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Z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4
로버트 C. 오브라이언 지음, 이진 옮김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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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우리반 어린이가 이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는 것을 봤다. 엄청 개구쟁이인데 책 고르는 안목은 있지만 끝까지 못 읽는 건 함정 ㅋㅋ 이 책도 들춰보다 그냥 내려놓길래 내가 집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국지전이 아니라면 당연히 핵전쟁이겠지.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내가 인류 최후의 인간이라면.. 최초는 정해져있지만 최후는 정해진 바가 없으니 좀 더 상상해봐도 된다. 시골 농장이 아니라 도시의 지하실이나 터널 속이라면?

이야기는 많은 것을 덜어내고 가장 말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간다. 복잡한 설정과 디테일한 묘사는 거의 없다. 핵폭탄이 왜 떨어졌는지 그런 설명도 없고 그냥 떨어진 뒤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설명만 있다. 세상에 혼자 남은 소녀의 일기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또다른 인간. 방사능 보호 플라스틱 물질을 만든 화학박사는 자신이 만든 안전복을 입고 살아남아 소녀가 있는 골짜기로 들어온다. 피폭된 그를 구하기 위해 소녀는 많은 것을 희생하고 돕지만 겨우 회복된 그는 소녀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속박하려고 한다. 그리고 달아난 소녀에게 총을 쏘아 다치게 하고 사로잡으려고 한다. 소녀는.. 박사의 안전복을 훔쳐 다른 곳으로 떠난다. 끝.

윌스미스가 아들과 함께 나온 영화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그 영화도 한 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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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원고지 -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 2000~2010 창작일기
김탁환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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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와 고향이 같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또 새로이 알게 된 사실. 할아버지 고향이 이북이라는 것도. 그것도 비슷한 지역.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하루하루 연필로 꾹꾹 눌러쓴 것 같은 일기.
2002년부터 2007년 그 시간 동안은
나도 그렇게 하루하루 꾹꾹 눌러 쓰듯 살았다.
일기에 나오는 영화나 책, 작가들이 낯이 익어서
어머머 저도요 하고 말을 걸고 싶었다.

요즘 문득 생각하는데 생각하고 쓰는 걸 놓은 지
벌써 8년이다.
2년이 더 지나면 내이년은 10년을 맹탕..
읽기와 쓰기에 기꺼이 내 삶을 바치고 싶다고 했지만
일상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허덕댄 지
8년이 되었다.
지금은 사고 싶은 책 원없이 사볼 수 있는데.
보고 싶은 공연 얼마든지 보고 영화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왜 그때처럼 못 사는 건지 자책하는 것도 아주 가끔 가아끔 하고 말았는데..
이 작가의 성실함이 그 연필자국이
손에 만져지는 것만 같다.

10년 되려면 2년 남았네.

내가 좀 벼락치기형 인간이잖아.
작년 이맘때부턴 도서관 다니며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올해 이맘때부턴 영화와 공연을 좀 보자.

일에 영혼까지 좀먹히지 말고
좀 단단하게 자신을 지켜보자.

이렇게 말하지만 인터넷 서핑하다가
청년 3명 중 1명이 백수라는 기사를 읽으면
또 나는 잘 한 거라며 자기위안을 엄청 하겠지.
휴...
미리 비꼬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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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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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 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다.
그나마 책읽기와 글쓰기가 취미라고는 하는데
한 두 달 독서에 열 올리다가 슬슬 연체되기 시작하면 그것도 관두고 또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내다가
이러다가 바보 되지 싶어서 몇 달 만에 책 한 권 잡아보고
그러다 불붙으면 또 엄청 열심히 읽다가 곧 시들해진다.

이런 내가 스토너를 재밌게 읽었다면
이상한 거 아닌가

스토너의 열심을 사랑한다.
마치 아모스 오즈 소설에 나오는 미카엘처럼
조용한 열정을 지닌.
많은 남자들이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런 남자들이 좋은 남자라는 것도 안다.
아.. 그렇지만 왠지 심심한 사람들이다.

아마 나의 투덜거림을 듣고도
그냥 싱겁게 웃곤 자기 할 일을 할 사람들.
견고하고 고독한 사람들.

빨간책방에서 아마 나와 같은 과일 흑임자 중혁작가님이
20년 뒤에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를 알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때까진 별 세 개.

나처럼 촐랑 팔랑거리는 애한텐
너무 진중한 (재미없는) 남자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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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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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은데 너무 바삐 읽었다.

오툉, 교회 묘지처럼 고요하다. 이끼로 검어진 타일 지붕들. 거대한 중앙광장 샹드마르스. 그리고 이제 가을의 푸른빛 속에서 이 오래된 마을이, 뼈에 스미는 듯한 시골의 가을이 다시 나타난다. 여름이 끝났다. 정원은 시든다. 아침에는 냉기가 감돈다. 나는 서른, 서른하고도 넷-그 세월이 낙엽처럼 말라간다. p.19

훔치고 싶은 문장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왜 작가들의 작가인지 알 것 같다.

대기의 상태까지 코끝으로 느껴지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묘사. 휴... 딱 지금 날씨. 나의 서른 셋도 바싹 말라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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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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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런 책은 니가 처음이다.

가난과 자의식의 화학작용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의 탄생.

읽는 내내 내장을 흝는 것 같은 굶주림의 고통을
나도 같이 상상하면서 느꼈다.
상상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그렇게 됐다.
그리고 상황 상황마다 불쑥 튀어나오는 자의식과 체면.
아 제발... 그러지 말지..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나 자신이 얼마나 버겁고 무거웠을지
그런 굶주림에 처해본 적은 없지만 그 또한 상상이 되었다.
참. 한결같다.

이게 재능인 건가.. 노력인 건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크누트 함순은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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