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계급의식>은 마르크스가 함축하고 있는 혁명적인 점들을 헤겔 변증법 및 헤겔적 방법의 혁신과 계발을 통해서 다시 생동하게끔 활성화시키려는 당시의 시도들 중, 짐작하건대 아마 가장 급진적인 시도를 뜻한다. 이 시도는 당시 부르주아 철학 내에서 헤겔을 혁신하려는 사조들이 점차 강력하게 밀려왔던 상황으로 말미암아 더욱 적극적인 뜻을 지니게 되었다. 물론 한편으로 이러한 사조들은 헤겔이 칸트에 대해 행했던 것처럼 철학적 단절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며, 더욱이 다른 한편으로 그것들은 딜타이의 세례하에서 헤겔 변증법과 현대 비합리주의 사이에 이론적 가고를 놓고자 하는 방향을 좇았던 것이다. <역사와 계급의식>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윽고 크로너는 헤겔을 전역사에 걸쳐 가장 위대한 비합리주의자로 부각시켜 놓았으며, 그후 뢰비트의 서술에 이르러서는 마르크스와 키르케고르가 헤겔주의의 해체과정 중에 탄생된 두 평행선에 놓이게 된다. 이 모든 사조들과 비교해 볼 때 <역사와 계급의식>의 문제설정이 얼마나 현재적 뜻을 가졌는지는 뚜렷이 드러난다. 급진적 노동운동의 이데올로기라는 입장에 비추어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왜냐하면 플레하노프 및 그밖의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게 강조한 바 있는, 헤겔과 마르크스 사이의 포이어바흐의 중재역할은 이 책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나는-레닌의 철학연구가 출판되기 전 몇 년 앞서서-이 책이 출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헤스에 관한 나의 논문에서 마르크스는 헤겔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지만, 실상 이러한 입장은 이미 <역사와 계급의식> 중의 수많은 해설에 기초하였던 것이다. - P27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3-04-05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에 철학 카테고리의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이 책은 마르크스 변증법이 나올테니 사회과학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밖에 비가 많이 옵니다.
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4-05 00:36   좋아요 1 | URL
일명 빨갱이(?)다보니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고 읽는 편이에요. 북플에서 다른 분들과 친해지기 전에는 철학이나 사회과학 서적만 주로 읽었었어요. ㅎㅎㅎ
내일 하루종일 비가 오고 기온이 조금은 떨어진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패딩까지는 아니더라도 두꺼운 자켓 챙겨입으시길 바라요. 새신발 신으신다면 물웅덩이도 조심하시구요. 서니데이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노파심에 자꾸 말씀드리게 되네요. 따뜻한 밤 되시길 바라요. ^^

고양이라디오 2023-04-05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칼 포퍼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를 읽고 있습니다. 철학은 잘 모르지만 칼 포퍼가 헤겔, 마르크스를 비판하는 데 마침 <역사와 계급의식>이란 책이 있어 신기하네요ㅎ

DYDADDY 2023-04-05 10:47   좋아요 1 | URL
칼 포퍼는 비트겐슈타인과의 부지깽이 사건때문에 정치적인 철학자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씀하신 책은 그의 생에 마지막 저서인만큼 성숙하고 현명함이 녹아 있을 것 같습니다. 2006년에 출간된 것만 알고 있었는데 올해 재출간되었군요. 저도 읽고 싶은 책에 올려놓아야겠어요. 그가 비판했던 것은 역사주의(헤겔, 마르크스)가 필연법칙을 주장해서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축소시킨 것을 비판한 것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오르그 루카치는 문예비평가였지만 <영혼과 형식>이라는 책 이후로 마르크스주의자로 활동했어요. 최근 그의 책이 몇권 발간되어 페이퍼를 올리신 북친님의 글을 보고 오래전에 읽다 중단한 책이 기억나 다시 보고 있어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3-04-05 13:00   좋아요 1 | URL
저도 부지깽이 사건으로 처음 칼 포퍼를 알게 되서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 몰랐습니다ㅎ

네 맞습니다. 역사주의의 필연법칙을 비판했습니다. 추천드리고 싶은 철학자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