작업에 몰두할 필요가 있을 때 종이접기를 한다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유아틱한 느낌을 줄 수 있기에 '종이접기'라는 단어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위의 동기를 제목과 부제 등에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이제 남은 과제입니다.

 

그러던 차에, 다른 저자와의 미팅 자리에서 요즘 출간 트렌드와 우리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달콤한 상자'라는 요리책이 입에 오르고, 이 '달콤한, 달콤한, 달콤한'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가 이 단어, 저 단어가 다 휩쓸고 간 끝에 'Sweet Paper' 라는 제목이 떠올랐고 등장과 함께 다른 제목안들을 물리치고 제목으로 등극합니다.

그리고 부제는 '마음을 선물하는 가장 OOO 방법, 종이접기'에서 이 OOO이 해결되지 않다가, '아이구 참, '달콤한'이 있잖아요'라는 북노마드 대표님의 한마디에 '맞아요, 그거예욧' 하고 부제가 해결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Sweet Paper'

귀엽고 아기자기한 예쁜책입니다.

그리고 76가지의 아이템이 있는데 이중 열 개 정도만 접어서 활용해도 쓸모 있지 않을까요?

저는 주말에 아이들과 종이접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풍선금붕어와 잠자리를 접어주자, 5살짜리가 우아, 우아를 연발하며 자꾸 해달라고 해서 오늘 퇴근 후가 겁나기는 합니다만 아이와 무엇을 하며 놀아줄지가 걱정인 엄마라면 강추!!!

또한 막 실연을 하거나, 막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거나, 막(마구마구) 눈앞이 막막하다 싶으신 분들! 종이를 접으며 잠깜만 집중하다 보면 이런 저런 상념들에게 빠져나오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예쁜 종이를 손끝으로 따라 접으면서 내 안의 예쁜 나를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올해에도 항상 달콤하고 행복하고 평온하시기를!!!

'Sweet Paper' 와 함께 기원합니다~~~~^^

 

 

 

* 5살짜리 아들 어린이집에서 1월 생일잔치를 한다며 친구들 생일선물(천원 미만의)을 가려오라고 해서  스티커를 사고 말아서 각각 하트링으로 여며줬어요. 선물보다 포장이 더 큰 선물이 될 듯.

언이는 여우모양 팔찌라며 손목에 묶고 잠이 들었답니다. 남은 종이로 벚꽃 접시를 접었습니다. 과자 줄때 5 꽃잎에 하나씩만 넣어서 적게 먹게 해야겠어요. ^^

으흐흐.... 나도 괜찮은 엄마이지 않을까 하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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