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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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란 본시 성립되지 않는다. '협상이니 '의견 조율' 따위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끝에 가서는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들)이 굴복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p.108

"희망은 그러니까,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야. 우주는 무한히 넓고 크지만, 그 안의 모든 공간, 모든 행성과 특성, 위성을 지배하는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된 데에도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을 거야.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되는 거야."
p.120

세상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기 관점에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을 고려해서 합산하면 세상의 이상한 사람 숫자는 대략 그만큼 더 불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결론은 똑같다. 세상에는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p.233

그러나 씨앗은 살아남을 것이다. 수많은 씨앗 중 하나 정도는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아서 어딘가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하나만 있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p.353

그러니까 상실하면 애도해야 하고, 상실을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상실된 사람들을 누가 기억해줄 것인가. 그리고 행동으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런 상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정보라'라는 이름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의 믿고읽는작가님의 소설.
왜 정보라님의 소설을 읽으면..그 기발한 상상력에 놀래서 순식간에 읽어지다가도..그 소설이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는지가 이해되는순간 '띵'하고 놀라게 된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끼기에 작가님의 팬들이 많은게 아닐까.
8편의 단편들 중에 맨 처음 '영생불사연구소'는 제일 처음으로 순서를 배치한게 너무도 탁월한 선택이었던것 같다.
회사생활 말단으로써의 고충들과..학연지연혈연으로 어떻게든 아는사람의 도움을 받으려는 행동..사이비 종교나 보이스피싱 마냥 진심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혹한 사람들을 보여준다했다가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은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올수 밖에 없었다.
'너의 유토피아는 어때?0에서 10까지.' 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AI와 AI의 감정마저도 신경쓰는 AI라니 ㅠㅠ 이게 무슨 로봇이야! One More Kiss, Dear 에서의 인공지능도 그렇고.. 이렇게 '정'이 있는 ai라니...인간보다 더 낫다
좀비 바이러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행의 끝'
영생불사연구소가 '헐' 느낌의 반전이었다면 여행의 끝은 '헉' 느낌의 반전이었다고나할까..
생존자들이 살기위해 우주로 떠나온 우주선에도 바이러스가 이미 퍼졌고..지구로의 귀환을 바랬지만 이미 그 소식을 전하자 바로 연락을 끊어버린 지구.역시나 잔인한 인간들.. 하지만 반전이!
누구나 자신의 본성을 철저하게 감출수 있는건가..아무도 못 믿겠다 ㅠㅠ
사랑했던 부인이 외계인 이었고..그 비밀이 밝혀지자 죽임을 당했지만..같은 얼굴을 한 다른 사람으로 그 자리가 대체되었다...만약 주인공이 또 자신의 부인이 이상하다고 하면 같은 얼굴의 다른 이로 대체될까? ㅠㅠ
남편의 입장보다 왠지 하나의 부속품으로 사용되고 얼마든지 대체될수 있는 존재같은 외계인에게 마음이 쓰였던 소설..
'그녀를 만나다'에서의 주인공이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하던 그녀가 궁금했는데..세상의 차별과 혐오 세력이 등장하는걸로 보아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었는지가 확실하게 보였던 소설...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아직까지도 이러는거냐고!
앞으로 수십년.수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존재할듯한 혐오 세력들일듯 해서 너무 속상하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이기심으로 사라져버릴위기에 처한 식물들은 자신들을 계속 지켜내기위해 씨앗을 날려보내고 그 씨앗들은 인간들에게 심어져 식물 인간이 탄생하게 된다. 자신과 다른 이들을 없애려는 이들과 어떻게든 자신의 뿌리를 남겨놓으려는 이들의 싸움..
역시 정보라.. 함께 애도하고 기억하겠습니다!

#너의유토피아 #정보라 #래빗홀 #정보라sf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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