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에게 여성은 이상한 성이자 적에 해당하는 성별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p.102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여느 남자처럼요. 로버트 드니로가 체중계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겠어요? 절대 아닙니다. 토니 소프라노가 자기 세대의 가장 섹시한 남자가 되기 전 너무 뚱뚱하지 않은가 고민했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p.212

80년대부터 영화산업은 여러 해방 운동의 흐름에 가장 억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답변을 선언하는 책무를 맡았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내놓았죠. 여성의 용도는 욕망 혹은 강압의 대상이 되는 것. 흑인의 용도는 가사 일을 하거나 춤을 추는 것. 뚱뚱한 사람의 용도는 사람을 웃기는 것. 혁명가의 용도는 처단당하는 것, 가난한 사람의 용도는 배곯아 동정받다가 친절한 부자에 의해 구원받는 것, 외계인의 용도는 제거되는것등등.
메시지의 형태는 유혹과 광고의 언어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지성에 호소하지 않습니다. 분별없는 사람들에게 직접호소합니다. 부자 만세, 권력자 만세, 전쟁 만세.
p.235

제가 스스로를 요령 좋은 중독자라고 생각할 때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저 혼자였다고 현실이 일깨위주는 느낌입니다.
p.274

당신은 개자식처럼 행동했어요. 요즘 전형적으로 보이는 유형이죠.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평등하게 대하는 척하는 사람 말입니다. 어른으로서, 온전히 홀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길 바랍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찾는 일이죠.
p.327

서로 주고받는 메일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었다.
사십대의 유명한 작가 오스카. 그는 자신의 젊은시절 동경했던 아름다운 여배우 레베카를 우연히 보게 되고 50대가 된 그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인스타에 올리게 된다. 그 글을 보게 된 레베카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고 시작하는 메일을 오스카에게 보내면서 소설은 시작되는데...
알고보니 레베카는 오스카의 누나와 어릴적 친구사이였고..둘은 계속해서 메일을 통해 대화를 주고 받는데..오스카는 자신의 책 홍보담당자였던 조에에게 미투를 고발당한 상태였고..마약과 알코올에 의존해서 살던 말 그대로 개자식이 분명했다.
사실 처음에 그가 레베카에게 자신은 조에가 말하는 그런 행동들을 한 적이 없고..조에가 페미니즘 블로거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여서..오스카의 행동을 오해한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했었는데..
정말 큰 문제는 그런 모든 행동을 다 했음에도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처음에는 오스카에게 화를 내던 레베카. 계속된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둘은 점점 친구같은 관계로 변해가는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하는 형식이 아니고..오롯이 나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인 입장에서의 내 이야기를 쓰는 편지이기에 서로의 입장이 어땠는지 읽는 사람으로써 더 와닿았던거 같다.
남들이 보는 오스카가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오스카. 그리고 배우로써의 레베카가 아닌 한 여자이자 인간으로써 연예계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는 자신의 입지와 주변의 시선들..
둘의 메일에는 미투. 마약. 알콜중독. 퀴어. 코로나. 사이버불링 등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개자식이었던 오스카가 파니라는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모습이 조에에게 파니였겠구나..그리고 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은 한번도 마약하는 모습을 보여준적 없다고 생각했지만 딸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은 항상 약에 취해있는 모습이었다는거..그리고 누나인 코리에게 맞은 기억만 있던 그가 사실은 2년넘게 누나를 괴롭혀서 참다못해 그랬었다는 사실 등.. 자신이 행했던 모든 행동들이 자기 안에서 왜곡되고 나에게 유리하게만 기억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점점 개자식에서 자식으로 변해가는 오스카를 통해 희망이 엿보이기도 했다.
마약에 의존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했던 레베카와 오스카가 약물치료모임인 NA에 참여하면서 약에서 멀어지고..마약에 의지하기보다 주변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되는 모습도 좋았던 소설..
제목부터 강렬하고 내용도 완벽했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모임에서 다함께 읽고 대화하기 좋은 책일듯 싶다.

#친애하는개자식에게 #비르지니데팡트 #비채 #페미니즘 #미투 #사이버불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