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세상의 시선이 부끄러웠고, 세상에게 말을 걸기가 부끄러웠고, 세상에 다가가기가 부끄러웠다.다른 사람의 불편은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가족은 걱정 대상에서 빼도 돼요.나는 그렇게 말해주었고 아버지는 땅바닥을 쳐다보며 수줍게 웃었다.p.010~011"결혼하고 힘든 날마다 이상하게 꼭 비가 내렸는데, 네가 선물해준 우산을 쓰고 나가면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어. 그게 꼭 손 같았어. 내가 붙잡을 수있는 유일한 손. 그때는 그것도 힘이 됐어. 그래서 난 우산손잡이가 좋아. 우산을 만든다기보다 누군가가 잡을 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해보고 싶어졌어."p.147이상하게 아버지는 그와 마주 보고 앉아있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아니, 부끄럽기는 한데,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이었다. 어머니 앞에서의 부끄러움이 좋아함이라면 그의 앞에서의 부끄러움은 존경심이었다.p.153"인생 별거 없어요. 견디고 버티는 거예요. 그거면 돼요."우와...가을과 이렇게도 잘 어울리는 소설이 있을까..어떻게 표현을 해야하지? 가슴 속에 너무도 깊게 남은 여운에 숨이 막힐것만 같다.부끄러움의 시대라는 제목의 소설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을 줄이야..이 소설을 통해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가진 숨은 뜻이 여러가지구나를 알게 되었고..유령처럼 살다가 정말 유령이되신 한해의 아버지와 어머님의 삶에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것 같다.수치심에 느껴지는 부끄러움.좋아함에 느껴지는 부끄러움.존경심에 느껴지는 부끄러움.그런 모든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오신 어머니와 아버지 덕분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식들.주인공의 직업이 우산을 만드는 사람인것도 너무 좋았다.우산 손잡이를 꽉 붙드는게 누군가의 손을 붙드는거 같았다는 구절..그 구절하나로 주인공의 직업이 우산 장인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다 설명되는거 같았다.스무살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만난 어른의 소개로 가게된 호텔의 청소부라는 직업. 그곳에서는 유령이 되어야만 한다는 전임자의 말에 자기 옷을 입은것처럼 너무도 편안했던 아버지. 유령처럼 보이지 않게 지내다 딱 한사람에게만은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싶어지고..부끄러워 고개조차 들지 못한 아버지가 자신을 좋아한다 생각했던 어머니.그렇게 유령같은 존재로 만나 서로에게만 보여지길 바랬던 어머니와 아버지.그런 아버지가 존경의 부끄러움을 느꼈던 1901호의 손님.그와의 인연이 아들인 한해에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혀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작가님을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왜 진작 만나지 못했었는지..다른 작품들도 이 책처럼 깊은 여운을 주는지 읽어봐야겠다.#부끄러움의시대 #장은진 #자음과모음 #새소설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