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안 되지만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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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 아니, 속은 것이 아니다. 눈이 가려져 있었다.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과거라는 이름의 색안경.
p.037

혐오감으로는 말이 휠씬 앞서지요.
그제야 나는 내가 와 있는 곳이 성형외과라는것을 깨달았다.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돼지가 하나도 부럽지 않아. 말이라는 게 부끄럽지도 않고.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되겠어?
p.081

그런 건 난 몰라요. 난 내가 왜 달려야 하고, 왜 돼지들의 즐거움을 위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나는 왜 승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왜 이곳에서만 살아야하는지도. 왜 다들 왜냐고 묻지 않는지도. 나는 그저 말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생각할 뿐이에요.
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봐요.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잖아요.
왜요?
말은 절대 괜찮지 않으니까요.
p.103~104

우와~~이 짧은 단편 3개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재미있다고?
첫번째는 어릴적 홀어머니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해온 주인공이 의사가 되어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 영우라는 아이를 보며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고있는거라고 생각했지만..엄마의 잘못이 아닌 이 사회가 영우를 자꾸 입원하게 만드는거였다.
그 아이는 그저 엄마와 시간을 오래함께 보내길 바라는..엄마의 애정이고픈 아이였을뿐이었다.ㅠㅠ
두번째는 남량특집인줄~~
마이바흐를 뽑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주인공에게 여자 귀신이 자꾸 보이고.. 그 귀신이 나타나는 이유가 밝혀지면서..한동안 너무도 이슈였던 임신한 외국인부인과 함께 화물차로 운행하다 졸음운전이라 주장하는 사고로 인해 사망한 부인의 마어마한 보험금을 탄 남편 기사가 떠올랐다. 결국 사고사로 처리되어 그 보험금 다 타갔다는데.. 제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길..그렇지 않다면 저발 천벌을 받기를..
마지막은 정말 말도 안되게 말이 된 한 남자의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모두가 돼지로 변할때 아주 소수로 말로변한 사람들..대부분과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당하고 배척당하고 무시당하는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리는 현실.
이 이야기에서의 말은 성정체성이 될수도. 장애가 될수도 있다. 그들이 대다수와 같지 않다는게 나쁜건 아니지 않은가..그게 잘못한 건 아닌데..사람들은 그들이 잘못된거라고..그건 나쁜거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경마장에서 실제로 경주마로써 쓸모를 다한 말들은 고기가 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읽으며 정말 작가님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멀리했더라도..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고 다름에서 함께 지내는 방법을 찾으며 공존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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