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어. 아마 선생님이 짐작하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야. 결핍이 디폴트인데 그 결핍과 눈 총과 시련에 감사하는 기도를 아침저녁으로 입에 담고 사는 일상. p.087이런 파티에 저런 값비싸 보이는 술과 음식을 대고 연주자를 초청할 돈이 있다면 차라리 각 단체에 지원금이나 더 올려주지. 그들 입장에선 아낌없이 지원을 해준다고 하는 거겠지만 아이들이 살아 있고 자라나는이상 여기는 밑 빠진 독과 마찬가지인데. 기업들이 세상에다 대고 있는 대로 티를 내는 행사를 통해 자기네 위신도 세우고- 대충 우리 이런 거 했다. 사회적 책무를 다했으니 세금 좀 덜 때리고 건들지 좀마라-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함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업체의 속사정이 나 같은 사람과는 하등 상관없으니까 마음속으로 투털거렸어p.093진실이든 진심이든 그건 사람의 진정한 삶에 속해 있는 거라고 보통 간주되곤 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삶을 구태여 살아가기까지 하는 건 바라지 않았고. 삶을 산다는 감각 정도만 남아 있으면 그만이었어. 삶과 비슷한 뉘앙스를 띤 무언가면 그걸로 충분하지. 그게 꼭 삶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p.152반대로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 없다고도 하는걸. 각자 자기 몫이 있어.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고, 작다고 해서 작게만 살아가란 법도 없고, 전혀 없다고 해서 없이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p.174이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완벽히 증오할 수 없게 되고 마는데. 내가 견뎌야 하는 것이 고통과 모욕이 아닌 환희와 열망의 중첩이 되리라곤 생각 못했는데.p.256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장 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p.344아!진짜! 구병모! 이번에 신작이 나왔을때 너무나 많은 리뷰들이 올라오는걸 보고서 구병모 파워를 실감했는데..모두가 읽으니 괜시리 바로 읽기 싫은 변태같은 마음에 미루고 미루다 읽었는데..역시 내 스타일 작가님이 확실하다!천선란 작가님의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라는 작품의 소개글에 박정민 배우가 '자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온 것이냐고' 묻는 글을 봤는데..난 구병모 작가에게 오히려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작가님은 대체 어떤 사랑을 해 오신 건가요~~남편과 이혼하고 입주 읽기선생님 면접보러 간 대저택의 정원에서 일반사람이라면 단 한번도 상상조자 하지 못할..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보게 된 나..진실을 말하라며 사람하나를 거의 죽다싶게 상처를 내고..그래도 답하지 않는 그에게 한 아가씨가 다가와 상처에 손을 대더니 그가 끝내 말하지 않은 비밀을 말하고서 집으로 들어가는데..그런 장면을 보고서도 도망가지 않아서인지 그집의 주인이자 성공한 사업가 문오언은 나를 입주 선생님으로 합격시키고..기묘한 대저택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데..'나'를 통해 그 집의 일상들과 아가씨라는 존재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등을 알수있었고..아가씨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살아온 삶과 그녀의 능력등을 알수 있었지만..우리는 마지막까지 문오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수 없었다.스스로 상처입히면서도 읽어주길 바랬지만 끝까지 거부한 아가씨로 인해 우리도 그를 알수 없게 되었고..처음에는 보스가 상처를 읽는 소녀를 감금해서 일어나는 르와르 장르인가? 싶었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너무나도 확실한 로맨스 소설이라는거~~뒷부분에 상상도 못했던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한층 고조시키다가..마지막 결말에 실망하신 분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던거 같은데..문오언과 아가씨의 결말은 이럴수 밖에 없는게 아니었을까싶다..아가씨가 마지막순간 읽은 문오언은 그의 행동으로 이미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수 있지 않은가..나에게는 너무나도 '호'였던 절창!#절창 #구병모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