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계급의식>은 마르크스가 함축하고 있는 혁명적인 점들을 헤겔 변증법 및 헤겔적 방법의 혁신과 계발을 통해서 다시 생동하게끔 활성화시키려는 당시의 시도들 중, 짐작하건대 아마 가장 급진적인 시도를 뜻한다. 이 시도는 당시 부르주아 철학 내에서 헤겔을 혁신하려는 사조들이 점차 강력하게 밀려왔던 상황으로 말미암아 더욱 적극적인 뜻을 지니게 되었다. 물론 한편으로 이러한 사조들은 헤겔이 칸트에 대해 행했던 것처럼 철학적 단절을 그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은 결코 아니었으며, 더욱이 다른 한편으로 그것들은 딜타이의 세례하에서 헤겔 변증법과 현대 비합리주의 사이에 이론적 가고를 놓고자 하는 방향을 좇았던 것이다. <역사와 계급의식>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윽고 크로너는 헤겔을 전역사에 걸쳐 가장 위대한 비합리주의자로 부각시켜 놓았으며, 그후 뢰비트의 서술에 이르러서는 마르크스와 키르케고르가 헤겔주의의 해체과정 중에 탄생된 두 평행선에 놓이게 된다. 이 모든 사조들과 비교해 볼 때 <역사와 계급의식>의 문제설정이 얼마나 현재적 뜻을 가졌는지는 뚜렷이 드러난다. 급진적 노동운동의 이데올로기라는 입장에 비추어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왜냐하면 플레하노프 및 그밖의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게 강조한 바 있는, 헤겔과 마르크스 사이의 포이어바흐의 중재역할은 이 책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나는-레닌의 철학연구가 출판되기 전 몇 년 앞서서-이 책이 출판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헤스에 관한 나의 논문에서 마르크스는 헤겔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지만, 실상 이러한 입장은 이미 <역사와 계급의식> 중의 수많은 해설에 기초하였던 것이다. -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