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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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불치병 환자는 죽는 게 당연했다. 드물게 가난뱅이가 부자가 되거나 불치병 환자가 완쾌하는 일도 있지만, 아무도 그걸 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또처럼 희박한 확률의 행운은 행운이라 하지 않고 기적이라 불렸다.
p.016

살다 보문 해도 되나 싶은 일이 있고, 해야 되나 싶은 일도 있대이. 그럴 때 정답이 뭐겠노? 이 가시나, 퍼뜩 대답 몬 하는 거 보래이. 해도 되나 싶은 기는 안 하는 기 맞고, 해야 되나 싶은 건 무조건 하는 기야.
p.133

"I kill myself to kill you."
관계란 기차 레일처럼 어느 한 지점이 어긋나버리면 아무리 먼 길이 남아 있어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소녀들의 행복한 시간이 고인 스노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어쩌면 모든 것의 시작이 아주 작은 눈덩이 하나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p.163

모든 어미가 모성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 다운의 엄마처럼 배를 채우기 위해 새끼를 낳는 어미도 있기 마련이다.
p.230

"왜 모른 척했어?"
"거긴 엄마가 없으니까. 악몽이지만 지옥은 아니잖아."
p.242

역시 강지영!
아픈 아빠와 경제력 없는 엄마. 평범함에도 못 미치는 외모에 특수청소일을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는 이경.
특수청소라는 독특한 직업 설정부터 흥미로웠는데..
어느날 꿈속에서 자신은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갖고 너무나 풍족하지만 조금은 강압적인 엄마를 둔 단아름다운이라는 아이가 되어 그녀의 삶을 살게 되는데..꿈속에서의 다운은 엄마에게 자신이 꿈속에서 본인인 이경이 되어 특수청소를 하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두사람은 꿈속에서 서로의 삶을 살고 있었고 이경은 과거의 다운을..다운은 미래의 이경의 삶을 보고 있었다.
서로의 꿈을 통해 얼마전 욕조에서 사망한 여자의 집을 청소했던적이 있었는데 다운이 바로 죽은 그녀라는걸 알게 되고..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다운으로 인해 이경은 미래를 바꾸기도 하는데..
다운의 죽음에 석연치 않음을 느낀 이경은 다운을 알고있었다는 임대리가 수상하고..사무실에 갔다가 남사장을 만나게 되고 과거 형사출신이었던 남사장 역시 임대리를 의심하고 있었기에 이경은 자신이 겪은 모든일을 남사장에게 털어놓는데...
꿈을 통해 서로를 보고 있는 이경과 다운은 진실을 알게 되고..서로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과거 일찍 죽을 운을 타고 났기에 무당을 통해 사주를 바꿨던 이경. 이경의 사주에 다시 큰 변고가 생긴걸 알게된 무당의 딸이자 동창이자 친구였던 현재의 무당 '유나'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오고..같은해에 태어난 아이와 다시 한번 사주를 바꿔야 된다고 말하는데...
같은 시간대가 아닌 과거와 미래를 보는 서로가 서로의 삶을 살아보며 느끼는 감정들..물질적으로 풍족했지만 자신 역시도 하나의 고가의 장식품으로 취급했던 엄마밑에서 자란 다운과 먹고사는게 문제일 정도의 가난이지만 딸의 죽음을 막고자 했던 엄마 밑에서 자란 이경. 둘 중 누구의 인생이 더 비참했는지를 겨루는 소설인건가... 너무 속상했다.
강지영 작가님의 소설에는 끈적하고 불쾌한 피비린내가 느껴지는거 같다. 인간의 몸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 이들의 인간미 없는 완전한 악... 악인은 진심 이렇게 표현하는게 맞는거 같다. 끝까지 자신밖에 모르는..모녀사이의 애정이고 친구사이에 의리이고..이런것들은 그저 이용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진정한 악인들..
마지막에 등장하는 최은지의 다음 행보까지 적나라하게 나왔으면 좀 더 통쾌한 기분이 들었을꺼 같기도 하지만 내 상상속에서 열심히 수련시켜 복수 하는걸로 만족해야겠다.
역시나 읽을맛이 나는 강지영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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