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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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살아지고 다 죽어진단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죽어야지. 그게 내 꿈이야. 소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p.094

그런데 나이란 건 말이야, 하나의 옷 이에요. 입고 싶지 않은 미운 옷. 벗을 수도 없고 점점 두꺼워지기만 하지. 미운 옷을 입으면 어떻겠어? 사람이 안 예뻐지잖아. 똑같은 행동을 해도 늙은이가 하면 추하고 못나 보이지. 그러니까 말이라도, 행동이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 되는 거야.
p.099

그렇다면 자본주의 끝단에서 존엄의 다른 이름은 돈인 걸까.
p.168

-왜 저런 방식으로 일하지? 로봇이나 기계로 해결될 것들을 왜 구닥다리 옛날 방식으로 하는 거야?
오베론이 나를 애처롭다는 듯 바라보며 내놓은 대답이 잊히지 않는다.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아무리 인건비가 오른다고 해도 결국 세상에서 가장 싼 건 사람이야.
p.204~205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삶 자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무서워졌어. 외롭고 좁은 길을 나 홀로 끝없이 걷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거든,
p.229

손원평이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읽고싶었던 소설..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을거라 생각한다..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기대감이 크기에 실망도 크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역시나 너무 쉽게 읽힌다. 가독성도 좋아서 순식간에 읽어갈수 있다.
이번에는 또 일기형식이라 신선하기도 하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거에 비해 담고 있는 주제는 쉽지 않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했지만..현재의 모습과도 너무나 많이 닮아있기에 두려움을 느낄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노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젊음의 나라'라는 제목을 선택한 작가님.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인해 역피라미드 모습을 띄게 된 미래.
정부는 노인복지에 수많은 세금을 쓰고 있고..젊은이들은 열심히 일을하고 돈을 벌어도 노인들을 위한 세금이 수없이 차감되는 월급 명세서를 받고 절망할수 밖에 없다.
주인공인 29살의 나라는 시카모어 섬에 들어가는걸 인생 목표로 삼고 있는 여성이다. 시카모어 섬은 심사를 통과한 35세 이하의 청년 60퍼센트와 슈퍼 리치 시니어 30퍼센트로 이루어져 누구나 최고의 삶을 누리는 꿈의 섬으로 불리고 있다.
30퍼센트의 슈퍼 리치 시니어를 위한 모든 일들을 처리하는 청년들..하지만 그 청년들은 시카모어 섬에서의 모든 복지를 누릴수가 있기에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직장일수밖에 없다.
시카모어 섬과 협약된 재단인 노인복지시설 유카시엘. 그곳에는 유닛A부터 유닛F까지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나눠져있는데.. 숙박업체에서 객실정리를 하던 나라가 ai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고..생각지도 못했던 유카시엘 재단에 상담사로 입사를 하게 되며 모든 유닛을 거쳐가며 각 유닛에서 지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나라의 눈을 통해 바라본 노인들을 함께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편 나라의 룸메이트 엘리야는 외국 이민자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다문화 가정이기에 차별을 받아왔다고 분노를 표출하고..자신이 노인복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왜 자신의 노동력의 대가에서 노인을 위한 복지비로 그렇게 많이 나가야하냐며 노인 혐오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는 인물이다.
엘리야를 등장시키며 다문화 가정과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들과 그들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준다.
주인공 나라의 엄마는 혼인신고 하지 않아도 모든 혜택을 누릴수있는 법안이 통과된 후 임신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지 않고 나라를 낳았지만 세상은 한부모 가정 자녀에게 차별의 눈빛을 보낸다..
이 책은 고령화 문제와 노인 혐오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도 한부모 가정 . 존엄사. ai로 인한 일자리 문제. 다문화 가정.일인가구 등의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모두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현재의 우리들이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얼마전 오랜만에 찾은 뷔페식당에 로봇이 접시 치우는걸 보고 직원이 정말 많이 줄었구나하고 그럼 저일을 하던 알바생들은 일자리를 잃었겠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점점 기계화 되어가는 세상속에 젊은이들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들 하고..평균수명이 늘어가면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비 또한 늘어갈수밖에 없고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와 노인들이 일할수 있는 일자리들도 늘어가면서 청년들과의 갈등 역시 늘어나는것 같다. 엘리야가 아주 극단적으로 노인혐오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을 들으며 모두가 욕할수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어린이가 되고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어간다. 처음부터 노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들 때문에 노인을 공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게 된 현실이 아프다..예전에 우리는 노인에 대한 공경심을 당연한 거라 배웠었는데..그분들이 힘겹게 살아오신 세월 위에 우리가 발을 딛고 살고 있다는..그분들의 고마움을 아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지금은 돈을 공경하는 사회가 된 것만 같아서...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이 고마웠다.

#젊음의나라 #손원평 #다즐링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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