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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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엇인가를 광주리에서 꺼내 부드러운 흙속에 심었다. 가만히 보니 붓이었다.
"붓을 심는 거니?"
"아니어요, 이야기를 심는 거예요."
"이야기라고?"
아이는 붓을 또하나 땅에 심으며 중숙을 향해 웃었다.
"이 붓은 무럭무럭 자라 큰 이야기가 될 거예요."
p.027

"작희는 뭐 하던 여자야?"
"쓰는 여자였어. "
"쓰는?"
"응,글쓰는."
"글쓰는?"
경은이 오른손으로 연필 쥐는 모양을 해 보였다
"응, 이야기를 썼더라고."
p.061

"손님, 선물하실 건가요?"
"네,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점원은 작희를 물끄러미 보았다. 작희도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이 만년필로 계속 쓸겁니다.소설을요."
p.211

"내가 왜 글을 쓰느냐면 .... 나만 아는 세계가 있어요.그 세계를 여럿이 함께 알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하면 이해가 되나요?"
p.214

"ㆍㆍㆍㆍㆍㆍ나는 행복했습니다. 내 문장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니 나를 가엾게 여기지 말아요. 당신이 더 슬퍼질 거 같아 내 마음이 안 좋습니다. 나도ㆍㆍㆍㆍㆍㆍ궁금합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문장이 있나요? 그리고 행복한가요?"
p.294


남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능력있는 여자가 남자하나 잘못만나서 인생이 저렇게 꼬이는걸 보면 너무 화가난다!
이 소설에는 진심 나쁜 남자란 나쁜 남자는 다 등장하는것 같다. 근데 소설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들어봤던 누구네 아빠가 저런다더라..누구네 남편이 저랬다더라 하는..주변에 존재했던 남자들..근데 시대가 현재가 아니라 1910~1940년대 정도이니 오죽할까..
쓰는 여자 작희.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중숙. 모두가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지금 시대에 태어났었다면..
타고난 능력으로 그토록 쓰고싶었던 글을 쓰면서 행복하게 살수 있지 않았을까..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있다는걸 본인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모두 알고있지만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와 시대적 배경 때문에 그 꿈을 제대로펼치지도 못하고 자신의 재능을 다른 남자에게 뺏기고..
너무도 쓸쓸하게 사그러져갔던 여인들.
현재시대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은섬. 그녀에게 나타난 과거의 유령 작희. 작희가 은섬에게 전하고자 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 마음은 같은 글을 쓰는 은섬에게 잘 전달되었을지..
처음부분에 은섬이 글이 안써져서 퇴마사를 부르고 그 퇴마사가 작희라는 여인이 옆에 있다고 말하는데..은섬이 큰아빠에게 유명작가인 오영락의 자필원고와 누군가의 일기장을 받고 작업을 하는 중인데 그 일기장의 주인이 바로 작희라는 여인이었다는 내용에 드라마 '시카고타자기'가 떠올랐고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읽어가며 주인공에 대한 시간여행을 해볼수 있겠구나 하며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작희의 인생과 작희 주변에 여인들의 인생이 이렇게 가슴아프게 담겨있을지 몰랐다.
그럼에도 쓰는 행위로 인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여인들의 모습이 너무도 멋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그 시대의 작희가 현재에서 어떻게 다시 깨어나게 될지..과거에서 그녀의 삶은 너무도 가혹했지만..현재에 소환될 작희는 쓰는 여인으로써 모두에게 사랑받아 마땅할 존재가 될 것이다.

#쓰는여자작희 #고은규 #고유서가 #가제본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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