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과학혁명의 구조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홍성욱 옮김 / 까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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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정의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책의 존재와 주제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실제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다. 토머스 쿤의 이 책도 그런 고전의 반열에 발을 걸치고 있다. 게다가 소설도 아닌 과학에 관한 책이다보니 아무래도 읽은 사람의 수는 더 적을 것이다.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인 ‘패러다임의 전환’ 개념은 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겠지만 현재의 우리는 각종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적인 과학의 발견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라부아지에, 돌턴, 뉴턴, 아인슈타인, 그리고 그당시 새로운 이론이었던 양자역학까지 말이다. 물론 라부아지에나 돌턴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모른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책에서 그들의 이론에 대해 잘 설명해놓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거칠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떠한 이론이 ‘정상과학’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 이론의 정교화 혹은 교육을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시험기기를 발명하고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를 책에서 ‘퍼즐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실험의 결과에서 주목할만한 계속된 오차나 이론과 자연 현상의 차이가 발생하면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고 바로 기존 이론의 폐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 이론을 보완, 수정하지만 그럼에도 누적된 위기 상황에 결국 새로운 이론이 대두되어 과학자간의 이론 분쟁이 시작된다. 그런 이론 분쟁에서 살아남은 이론이 다시 ‘정상과학’이 되어 이를 되풀이한다. 이런 순환에 대해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에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러한 면이 없겠지만 과학사에 보면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이유로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중세 카톨릭은 천동설을 지지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갈릴레오 시대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수정한 타이코닉 천동설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경쟁하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갈릴레오가 받은 종교재판은 사실 성체성사의 실체변화(미사 때 받는 빵은 그냥 빵이 아니고 예수의 살이 되고 포도주는 단순한 포도주가 아닌 예수의 피로 변한다는 종교 이론)를 부정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과학은 외부의 영향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절반 이상을 뜻하지 않은 며칠간의 바다 여행에서 다 읽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내 책만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서재 친구분들이 나누던 대화 중에 있었던 ‘어떤 환경이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가’를 알게 되어 부수적인 깨달음도 있었다. 책을 모두 읽고 밤바다를 바라보다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패러다임이 변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패러다임의 자장 안에 있는 과학자들이 바뀌는 것이라고. 자연은 변하지 않고 단어의 뜻 그대로 자연하게 그자리에 있다. 단지 그 자연을 해석하는 이론과 사람이 변하는 것일 뿐 자연은 변하지 않는다.


며칠간 해산물을 먹으며 문득 일본이 정말 오염수를 방출하면 언제 괜찮아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혹은 아주 긴 시간동안 이런 음식은 먹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풀빌라라는 곳을 처음 갔는데 풀장의 창 밖으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보이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자연은 그대로 있으려 하지만 자연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거부하고 욕심으로 괴리를 자초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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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먼지 2023-06-09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아 대디님 여행 가셔서 심지어 풀빌라에서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이 머리 아픈 책을 끝내셨단 말씀입니까!! 이 책을 함께 읽어 달라던 쟝님은 가고😭 책만 남았군요!! 알기 쉽게 쏙쏙 어려운 내용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YDADDY 2023-06-10 16:09   좋아요 2 | URL
여행을 간다고 해서, 타인과 함께 있다고 해서 그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낮에는 정신없어서 밤에만 읽었어요. ㅋㅋㅋ 어쩌면 좋은 시설이라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도 모르죠.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내용이 많아 상대적으로 책에 대한 내용이 적네요. 꼭 과학이라는 분야에만 국한되는 개념의 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한번쯤 읽어보시기 바라요. ^^

건수하 2023-06-09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읽다 말았는데.. 이젠 좀 읽을 수 있을 것도 같네요 ^^ 잘 쉬다 오신 것 같습니다(?)

DYDADDY 2023-06-10 19:18   좋아요 2 | URL
무슨 일로 읽다 중단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느긋하게 2주 정도에 한 챕터씩 읽으신다고 생각하시면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쉰다는 개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마무리하고 싶었던 책을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너무 쉬어서(?)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다녀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2023-06-12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2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