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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한 남자에 대한 숨막힐 듯한 사랑을 써내려간 이 책에는 정작 그 남자에 대한 묘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이 당연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말했듯이 이 소설은 그 남자에 대해 쓴 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자신에게 가져온 감정들을 글로 불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반복되고 반복되어 지루할만도 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얼만큼 글을 끌어갈 수 있나. 하지만 나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불륜 이야기에(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남들과 말을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수작을 걸 때 그녀는 아연해진다.아니, 내가 이토록 한 남자에게 빠져 있는 것을 저 사람은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그녀는 아들들이 자신을 발정난 암코양이로 생각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만남을 좀 더 지속시키기 위해 그의 아내와 마주칠 자리는 의도적으로 피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헤어지고(왜 헤어지게 됐나는 역시 나와있지 않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격렬하고 단순한, 그를 향한 감정뿐인가보다) 그녀는 내내 기다린다.
새파란 책 표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 하지만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