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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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재니스에게 남긴 딜레마는 이것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순간을 찾는 것일지 모른다. 본머스 경찰서에서의 그런 순간. 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오후, 러시아 찻집에서의 그런 순간.
p.128

"하지만 실화일 때는 누군가가 '하지만 저들도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걸 견딜 수 없어요. 왜냐하면 현실에서. 네, 바로 그거예요, 제 삶에서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쁜 사람과 힘든 일을 견디며 살아야 하니까요."
p.177

"자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재능과 선함, 용기가 숨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다고 했지. 그렇다면 악당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도 몇 개쯤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 나는 악당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
p.275

"그런 일을 겪게 해서정말 미안해."
"나한텐 언니가 있었잖아. 그걸로 됐어."
p.369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흡날리듯 나쁜 기억을 흘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
p.391


얼마전에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인데..
왜 난 내 삶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인듯한 기분인걸까..
주변인들의 감정과 상태 등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고 살았던건 아닌가..
그러다 이제부터는 내 감정과 내 삶에 더 집중하고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더랬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이 그래서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는 없으면서 타인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청소 도우미 재니스.
재니스는 캐임브리지 여러 집에서 청소 도우미를 하면서 각 가정의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도서관에 차곡 차곡 수집하며..그저 청소 도우미가 아닌 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있다.
하지만 재니스는 타인의 이야기를 너무도 잘 들어주지만..자신의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채로..예전의 나처럼 타인들의 삶에 청소 도우미라는 역할의 조연처럼 살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러다 전직 스파이였던 B부인의 집을 맡게 되고..까칠하고 괴팍하고 범상치않은 포스를 풍기는 B부인. 다른 이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할줄 알았던 재니스는 반대로 B부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교묘한 B부인의 대화스킬에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는데..
그저 듣는사람이었던 그녀가 대화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
이야기는 보관만 되면 이어지지 않고 함께 나눠야만 이야기가 된다는 거..
B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녀들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기 시작하면서 재니스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모두가 '드디어?'라고 말한 남편과의 헤어짐.
지리학을 가르칠것처럼 생긴 버스기사와의 운명같은 만남.
그리고 그녀에게 힘든일이 생겼을때 청소 도우미라는 직업때문이 아닌 친구 재니스로써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친구들..
자기 혼자서 마음 속에 꽁꽁 묻어두고 죄책감에 빠져살던 재니스가 친구들을 통해 위로 받고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
나 왜 눈물나는거냐고!
재니스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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