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다.존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 '고요한 결심'이라는 제목부터 너무너무 좋았는데..문장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좋은지..프랑스에 살고 있는 작가님의 시어머니 아를레트가 스위스 조력사를 선택하고 날짜가 정해지는 동안 함께 지내는 일상들..자신의 존엄을 선택한 그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늙어감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다 너무너무 좋았다.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는것 같다.얼마전 수술하시느라 병원에 입원해계시고..퇴원해서 두달만에 수술부위가 터져서 응급실에 실려가시고 재입원하셨던 아부지..퇴원하는날 아빠를 집에 모셔다드리는 차안에서 많은 얘기를 했드랬다.사람을 너무 좋아하시고 한 기관의 고위층에 오랜기간 몸담고 계셨었기에 주위에 항상 사람이 많았던 아부지가 병원에 입원해계시는 그 기간이 너무나 힘드셨었나보다. 연세가 70이 넘으셔서 이제는 주변에서 갑자기 떠나시는 지인들도 계시고..몸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피를 보고서 직접 119에 전화를 하시면서 진짜 많이 놀래셨는지 죽음이 너무 가깝게 느껴지셨다고 말씀하시던 아부지..본인의 삶은 딱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라고...스스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손길에 맞춰 움직이는 삶은 삶이 아닐꺼라시며..한숨을 내뱉으시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났다.집안 내력이 건강하지 못해 외삼촌들이 다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다 내가 너무 어릴때라서 죽음이란게 뭔지 잘 모를때였다. 그래서 아직까지 누군가의 떠남에 대해 경험해보지 못해서 감히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안된다.사람은 참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내 부모님은 병실에 누워있더라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계셨으면 좋겠고..만약 내가 병으로 인해 내 의지대로 생활할수 없게 된다면 죽음을 선택할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책 읽으며 혼자였던 작가님의 친구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 나 역시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될텐데..예전과 다르게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오롯이 혼자서 늙어감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싶다.죽음이라는 단어는 삶이라는 단어와 뗄수 없기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타인의 죽음을 마주할때는 그 사람과의 함께했던 기억이 영원히 남아있기에 그 기억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내 죽음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남겨진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때 슬퍼지지 않게...또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내 삶에 대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물론 지금까지도 그래왔기에 지금 당장 사고나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해도 전혀 두렵지 않은 1인이긴 하지만^^가족력을 내려받은 몸뚱이라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아픔과 함께 시작하고 있지만..이 질병이 심해져서 스위스 조력사 조건이 충족되는 시기가 찾아오면 망설임없이 신청할꺼라고 조카들에게 오래전부터 얘기해왔어서 이 책이 더 끌렸었다.엄청 무거운 내용일꺼라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문장들이 너무나도 좋고..삶에대한 태도와 존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생각할수 있는 너무 좋은 책이었다.어떤이에게 삶은 '죽지 않으려는 욕망'이지만, 또 어떤 죽음은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문장'이 되기도 한다. -여는 글낯선 자신과 자율성을 잃어가는 전선에서 버티는 싸움. 노모의 목소리는 내 늙음을 먼저 말해준다. 그녀가 잃어가는 것들은 언젠가 내가 잃게 될 것들이다.p.041죽음이라는 완전한 소멸 앞에서 우리가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기억이다.p.051~052사람들은 늙음이라는 불편한 거울 앞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안에 고유한 삶과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도 잊는다. 아이처럼 챙겨주지만, 대화하지 않는다. 배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회피다. 침묵의 방에서 노인을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눈을 맞추고 질문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자기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p.061삶은 그다지 허무하지 않다. 우리는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p.105죽음을 준비한다는 건,결국 살아있는 동안 곁에 있는 이들과 관계 맺는 일이다. 죽음은 삶의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지만, 슬픔은 그 문장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말해준다.p.129애도는 사라진 자리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를 기억으로 다시 채우는 일이다.p.245#고요한결심 #이화열 #앤의서재 #에세이 #신간 #책추천 #존엄 #스위스존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