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44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얼마나 행복한 운명인가! 그렇게 앉아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고, 과거의 소녀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게다가 시인이라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인간의 운명인가. 내가 이 세상 어딘가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버려진 시골 집에서 살 수 있어 그런 시인이 되는 것을 생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 내겐 방 하나만 있으면 된다. (밝은 다락방이면 더 좋겠다.) 나는 나의 오래된 물건들과 가족사진 그리고 책들과 함께 그 방에서 살고 싶다.
p.048

사람들의 입에 그대 이름이 오르는 것을 바라지 마라. 장난으로라도 절대 그러지 마라. 시간이 흘러 그대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것을 보더라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 이상으로 그대의 이름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그대의 이름이 더럽혀졌다 생각하고 이름을 버려라. 다른 이름을 갖도록 해라. 하느님이 밤에 그대를 부를 수 있도록 다른 이름을 가져라. 그리고 사람들의 눈에서 그 이름을 숨겨라.
p.089

넌 만이다,말테야, 소원을 비는 것을 절대 잊지 말거라. 소원을 비는 것은 포기하면 안 돼, 소원이 다 성취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평생을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소원도 있어, 그러다 보니 어쩌면 성취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지.
p.095

마리아릴케라는 이름을 시인으로만 알고있었는데..그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라는 이야기에 읽어보고싶었다.
을유고전소설이 재미를 추구하는 나에게는 좀 어려운 시간이긴 하지만..고전소설이 주는 그 매력과 그 문장들에 도전하고싶은 욕구가 생긴단말이지~~
이 소설은 일반 소설과는 다른..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야기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내용도 아니고..그렇다고 같은 스토리로 시제가 섞여 있는 것도 아니고..말테라는 한 남자의 생각들이 담긴 소설이라고나 할까..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이 떠오르기도 한 느낌이랄까..
릴케 본인의 마음을 말테라는 주인공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고 있는듯 하기도 했고..그래서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던것 같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말테라는 청년이 느끼는 고독과 죽음 두려움..그런 감정들이 오롯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삶이 끈질기게 남아 있던 벽 애래쪽의 흰색 공간..긁힌 자국. 벽지 아래쪽의 습기. 찢긴 벽지 조각들. 지저분한 얼룩들..그 모든 곳에 배어있는 삶들이 어떤 삶들이었을지..궁금하기도 하면서 괜히 시인이 아니구나를 읽으면서 알수 있었다.
확실히 쉽지 않은 책인건 맞다. 그의 상념들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고..뭔가 사건들이 크게 있거나 하지도 않으면서 말테의 개인적인 상념과 고민등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난해하기도 하고..ㅠㅠ
하지만 문장 문장의 아름다움들과 그 문장에 녹아있는 그의 감정들이 너무나 와닿을 때가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던것 같다.

#말테의수기 #라이너마리아릴케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