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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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소설은 시처럼 댓구를 이룬다.

또한 장정일의 소설은, 내부의 깊은 심연을 떠돌면서 작가 자신인 듯 한 어떤 자아의 약간 비뚤어지고  내적이고, 초자아에 의해 심하게 맞은 듯한 인상이지만, 넓고도 넓은 독서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그 유영은 자유롭고 깊은 쉼이 아니라 어쩐지 쫓기는 듯도 하고, 헤엄쳐도 헤엄쳐도 목 마른듯한 건조한 느낌이다. 한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한 없이 자기 자신이 미워 용서가 안되는.

 

 금과 은 두 사람의 소년이 등장한다.

 확실히 금과 은은 '아담이 눈뜰 때' 의 성장 소설 속 인물을 좀 더 먼 바깥에서 본 것 같은느낌의 소년이다. 정치인 아버지 밑에서 비정치적으로 자란 소년 금.

그리고 매번 사업에 실패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한 큰아버지들 밑에서 사업가적이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소년 은.

 두 사람은 굉장히 안정되고 희망차고 패기있으면서도 대단히 비뚤어져 있는 소년이다.

 

 두 사람은 많은 것을 공유하는 한 내면의 양면인 동시에 또 하나다. 금이 자기 모순을 바로 보지 못하고 먼 미래를 바라보는 '노무현 정권'을 상징한다면 은은, 아주 많은 정보와 자료를 탐독하고 고지식한 내면을 바라보면서도 과거에 얽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과거 정권과 한다라당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둘 다가 모순되어 있고, 모순의 둘이 만난다고 해서 모순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 채 서로 부딪치고 싸우고 다치고 상처입기만 한 채 지나가 버린다.

 

 청춘의 한 때를 이렇게 보낸다면 아쉬울 것도 없겠지만, 우리 나라의 운명을 바로 보는 것 같아 한없이 처연하고 답답하고 아쉽다. 그것은 또한 작가가 이 나라를, 이 두 소년을,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는 운명의 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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