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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35살의 중년 나츠의 우유부단하면서도 뜨겁고, 험난하면서도 섬세한 사랑이야기.
관능, 섹스를 다루었다고 하기엔 뭣하다. 이 소설은 성애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한 나츠와 그녀의 애인들, 섬세한 섹스 묘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격랑과 같은 파도가
하룻밤 꿈처럼 지나가고 지나간 사람들을 찾으면 찾을수록 그녀는 더욱 허무감과 외로움에 시달리곤 하기 때문이다.
나츠의 남편 쇼고. 친절하고 낙천적이며 성실한 사람. 나츠가 쓴 대본의 드라마 담당 피디였고, 나츠의 전업작가 일을 돕기 위해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경치 좋은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가서 함께 지내며 나츠의 매니저가 된다. 나츠 대본의 잘잘못을 과감히 지적하고 자신의 대중적 감각을 살려 일을 돕는다.
그러나 자신은 우유부단한 나츠를 뒤에서 돕는 매니저이며 남편이라는 명분에 숨어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위선에 가려진 인물.
나츠를 통해서 읽게된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면에 숨겨진 그의 이기심은 나츠를 통해서 읽는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기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채 겁을 내면서 자랐던 어린 시절에 파묻혀, 과감한 인생에의 열정과 의지, 성의 풍만한 에너지를 자기 안으로 안으로만 숨겨놓아 이를 글쓰기에 온통 쏟아부은 나츠의 안쓰러운 어린 영혼을 독자들은 읽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나츠의 정신적, 영적 성숙에 가장 방해되는 인간형이 바로 쇼고같은 사람임을 알게된다.
나츠를 스쳐지나가는 쇼고, 시가와, 이와이, 오바야시를 거치면서 나츠는 내면의 성숙을 경험하고 열정을 얻게 되지만 그 남자들 모두 약간 부족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츠의 내면을 읽고 과감히 감각과 열정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충고하는 시가와는, 바람기를 주체 못하는 제멋대로인 플레이보이이며, 늙고 원숙한 평론가로서의 위엄이 바람기를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이와이는 한때 잠깐 나츠와 사귀었던 인물. 나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고 여자처럼 섬세하게 배려해주는사람. 그러나 그도 역시 자신이 서 있는 위치의 견고한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젊고 직선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오바야시. 첫눈에 나츠의 매력을 알아보고 꾸밈없이 나츠를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오바야시는 감각적으로 다른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곤 하는 사람이다.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나츠의 내면. 그러나 그럴수록 외로움과 공허감이 밀려온다.
그녀의 가장 성숙되고 잘 맞는 동반자는 교코. 그녀가 쓰는 칼럼을 싣는 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솔직하게 모든 것을 나누는 여자친구다. 감성을 나누는 동료로 그만한 사람이 또 있을까. 그녀 내면에서 내는 소리를 알맞게 조절해주고 식혀주는 내면의 목소리이자 좋은 동료로 교코만한 사람이 없다고 보았다.
읽는 내내 나츠의 감정에 동요된다.
폭풍처럼, 때로는 고요한 수면처럼 일렁이고 움직이는 나츠의 내면은 쉼없는 파도와같은 동시에 끝 모르는 허무함이 가득한 삶이라는 무게와 같다.
내면을 읽고 알아가고 무게를 느끼면 느낄수록 꽉 차는 게 아니라 비어지면서 심연의 허무함과 마주하게 된다. 독자가 점점 나츠와 비슷해지는 것.
이 소설은 허무함과 내면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지 섹스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