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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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남자에 대한 숨막힐 듯한 사랑을 써내려간 이 책에는 정작 그 남자에 대한 묘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이 당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말했듯이 이 소설은 그 남자에 대해 쓴 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자신에게 가져온 감정들을 글로 불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반복되고 반복되어 지루할만도 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얼만큼 글을 끌어갈 수 있나. 하지만 나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불륜 이야기에(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남들과 말을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수작을 걸 때 그녀는 아연해진다.아니, 내가 이토록 한 남자에게 빠져 있는 것을 저 사람은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그녀는 아들들이 자신을 발정난 암코양이로 생각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만남을 좀 더 지속시키기 위해 그의 아내와 마주칠 자리는 의도적으로 피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헤어지고(왜 헤어지게 됐나는 역시 나와있지 않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격렬하고 단순한, 그를 향한 감정뿐인가보다) 그녀는 내내 기다린다.

새파란 책 표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 하지만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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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교육 가난한 교육
황용길 지음 / 조선일보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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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보통 때와 다름 없이 와글와글 떠드는 아이들을 향해 국어 선생님이 한 말씀 하셨다. 아직도 적성 교육의 허구를 믿냐고 하셨고 자신은 이렇게 엄한 교육을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며,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공감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받은 '열린 교육, 인성 교육, 적성 교육'의 결과가 우리 자신을 보면 뚜렷이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교실 붕괴 현상도 (물론 매스컴에서 부풀리는 것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고, 이것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다스리는 법보다는 즐겁게, 재밌게, 어렵지 않게 공부하는 것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공부란 원래 어려운 것이며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힌다. 학습 내용을 쉽게 할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을 달리 해서도라도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일텐데 이번 7차 교육 과정에서 새로 제작된 교과서에서는 어려운 어휘가 대폭 빠져버리고, 수학에서도 어려운 개념 따위는 나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하향 평준화를 이룩하자는 걸까? 바보들을 위한 교육일까? 우리 나라가 자꾸 실패한 미국 공교육을 따라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하소연은 이 정도로 끝내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렇게 공교육 개혁을 부르짖었음에도 자신의 딸 첼시는 유명 사립 학교에 보낸 이유, 사립과 공립의 차이로 더더욱 벌어지는 미국의 빈부 차이, 그리고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을 알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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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졸라 스페셜
김어준 지음 / 딴지그룹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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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확 깨는 딴지답게 이번엔 뒷면부터 시작해도 볼 수 있고, 앞면부터 펼쳐봐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그렇게 알맹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모두 DDanzi.com 에 가면 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편집이 아날로그스럽게 약간 촌티나는 분위기로(한 10년 지난 스포츠 신문 떠올리면 딱이다) 바뀌었단 것 외에는 별로...중간 중간 광고도 실려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딴지의 비판 + 엽기 정신은 광고에서까지 슬쩍 슬쩍 드러나 독자를 웃겨준다.

기사는 보다시피 고루고루 나와있다. 딴따라 딴지와 딴지 영진공, 딴지 관광청에서 골고루 뽑아온 듯. 그러나 역시 디지털 딴지만한 재미는 없다. 뭐 아쉽긴 하지만...억울하면 할 수 없다. 직접 원판을 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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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지음 / 김영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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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막 7장을 읽고서는 무슨 귀족의 수기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아무래도 저자의 험난한 삶의 여정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저자가 그토록 '난 보통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는데도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보통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잣대는 역시 노력의 여하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라는 것은 당연하고,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대단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어려운 가정 환경인데도 저자는 한 번도 그 점만은 비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5수의 과정 속에서도 한 번도 공부의 즐거움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점 또한 대단하다.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은 역시 '공부를 재밌게 여겼다'는 점일까. 그러기 정말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는 과학을 배우며 생활에 응용도 해보고, 수학의 피타고라스 정의를 막노동판에서 써먹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배우는 게 정말 재밌다며 웃는다. 역시 보통사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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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않는다
은희경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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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은희경씨의 작품은 기대한 것만큼 흥미롭진 않았다. 오히려 가장 재밌었던 것은 '우리들의 작문교실'이었었는데 이 작가가 공지영씨의 '미미의 일기'같은 장편동화를 써 본다면 멋지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은희경이 '우리들의 작문교실'을 썼다면 어땠을까. 주인공이 '새의 선물'의 진희처럼 영악해져서 위니를 마구 울리고 아저씨를 조종해보려 했을까? 소설이 흥미롭지 않으니 혼자 쓸데없는 상상까지 해본다.

송혜근씨의 '거울이 놓인 방'은 그녀의 소설집에서 읽었을 때는 괜찮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집 안에 있으니 오히려 확 튈 정도였다. 전경린씨도 조금 실망이었다. 동성애란 소재도 약간 식상한데 줄거리도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 전생 얘기를 하는 작가의 말은 멋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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