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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에릭 라인하르트 지음, 이혜정 옮김 / 아고라 / 2010년 2월
평점 :
로랑은 욕망을 쫓는 불나비다. 아니 불나방이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쥐고 있을 줄도 모르면서 더 큰 무언가를 찾아 쫓는다.
파트리크는 고뇌하는 인간이다. 아버지가 자살한 뒤 테러리스트가 되고싶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기 앞에 남은 인생, 혹시 아버지처럼 될 것도 같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있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인터넷에 자신의 아내 사진을 올리는 티에리 트로켈은 컴플렉스 많은 도시인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자기의 완벽한 아내와 가정을 자랑하고 싶고, 자신의 외양과 지위를 자랑하기 위해 무리해서 차를 사기도 하지만, 일생동안 잠시 손에 쥐었다가 언젠가 놓아야 할 것을 자랑하는 것이야 말로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은 또 없다는 것을 본인은 알고 있을까?
이 모든것과 관계가 있는 듯, 아니 또 없는 듯 스쳐지나가는 에릭 라인하르트. 그는 이 모든 것을 관조하는 시인이다.
이 네 사람은 독일인이다. 그리고 또 오늘을 살고있는 현대 한국인들이다.
길고 긴 문장. 띄어쓰기 없이 아파트처럼 빽빽하게 묶여있고 붙어있는 문장들.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좀 추상적이 되어버린 문장들. 섬세하고 상세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 흐름을 따라가다 금방금방 놓쳐 버릴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아니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책과 똑같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속에는 속임수가 있고 사기가 있고, 살인충동이 있으며, 자본이 있고 금융이 있고 정치와 경제가 있고, 있고 있고 있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있다는 점이다. 어렵고 어려운 이야기지만 길고 긴 소설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려 하는 작가의 생각을, 나는 어설프게나마 읽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