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언어가 한 사람의 가장 짙고도 깊은 바탕색이라고 믿었다. 과거의 모든 흔적을 대뇌에서 지워낼 방법이 없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의 모어를 바꿀 수 없다.
p.087

감각이 상실된 몸은 정신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보호할 수 없다. 고통의 기능이 보호라는 모순. 그렇다면 신시민의 뇌에 심어진, 미지근한 온도에도 녹아버릴 눈송이 같은 얇기와 크기를 가진 '총감칩( 總感cip)'은 신시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위험으로 이끄는 것인가. 하지만 이 역시 둘다 품고 있을 확률이 높다. '보통의' 혹은 '자연의' 상태는 언제나 양가적인 면을 동시에 품고 있었으므로.
p.215

총감침의 결합률이 100퍼센트인 신시민은 몸의 감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으며 이는 욕구에서의 해방을 의미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리적인 욕구들은 물론이거니와 고통에서의 해방은 안전해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벗어나게 했다. 안전 욕구에서의 해방은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에서, 사회적 욕구의 해방은 집단에서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 종착지는 자아실현의 욕망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p.223


우선...표지가 너~~~무 예쁘다. 진짜 예쁘다. 띠지 사랑하는 1인인데 띠지를 벗겨야만 했던 첫번째 책이었다^^;
애정하는 작가님들 김초엽.김청귤. 천선란 그리고 낯선 중국 작가님 저우원. 청징보.왕칸위 이렇게 6명의 작가들의 단편모음집.
우선 역시 김초엽! 책 읽으면서 얼마나 상상을 많이 했는지..안그래도 요즘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인간의 뇌를 데이터로 옮긴다는 소재들을 자주 접해서리..그거에 대한 공포? 비스꾸리무리한 감정이 있는데..이런식으로 접근하실줄 몰랐다.
실체가 없는 정신..감각...몸이 없다는 그 느낌이 어떨지..실제로 내 몸에 만져지거나 고통을 받거나 그런 감각이 내 생각안에서만 존재한다면...살아있다는 느낌조차 사라지려나?
언어가 기억과 관련있다고 말하는 저우원 작가의 '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
한 사람을 잃지 않기위해 언어를 지키려는 필사적인 노력..그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어낸거 아닐까..
김청귤 '네.죽고싶어요' 는 반전을 맛볼수 있는 이야기였다. 능력에 따라 신체의 어느부분이든 이식할수 있는 미래..거대 싱크홀이 생겨 수많은이들이 사망하고 주인공도 자신이 그안으로 자진해서 뛰어든것만 생각나는데..반투명으로 깨어난 주인공..
백중날에만 열리는다방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곳에서 자신이 싱크홀로 뛰어든 이유와 아직 하지못한 일이 떠오른다..좀 많이 감동이었다구!
청징보의 '난꽃의 역사' 천메이란~~~마지막에서야 한번에 이해가 쏵!
천선란스러웠던 '철의 기록'
개인적으로 천선란 작가님 책 스타일을 좋아해서 이 내용도 역시나 좋았다.
뇌에 칩을 박아 모든 고통.맛.감정이 사라진채로 옴니아에게 제어당한채로 살아가는 신시민..하지만 그 안에 인간으로써..인간이라면 가져야할 감정이 깨어나고 있는 주인공이 있고..그녀는 그녀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신시민들에게 인간으로써의 감정을 깨우려 한다. 욕망이 사라진 삶을지속하고 싶은 이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고..개인적으로 감정없이 최고의 결과만을 보는 인공지능이 나는 너~~~무 무섭다.. 이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는게 지구에 좋은 결과라는 결론이 도출된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간들은 해칠수 있을지도...
마지막 왕칸위의 '옥 다듬기'
감각을 공유한다는거..그게 과연 좋은일일까?
식물인간을 깨우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였다지만 실패..
만 16세가 수술하기에는 부작용.
읽으면서 이럼안될텐데..했던 생각들이 계속 결과로 나타나서 이 책 뭐지?했었는데..마지막이 대박!
결국 망해서 쓰레기로 분류되어 버려진 나노칩..
감각을 공유하는 나노칩이 땅에 버려졌을때 무슨일이 생길것인가..
너무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했던 6개의 단편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라고 하지만..인간의 몸이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특히 김초엽 작가님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을 통해 몸이라는 이 실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그저 몸뚱아리가아닌 '몸'이라는 육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던것 같다.

#다시몸으로 #래빗홀 #김초엽 #김청귤 #천선란 #저우원 #청징보 #왕칸위 #여성sf작가 #sf단편소설 #래빗홀클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