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보는 책 2
화장실에서독서를즐기는모임 / 그린비 / 1994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남아있는 자유로운 공간은 이제 화장실밖에 없다.
우리가 누려야 할 속시원한 시간은
이제 화장실에서밖에 없다.
모든 무거운 것들로부터 벗어나자.
자유롭게 낄낄 웃어제끼자.
온갖 노폐물들을 웃으며 배설하자.
가볍게, 즐겁게, 사랑하며 살자.'

책 뒷표지에 있는 이 글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듯. 그냥 시중에 많이 출판된 유머 모음집이다. 속장에는 친절하게 '긴급시에만 사용해 주십시오'라며 절취선이 그려진 종이 한 장이 있다. 뭐, 허무개그가 유행하는 시대에 이런 유머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재밌는 건 여전히 재밌는 거다. 그냥 웃자! Fun is fune, done is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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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마르그리뛰 뒤라스 지음 / 산호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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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창 밖은 새까맣게 어두웠고, 방 안은 따뜻했다. 그리고 집어든 이 책은 더없이 잔잔했고, 격정적이었고, 아름다웠고, 슬펐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녀는 그 누구보다 초라하다. 소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녀의 드레스는 커다란 푸대자루 같은 센스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남자 모자를 쓰고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30세의 중국 남자는 그녀의 어디에 끌린 것인가.

만남, 그리고 섹스, 만남, 그리고 섹스. 남자는 사랑을 원하지만 이 조숙한 소녀는 비웃는다. 그리고 외친다. 당신이 방에 데리고 들어오는 다른 여자들처럼 날 대해달라. 남자는 흐느끼고, 그녀는 곧 떠나게 된다. 프랑스로 떠나는 배에 올라탄 그녀는 점점 멀어지는 그 남자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깨달았을까.

배가 뭍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그 때, 길고 검은 그의 승용차가 보이고 그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난간에 몸을 기댄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슬퍼진다. 생활에 찌들어 그를 선택한 그녀였지만 그 장면만큼은 소녀의 남루한 차림새도, 남자의 사치스러워 약간은 천박하기조차한 취향도, 모순덩어리 소녀의 가족들도 모두 잊혀지고. 그 자리엔 둘의 시선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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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UFO 보고서
허영식 엮음 / 제삼기획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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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안타깝지만 로즈웰 사건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외계인의 눈을 해부할 때 잠깐 보여지던 것은 오렌지였다고. 호기심 천국이었던가? 그 방송을 보며 로즈웰 사건이 몽땅 허구였단 걸 알게 되었을 때 몹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요즘 유행하는 음모론으론 이것도 가뿐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 '호기심 천국'은 외계인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 류시원은 사실 ...블라블라.

이 책에는 UFO 목격자들의 이야기, 또는 외계인을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나도 '외계인이란 정말 있는 걸까?'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어'하고 눈을 반짝반짝 빛냈던 일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어떠냐하면- 사실 외계인 따위 있으면 있으라지, 하는 기분이다. 이 책에 실린 내용 따위 거짓이면 거짓이고 진실이면 진실이겠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 어쩌면 UFO 연구회 사람들은 세계 제일의 낭만주의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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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와 이베트 1
원수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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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러스트들은 너무나 예쁘다, 너무나 화사하다, 너무나 섬세하다. 그녀의 스토리 구성 능력도 그럭저럭 후하게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이 만화는 예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만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판박이다. 그 정도라면 용서할 수 있다. 원수 가문의 영양과 도련님의 사랑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이던가. 오히려 그런 극적인 상황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가 생겨나는 법이니, 좀 더 만화같은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야 그 정도 상투성은 인정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만화는 처음 그 '뻔함'에서 한 치도 빗겨나가지 않는다. 매력적인 양오빠 라우드스의 존재를 제외하곤.

비장미가 흐르는 '듯'한 선이 아름다운 순정물을 보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이 만화를 추천한다. 다만 약간의 지루함과 뻔함은 피할 수 없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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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Let 다이 1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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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난 동성애물은 그다지 접해보지 않아 이 만화를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극히 일반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내 눈으로 말하자면 - 이 만화는 끈적이지 않는다, 이 만화는 쿨하다, 이 만화는 밝다. 그러나 한없이 해맑은 듯한 두 소년은 은형이의 음울한 슬픔을 딛고서야 서로 마주볼 수 밖에 없었다는 이 모순.

제희와 다이는 너무나 극과 극의 인물이어서, 둘이 서로 교감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남과 여를 떠나서. 반듯하게 오린 모범생같은 제희(제희 자신은 그런 자신을 싫어하지만)와 그야말로 삐뚤어진 하드코어 문제아 다이. 렛 다이-. 제목을 보면 이들의 사랑이 참 격렬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참 맑다. 예쁜 그림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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