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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ㅣ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인간 실격.
<인간실격>은 1948년 잡지 <덴보>에 연재되었던 연재소설이다. 여러 면에서 다자이오사무 자신의 삶을 본땄다는 설명이 많이 들려온다.
'나' 의 유년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부분.
그 이야기로 유추해 볼 때 독자는 불쾌한 사람, 인간으로서 왜 실격자가 되는지 궁금했지만 충분히 알 것 같은 그런 사람의 성장담을 마주하게 된다.
영악하고 도도하고 지나치게 영리한 아이.
대부분 그런 아이들은 사랑받고 예쁨받는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자기에게 가장 이로운 것을 손쉽게 얻어내고 이용하며 주위의 어리석은 아이들과 단순한 어른들을 손에 넣고 주무르게 된다.
그리고 멀찌감치 물러서서 자기 능력을 과시하며 어리석게 자기의 꾀에 빠져든 많은 사람들을 비웃으며 지낸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이 철이 들면, 곧 자기 꾀에 빠지거나 더 훨씬 영악한 아이를 만나 당하거나 아니면 그것도 허무해져버린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은희경의 단편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 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에 나온 소연이라는 소녀를 생각했다. 그리고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도 떠올렸다.
그러나 주인공 요조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천성이 그러지를 못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음울하고, 자기 증오와 세상의 불신, 허무감이 뿌리깊이 자리잡은 갈 곳 없이 쉽게 나락으로 빠져드는 천성이 우울한 인간. 그래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받고싶은 심정은 있어서 본성을 숨기고 우스꽝스러운 '푼수' 캐릭터를 자처하던 어린시절에는 인기가 있었지만 청년이 되어 그런 가식으로 자신을 속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한없이 허무하고 자신을 증오하는 본능속으로 빠져 자신을 한없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가진것이 많아 쉴새없이 용돈과 돈을 보내주는 가족이 있고, 그를 이용하는 호리키를 보고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주인공은 참 잘 맞는 궁합이다.
바로 주인공이 자기를 망가뜨리는 데 더 없이 좋은 궁합이라는 뜻이다.
즉흥적이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사람을 쉽게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얕고 가벼운 것인지를 잘 아는 그는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도 못한다.
바로 진심으로 진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인간실격.
인간으로서 실격해야 마땅하다는 표현일지, 아니면 견고하고 냉정한 사회가 그를 실격시킨다는 뜻인지.
아마 겉으로 보이는 얼굴과 속내(혼네)의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는 일본인의 본성이라면 후자가 맞지 않을까.
읽는 내내 그 섬세한 감정의 표현. 그 지나칠 만큼 상세하고도 감상적인 감정의 꼴들을 따라 움직이면서 마음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감상에 젖었다.
그리고 또 하나,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친 도쿄와 일본 도시의 자잘한 일상 풍경들이 손에 잡힐듯 선명하게 보였다.
언젠가 일본 여행지에서 봤던 옛날 일본의 도시 풍경을 눈에 훤하게 보는 듯 했던 것도 이 소설의 또다른 읽는재미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