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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에는 일기에도 짜증이 줄줄 흐른다. 인간이 일기를 쓰는 목적은 이런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p.035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내년까지 떡이란 것의 맛을 모르고 지내야 한다. 나는 고양이지만 이때 하나의 진리를 깨우쳤다.
<얻기 어려운 기회는 모든 동물로 하여금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도하게 한다.>
<모든 동물은 직관적으로 사물의 적합과 부적합을 예지한다.>
<위험에 처하면 평소 할 수 없었던 일도 하게 된다. 이것을 천우(天祐) 라고 한다.>
<인고를 거치지 않은 안락은 없다.>
p.039
세상에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자신은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 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에게는 죄가 없다고 자신하면 당사자의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남이 처한 곤경이 그 편한 마음 덕에 소멸되지는 않는다.
p.191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을 아는 것은 생애의 큰 과업이다. 자신을 알고 있다면 인간도 인간으로서 고양이보다 더한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나도 인간이 인간 자신을 아는 날에는 이런 짓거리를 당장 그만둘 생각이다. 자신을 아는 인간을 두고 이런 장난 같은 글을 쓰는 것은 미안한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코 높이를 스스로 알 수없듯이 인간이 자신을 깨닫는 일이란 좀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p.444~445
와우~~괜히 나쓰메소세키라는 이름이 이렇게 유명한게 아니었구나를 그냥 완!전! 납득하게 된 책이었다.
한 고양이가 구샤미라는 영어 선생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고양이의 시선으로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며 인간들을 알아가는 이야기인데..고양이가 인간보다 훨씬 인간적인거 같고..고양이의 시선으로 한걸음 물러나 인간들을 관찰하다보니 어쩜 저렇게 허세가득하고..겉과 속이 다르고..하나같이 못봐주게 생겼는지...에휴~~~
오히려 이름조차 없는 이 고양이가 휠씬 철학적이고 모든걸 초월한듯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떡을 먹다가 난리치면서 진리를 깨닫는 장면에서는 완전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는데..
점점 내가 상상했던 그런 가볍고 위트넘치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고 그 시대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과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사업가들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모습..자신들끼리만 뭉쳐서 타인을 욕하는 모습..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인간들의 위선과 어리석음은 타고난 본능인건가 싶기도 했다..
인간이 최고라며 다른 생명체들을 발 아래에 두고 살아가지만.고양이가 보기에는 하나같이 그저 우스울 뿐..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소설이고 요즘 소설들처럼 가독성이 완전 좋고 반전이 있고 전개가 빠르지는 않지만..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책이었다. 이래서 고전 고전 하는거 같은 이유도 알꺼 같기도 하고..재미있었다!하고 끝나버리기보다 여운도 훨씬 길게 남는거 같고..특히 마지막이 생각지도 못하게 허무한듯 했지만 그런 마지막이 이 소설에 딱 맞는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나 싶었다.
기쁘고 기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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