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에도 층위가 있는 법이다. 어떤 사소한 문제는 나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으며 어떤 대단한 문제는 나의 마음에 티끌 하나 묻히지 못할수도 있는 것이다.p.012그것은 분명 진심이지만, 진심이라기엔 아주 찰나에 불과한 진심이었던 것이다.p.036결국 나와 혜란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석이의 마음과 고통을 함부로 가늠하려고 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이해하는 것과 가늠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p.065그러니까 기억을 추적하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그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음이 있다. 건너보는 마음, 살펴보는 마음, 그 기억을 안고 내일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마음들.p.069상실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상실을 겪은 채 슬퍼하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게될 거고 그것은 나와 관계 맺은 이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엄마를 잃음으로써 내가 상실을 겪었듯, 누군가도 나를 잃음으로써 상실을 겪을 것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상실의 늪 속에서 깊은 슬픔과 처절한 슬픔, 가벼운 슬픔과 어찌할 수 없는 슬픔들에 둘러싸여 종국에는 축축한 비애에 목을 축이며 살아가게 되겠지.p.113너무나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많은 후회를 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어른이라는게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 내릴수는 없지만.. 20대 때의 내모습이 동이와 석이와 란이의 모습에서 겁쳐 보이며..그시절 이 아이들도 어렸지만 나도 정말 어렸구나..하고 생각했고..지금의 어른이 된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때의 내 모습이 얼마나 비겁했었는지...후회도 많이 했고...그럼에도 그 당시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비겁한 변명도 해본다..지나간 시간을 되돌릴수도 없고..지금 후회한다고 변하는건 전혀 없지만..지금의 이 후회를 아는 반성의 마음을 가지고서 미래를 나아간다면..그것만으로도 변화되는 삶이 다가오지 않을까..우리들 모두는 자신에게 닥쳐진 삶이 가장 힘겹기에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100프로 이해하기란 어려운일인것 같다.그 고통과 슬픔이 나와 닿아있을경우에는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는 정도의 일에는 무뎌질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나큰 참사사건들.. 우리나라에서의 세월호. 이태원. 무안사건들과 미국의 산불. 인도의 압사사건. 캄보디아의 꺼삑섬 사건 등 세계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그런 참사들에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런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쉽게 잊는 사람들도 있다. 나라는 한 사람은 온전히 독립적인 내가 아니라.. 이 세상 모든것과 연류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 그렇기에 멀리에서 일어난 수많은 참사들도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것..그렇게 사라져간 모든이들의 죽음에 얼마만큼의 빚이 있다는 거..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또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가지만... 완전히 잊혀지지 않기에 기억하고..그 기억으로 미래를 준비함으로 영혼에 진 빚을 어느정도 갚을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지금도 애써 내 기준으로 다른이의 아픔을 판단하고 있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영혼에빚을져서 #예소연 #현대문학 #핀시리즈소설 #pin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