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
송광용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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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겪으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절로 생겨나는 건 아니라는 것. 그건 오히려 개인의 역량과 관련이 있다. 속 깊은 곳에 문혀 있던 배려와 선의가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서 발현되는 것이다. 그건 새로 생겨나는 게 아니고, 씨앗처럼 보잘것없는 상태로 문혀 있던 것에 가깝다.
p.053

"저 고양이들에게 위험은 공기 같아. 하루아침에 사람의 장난으로 가족이 죽고, 거짓말 같은 사고로 늘 다니던 길에서 사라지지. 그런 일엔 아무 이유가 없어. 그저 고양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이야. 자신에게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하루하루 지내는 거야. 우리 같은 집고양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p.090

난 녀석의 목덜미를 한 번 더 힘차게 핥아주었다. 나와 녀석은 둘 다 사람들의 경계 바깥에 있었지만, 그 녀석은 내 경계 안에 들어와 있었다. 아무리 세상 끝 경계 바깥에 있는 존재라도 자신의 경계 안에 누군가를 들일 수 있는 법이다.
p.107

"기억이야. 너를 너로 만드는 거. 기억이 사라지면 자신을 잃는거야. 껍데기만 남는 거지."
p.139

주변의 선의들이 지금까지의 나를 있게 했다. 나는 베푼 선의보다 받은 선의가 훨씬 많았다. 받은 걸 흘려보내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p.163

"아웃렛, 어떤 기회는 받는 존재 말고 주는 존재에게 더 절실한 법이야. 이건 너만을 위한 일이 아니야.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죽으면서도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것을 만들어두고 싶은 거야."
p.206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는 것부터 일단 눈물 예약을 하고 시작했다.
집에서 태어나 집고양이로 살던 흰 고양이가 집사와 자전거 산책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고..자전거 곁을 지키다 자전거를 싣고 가는 용달차에 올라탔다가 아울렛 주차장에서 스스로 '아울렛' 이라는 이름을 짓고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
집냥이었다가 길냥이가 된 아울렛의 기억과 현재의 이야기들인데 가볍게 읽을 수 만은 없었던것 같다.
길냥이들이 겪는 죽음이라는 일상.
동물들을 쾌적한 환경에서 잘 돌본다는 방송으로 인해 더 많이 그곳에 유기하는 인간들..그로인해 유기동물들이 많아지고..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동물들을 안락사할수 밖에 없는 환경ㅠㅠ
이사를 가면서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인간들에게 집사가 아닌 주인이었다고 말하는 고양이들의 대화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고양이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이군주인. 구이팔주인. 이렇게 해놨었는데 당장 바꿔야겠다.
난 우리 구이팔에게 그런 의미의 주인이고 싶지 않아!
이 책을 읽고서 길냥이였던 우리 구이팔이 얼마나 힘든 삶을 견디고 있었을지 맘 아프고~~더욱 더 사랑을 몽땅 몽땅 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 범인을 알려주는 고양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소년.
동화같은 소설인듯 하지만..오히려 고양이들의 다큐멘터리 같다.
자신의 욕구를 위해 고양이를 사냥하는 인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피하는 인간.
선의를 만날 수 없지만 확실히 악의를 피해갈 수 있는 길과 악의를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선의를 베풀수 있는 길 중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거냐는 제리의 질문과 결국 악의를 만날 가능성이 있지만 선의를 베풀 수 있는 길을 선택할꺼라는 제리와 아울렛의 대답에..너희들이 인간보다 훨 낫다!하고 생각했다.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고양이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고..악의를 만났지만 선의를 베푸는 고양이들. 그 선의를 받은 고양이는 또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에 인간인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ㅠㅠ
아울렛이 자신의 원래 이름인 '가을'이라는 이름을 되찾고..또 다른 이름이었던 '아웃렛'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끝나는 해피엔딩이라서 슬픔에 울고 감동에 울고 ㅠㅠ
고양이는 죄가 없다! 인간들이 잘못이지ㅠㅠ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주고 위로가 되는 고양이~~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ㅠㅠ
우리 구이팔~집사말 다 알아듣는거 아니까 애정표현 더 많이 많이 해줄께~~

#아웃렛 #송광용 #나무옆의자 #소설추천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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