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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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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당연한 판정승을 거둔<트와일라잇>과 함께 조용히 개봉했던 스웨덴의 <렛미인>을 하도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여, 올 여름, 다시한 번 재개봉을 하길래 달려가서 영화부터 보았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하늘, 어른보다 먼저 타락해가는 아이들 속에 상처받던 한 영혼 오스카르.핏빛으로 아프게 성장해갈 때, 그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예리하게 스치던 무언가가 있었다.

 

 자신도 핏빛으로 있되 자라지도 늙지도 않는 어느 또래의 영혼. 바로 엘리.

 

 그 깊고 아득한 핏빛 아름다움에 당장 매료됐다.

 그리고 이 책부터 샀다.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엄마와 둘이 사는 12세 소년 오스카르.

 학교에서 욘니, 토마스 등 몇 명의 힘 센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와 상상의 힘을 믿고 따를 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오스카르는 늘 나무에 욕을 하며 칼을 나무에 찔러넣고 그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했다고 믿으며 낮동안 받은 울분을 해소하곤 했다.

 

 어느 날 옆집에 엘리라는 이름모를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언제나 반팔이나 얇은 옷만을 걸치고도 추위를 모르고, 달고 맛난 사탕이나 초콜릿도 먹지 못하며, 말하는 것도 아주 옛날식으로 할 때도 있어 별난 인상을 받았던,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피 맺히도록 아름다워 오스카르는 엘리에게 빠져든다.

 어느 날 근처에서 끝도 시작도 없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은 점점 오스카르가 있는 곳과 가까워진다.

 

 여기까지 영화와 스토리라인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떠오른 차디차고 어둡고, 눈부시고 조용한 눈밭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비치던 영화와, 이 소설 속에 묘사된 어둡고 음울하지만 괴팍하고, 그러면서도 오밀조밀 사람들이 많고, 문화적인 감수성도 높은 기기묘묘한 마을의 이미지는 달랐다.

 영화 속은 더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 속에 약간 디테일만 더 하면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조금 더 우울하고 깊고 맑은 어떤 것을 표상했다.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소설이 설명하는 어떤 깊이와 영혼의 문제에 우리말로 어떻게 가까이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엘리는 오스카르. 오스카르는 엘리.

 오스카르가 증오를 가졌던 곳에 엘리도 똑같이 증오를 갖는다.

 오스카르가 처음 나무에 칼을 꽂는 제의식을 행하고, 엘리는 나중에 그 소년들을 물 속에서 처단한다. 깊은 수영장은 마치 엄마의 뱃속을 상징하듯 잠겨있던 오스카르를 밖으로 꺼내고, 소녀와 소년은 하나가 되어 여행을떠난다.

 물론 그 사이에 배치된 여러가지 이야기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감동들을 선사한다. 엄마와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경찰관이 죽이고싶도록 미운 오스카르의 이웃 형 톰미. 아직 아버지를 마음 속에서 보내지 않았지만 엄마와 사귀는 경찰관은 죽은 아버지나 톰미에 비해 너무 감수성이 없고 그저 씩씩하기만 한 남자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지막, 엘리의 아버지이자 애인역할을 한 호칸. 시체가 되어 몸이 난자 되어도 죽지 못하고 반 시체가 되어 떠도는 호칸의 해체된 몸뚱이를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노래하며 있는대로 난자한 톰미. 그것은 자신 안의 아버지를 잔인하게 떠나보내는 제의처럼 보인다.

 또 하나의 여인. 비르기니아. 엘리에 의해 뱀파이어로 변화되는 과정을 생생히 겪은 비르기니아. 비르기니아에 의하면 자신 안에 어떤 죽지 못하고 기생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의도와 달리 살아나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그것에 지배당하는 자신이 싫어서 연인 라케를 두고 불로 화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게 오스카르의 엄마로 표현됐지만.)

 라케와 비르기니아의 늙고 잔잔한 사랑은 어떻게 그려내야 할까.

 

 다시, 이 아름답고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까.

 그리고 엔딩 부분은, 영화처럼 오스카르가 엘리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거라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하지 말아달라고 작가는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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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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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소설은 시처럼 댓구를 이룬다.

또한 장정일의 소설은, 내부의 깊은 심연을 떠돌면서 작가 자신인 듯 한 어떤 자아의 약간 비뚤어지고  내적이고, 초자아에 의해 심하게 맞은 듯한 인상이지만, 넓고도 넓은 독서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 유영은 자유롭고 깊은 쉼이 아니라 어쩐지 쫓기는 듯도 하고, 헤엄쳐도 헤엄쳐도 목 마른듯한 건조한 느낌이다. 한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 없이 자기 자신이 미워 용서가 안되는.

 

 금과 은 두 사람의 소년이 등장한다.

 확실히 금과 은은 '아담이 눈뜰 때' 의 성장 소설 속 인물을 좀 더 먼 바깥에서 본 것 같은느낌의 소년이다. 정치인 아버지 밑에서 비정치적으로 자란 소년 금.

그리고 매번 사업에 실패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 큰아버지들 밑에서 사업가적이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소년 은.

 두 사람은 굉장히 안정되고 희망차고 패기있으면서도 대단히 비뚤어져 있는 소년이다.

 

 두 사람은 많은 것을 공유하는 한 내면의 양면인 동시에 또 하나다. 금이 자기 모순을 바로 보지 못하고 먼 미래를 바라보는 '노무현 정권'을 상징한다면 은은, 아주 많은 정보와 자료를 탐독하고 고지식한 내면을 바라보면서도 과거에 얽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과거 정권과 한다라당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둘 다가 모순되어 있고, 모순의 둘이 만난다고 해서 모순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 채 서로 부딪치고 싸우고 다치고 상처입기만 한 채 지나가 버린다.

 

 청춘의 한 때를 이렇게 보낸다면 아쉬울 것도 없겠지만, 우리 나라의 운명을 바로 보는 것 같아 한없이 처연하고 답답하고 아쉽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이 나라를, 이 두 소년을,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는 운명의 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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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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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는 30대 공무원. 편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오래 고시공부에 매달려 합격하고 공무원이 되었으나 도무지 하는 일이라곤 없어 답답할 정도로 하루 일과가 단순하다.
 그러다 알게 된 권박사의 소개로 13호 캐비닛을 관리하게 되었는데  온통 별나고 이상한 사람들 뿐이다.

 이들은 과학적, 의학적, 생물학적 이상은 없으나 보통 사람들과는 심하게 생태자체가 다른 이상자들로 '심토머' 라는 이름으로 분류된다.

 혀에서 도마뱀이 자라나 도마뱀과 동거를 하는 여자,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남자, 시간을 뛰어넘는 사람들,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는 도플갱어, 그리고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여자를 사랑해서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의 이야기 등.

 

이들을 타자화하면서 기가 막혀 이해를 못하고 타박만 하며 겨우겨우 상담전화를 끊고 마는 주인공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서도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한다. 더구나 권박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이들을 관리하는 일에서 발을 빼지도 못하고 어디서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서 압력을 받기 시작한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에게 위협을 당하기 시작하는 주인공이 기댈 곳은? 그를 구할 사람은?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들과 소재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의 향연으로 빠져들어가는 신기한 소설. 각각의 이야기에 그럴듯한 학자의 소견과 의학명까지 붙어있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이게 현실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것이 창작되거나 변형된 창작자의 상상임을 밝혀둔다. 그러나, 혹시 그런 작가의 말 자체도 창작된 액자 소설 속의 일부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한국 소설들을 보면 속 시원하게 완결 되지 않은 진행형 결말을 본 적이 간혹 있다. 이걸 한국 소설의 특징이라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그런 면들은 소설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 있다. 물론 장점도 있다.

 캐비닛 같은 소설도 주인공의 뿌리가 없다 보니 결말도 미래도 확연하지 않다는 점이 있다. 이런 점은 소설을 진행형으로 인식하게 하고, 작품 속 인물들을 완전시 타자화하기 어렵게한다.

 혹시 소설 속 심토머는 진짜가 아닐까? 아니, 적어도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타자화하는 것은 현실과 같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역시 말단 공무원으로 심심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 때 178일동안 캔 맥주만 마시면서 지냈던 일화를 읽으면 평범한 사람과 심토머의 구분조차 모호해진다. 질문과 질문을 연속해서 낳게 하는 신기한 소설.

 많은 소설가와 작가들, 평론가들이 기념비적인 수작, 괴상한 작가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괴이한 소설 하나를 만난 것은 나 하나뿐은 아니었나보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 

 어딘지 모르게 소설과 작가가 캐비닛 안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만의 감정어린 목소리일 수도 있지만, 캐비닛 밖으로 나온다면 어땠을까. 캐비닛 안에 머물러있다면 할 수 있는 건, 미래와 희망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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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에릭 라인하르트 지음, 이혜정 옮김 / 아고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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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은 욕망을 쫓는 불나비다. 아니 불나방이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쥐고 있을 줄도 모르면서 더 큰 무언가를 찾아 쫓는다.  

파트리크는 고뇌하는 인간이다. 아버지가 자살한 뒤 테러리스트가 되고싶다고 하지만 그것은 자기 앞에 남은 인생, 혹시 아버지처럼 될 것도 같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있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인터넷에 자신의 아내 사진을 올리는 티에리 트로켈은 컴플렉스 많은 도시인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자기의 완벽한 아내와 가정을 자랑하고 싶고, 자신의 외양과 지위를 자랑하기 위해 무리해서 차를 사기도 하지만, 일생동안 잠시 손에 쥐었다가 언젠가 놓아야 할 것을 자랑하는 것이야 말로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은 또 없다는 것을 본인은 알고 있을까? 

이 모든것과 관계가 있는 듯, 아니 또 없는 듯 스쳐지나가는 에릭 라인하르트. 그는 이 모든 것을 관조하는 시인이다.  

 이 네 사람은 독일인이다. 그리고 또 오늘을 살고있는 현대 한국인들이다.  

 길고 긴 문장. 띄어쓰기 없이 아파트처럼 빽빽하게 묶여있고 붙어있는 문장들.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좀 추상적이 되어버린 문장들. 섬세하고 상세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 흐름을 따라가다 금방금방 놓쳐 버릴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아니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책과 똑같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속에는 속임수가 있고 사기가 있고, 살인충동이 있으며, 자본이 있고 금융이 있고 정치와 경제가 있고, 있고 있고 있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있다는 점이다. 어렵고 어려운 이야기지만 길고 긴 소설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려 하는 작가의 생각을, 나는 어설프게나마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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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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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선보인 하루키의 최신작. 그간의 침묵이 무색할 만큼 완벽한 구성,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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