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의 사랑 거장의 클래식 6
딩옌 지음, 오지영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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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줘는 마침내 아버지를 만났다. 백골이 되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어쨌든 만난 셈이었다. 한 번의 만남이었으나 오래 방황하던 마음이 마침내 자리를 잡은 기분이었다.
p.076

삶의 기질은 타고난 운명의 결과다. 그 신비한 운명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에 각기 다른 질서와 복종의 암호를 만들어내면 그들의 목표와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근원이 다른 두 개의 물줄기가 각자 굽이쳐 흐르면서 서로 다른 것을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과 같다.
p.119

어떤 일은 타인과 함께해도 그 과정에서 느끼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다. 튀쥔은 문득 몹시 피곤했다. 모든게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건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겪고 있는 일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사랑은 없을지도 모른다.
p.207

어떤 인물이나 사건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실은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지러씨 부부가 아이를 가지려고 애쓴 데에도 단순히 아이를 갖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p.341

"세상에 정해진 규칙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그걸 다 지킬 수 있겠어? 사람은 자신의 진심을 회피하면 안 돼. 그 마음 앞에 자기 자신을 놓아야 해."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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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선하고 독특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제목부터 표지까지 완전 취향저격!
장편소설인줄 알았다가 단편소설들이어서 살짝 실망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서 좋았다.
중국인데 무슬림이 등장해서 엥? 하는 사람들도 있을것 같은데..
나는 여행유튜브를 통해 이미 회족이나 장족들이 무슬림이라는걸 알고 있었고 소수민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본적이 있었기에 그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읽어갔다.
첫번째 이야기 속세의 괴로움부터 어찌나 좋던지~~
티베트 고원에 있는 사원에서 자라 비구니가 되고자하는 샤오줘..
비구니가 되기전 어릴적 자신을 떠나 본 가족에게 돌아간 아버지를 한번만 만나보고 결정하라는 엄마의 뜻에 주소가 적힌 종이한장만 들고 떠나온 그녀는 고모에게서 아빠가 티베트고원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돌아오지 않을거라는 편지만 보내고 십년이 넘는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비구니가 될거라는 샤오줘의 말에 아버지의 가족들은 모두 무슬림임을 알게 된다.
고모가족과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다니다 13년전에 이미 살해당한채로 그의 집우물에 유기되었음을 알게되고 다시 돌아온 사원에서마저 적응하지 못한채 혼란스러워하는데...
결국 종교도..사랑도..샤오줘를 혼란스럽게 만든 모든것으로부터 떠나는 샤오줘..그녀가 평안을 얻기를 조용히 빌어본다.
책 제목과 같았던 설산의 사랑. 이거 너무 좋았다구.
마씨 가문이 운영하던 골동품 가게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곳에서 일하던 점원 자시가 사망하자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하는데 한번에 큰 금액을 지불하지 못하게 된 마씨 집안은 자시의 집안에 아들 마전을 거의 인질 식으로 보내게 된다.
자시의 집에는 할머니와 자시의 여동생인 융춰 두 여인만 살고 있었는데..
눈 내리는 설산의 라브랑 사원의 풍경과 그곳에서 그림이라는 예술로 공통사를 갖고있는 마전과 융춰..피해자 가족과 피의자 가족.. 이슬람과 불교..함께 섞일수 없이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숨기려는 그 애틋함..
마니차를 돌리며 매일 기도를 하는 할머니의 신암심.. 라브랑 사원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문화의 그림들..
배경마저도 이국적이어서 너무 좋았다.
샤우줘아빠집의 우물.라브랑 사원. 수선집 앞의 아프리카봉선화도 그렇고~~자카트의 칭하이 호수까지..글을 이미지화 시키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인것 같은 느낌..
소설속 대부분의 이야기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어요~~가 아닌 진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감정과 각자가 가지고있는 신념..그리고 타협..등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을 쓰는 작가인거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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