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의 위로 세리프
그레텔 에를리히 지음, 노지양 옮김 / 빛소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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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킬로미터까지 막힌 데 없이 탁 트인 공간. 와이오밍의 목동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가 생각났다. 그런데 마지막을 읽어보니 브로크백마운틴 촬영장소가 와이오밍이었단다.
어디를 봐도 인공적인 게 없이 자연과 동물만 있는 광활한 대자연에서 그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거 감히 상상도 안되기에 목동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신비함이 있는것 같다.
분명 한권의 소설을 읽은것 같았는데..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에 슬픔을 이겨내고자 와이오밍으로 떠난 작가님의 에세이라니~~
그 공간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탄생할수 있는건가보군요~~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그런식으로 극복할수도 있겠지만..그러다 집에 돌아와 혼자가 되면 또다시 힘들고..그런하루가 반복되고..
하지만 저자는 와이오밍이라는 장소로 떠나고..
그곳의 자연과 동물과 사람이 주는 위로에 온 몸과 마음을 맡기는 모습에 브로크백 마운틴의 장면들이 생각나고..
온 밤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별들이 주는 위로를 나도 받는 기분이었다.
와이오밍의 거대한 자연..
나도 가볼수 있으려나?


이렇게 광활한 대지에서 살고 일한다는 것, 160킬로미터까지 막힌 데 없이 탁 트인 공간에 산다는 것은 곧 배경과 전경의 구분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013~014

공간도 영성과 비슷하여 우리 안의 분열을 치유하고 짐을 내려 놓게 할 수 있다. 나의 손주들은 우주선을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거나 심장 수술을 받으러 갈 수도 있겠지만 집 가까이에서도 우리 안에 우주를 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마치 노력하지 않고도 피부를 지니고 다니는 것처럼 우주를 우리 내면에 담고 다닐 수도 있다. 공간은 온전한 정신을 대표할 수도 있다. 온전한 정신이란 정제된 삶도, 무미건조한 삶도 아니고 '마약에 취한spaced out' 삶도 아닌, 어떤 생각이나 상황도 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상태다.
p.028~029

어쩌면 목동이 신비롭게 보이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들이 아웃 사이더로 살기를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 목동은 19세기 생활환경에서 1세기의 일을 하는 직종이라 할 수 있다.
p.038

이곳에서 잘 산다는 것은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잘 버텨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적어도 전통적으로 목장 생활은 물질 주의와는 거리가 있고 인간이 동물과 동고동락하며 얻게 되는 성취감, 밤에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별자리를 찾아보는 등의 소박한 기쁨을 대표한다. 내가 배우게 된 강인함은 순교자적인 끈기나 단순무식 한 영웅주의가 아니라 적응의 기술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강인함은 곤 연약함과 통하며, 온유함이야말로 진정한 치열함이라고.
p.066

"카우보이는 바윗덩이들 같다고 보면 되지. 그 사람들에게 모든 일이 일어나. 발로 밟히고, 채이고, 눈보라와 비바람을 맞고 바람에 굽히지. 카우보이의 임무란 이 모든 일을 '그저 받아들이기'라우."
한 노인이 내게 말했다.
p.075

내면에서. 외부에서 항상 가뭄이 위협하는 이 건조한 땅에서도 물은 자기가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긴다. 고대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랬다. 짧은 순간이라도 그러했다.
p.119~120

우리는 태양 또한 언젠가 다 타버릴 운명의 작은 별 하나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결국에는 덧없음으로 귀결되는 이 우주적 시간의 규모는 인간의 규모를 휠씬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평소 우리는 생명을 지켜주는 이 자산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면서 우주가 영원할 거란 생각이 어리석다는 사실은 잊고 산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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