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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안녕하세요 기획편집자입니다. 하정우씨가 영화촬영 때문에 팬사인회나 독자와의 만남 등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독자님들의 원성을 가득하여 제가 대신 하정우씨께 하소연 했습니다. ^^
하정우씨와의 작업을 여기에 펼쳐볼게요. 관심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둘째 아이 출 산을 앞두고 하정우 개인전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엉키더군요.
'멋진 남자 하정우... 연기도 멋진데 그림까지? 근데 뭐 그림을 얼마나 그리겠어? 그리고 난 출산에 임박해 있잖아...'
'하지만 너무 괜찮은 컨셉인걸? 아무 것도 없은 연예인 에세이와는 태생부터 다르잖아? 그리고 출산 후 바짝 매진할 큰 타이틀이 있어야 하잖아?'
그리고 바로 소속사에 연락해 하정우씨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책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러날 공들여 기획안을 만들어 보내고 하정우씨로부터, 책 하고 싶고, 그리는 광대 하정우 컨셉 좋다, 답변을 받아 진행하게 됐습니다.
하정우 책 오케이를 받기까지 제가 연예기획사 쪽으로 돌린 기획안만 몇갠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 한 건으로 봤을 때에는, 운 좋았군, 할 수도 있는, 한번에 오케이가 된 케이스에 앞서서 여러 건의 생산성 없는 채굴작업들이 있었던 것이었더랬습니다.
소속사 N.O.A 엔터테인먼트는 다른 기획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곳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소속사들은 기획안 달라고 해서 보내줘도 답도 없는 곳들이 태반이고 또 진행할 만하다 싶으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와 엎어지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함께 일을 했던 N.O.A 엔터테인먼트 사업기획실 분들은 아주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이해할 것 이해하고 양해할 것 양해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를 따져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곳이었습니다. 끝까지 매끄럽게 진행된 데에는 소속사 분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처음 만난 하정우씨는 낯을 가리시더라구요. 하지만 만남이 거듭되면서 좀더 편안한 자리가 됐어요. 처음 몇 번은 사무실에서 만났지만 이후에는 그림이 있는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집에서 얘기를 나누고 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나갔어요. 책에도 하정우씨의 그림이 여러 작품 실려 있지만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본 것과는 또 다르더라구요. 질감을 느끼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또 색감도 달랐습니다. 사진으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금속 느낌이 강하게 채색된 작품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색감으로 산뜻함을 주는 작품도 있구요.
하정우씨 집에는 화집과 대본집 외에도 책이 많았습니다. 제가 만든 문학동네출판그룹의 책들도 몇 권 보태드리고 왔습니다.^^ 화집을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었을 때가 참 좋더라구요. 그림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감상을 얘기해주는데 접근방식이 우선 달랐어요. 그림을 보고 장면을 연상하고 묘사를 하시더라구요. 배우이시라 이미지 표현력이 탁월하신듯. 그렇게 하정우씨 집에서 하정우씨가 내려주신 커피 마시고 하정우씨의 유쾌한 입담을 가감없이 다 흡수하고 왔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원고 관련 하정우씨와 직통을 주고 받았다고 얘길 했더니 몇몇 분이 꺄아악~ 하셨어서 그것마저 자랑 보탤게요. 아시죠? 하정우씨 목소리, 완전 섹쉬~~
아, 너무 팬심으로 일지를 써나가고 있네요. 다시 작업자 모드로.. 큼큼
워낙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셔서 책작업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계약은 출산 하고 한달만에 강남으로 날라가 부은 손가락으로 계약서를 넘겨가며 도장을 찍었는데 하정우씨가 바쁜 와중에 틈틈히 원고 작업을 하시어 지난 겨울에 원고를 보내주셔서 편집을 거쳐, 여러차례 검토하고 보태어 5월 중순에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제목의 '느낌 있다' 는 하정우씨의 선택이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어?' 싶었는데 자꾸 들여다보니 하정우씨의 느낌이 배어 있어 좋더라구요. 문학동네 인트라넷을 통한 투표에서도 '그리는 광대, 하정우'와 '하정우, 느낌 있다'가 격돌을 했지만 기획자인 저와 책임편집자인 양OO님이 마음이 기울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하정우가 이 제목을 제안하면서 수줍어하셨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것으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알라딘 독자님, 이 남자의 느낌, 한번 살펴보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