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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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은 자기 마력의 근원을 팔았다. 그의 세상을 떠받치던 지지대를 팔아넘겼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허무한은 생각했다. 어차피 이번 한 번뿐이지 않은가? 그 돈으로 할수있는 게 너무나 많았다. 그의 마력의 근원은, 자존심은, 세상의 가장 굳건한 지지대는 언젠가는 다시 재생될 터였다. 마법을 아예 쓸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데,무엇하러 고민한 걸까? 허무한은 웃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렇게 웃음을 지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었다.
p.050~051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는 자기 처지가 나쁘지 않을 거예요. 거기는 매일매일 축축하고 먹을 것도 충분할 테니까요. 뭐가 불만이겠어요. 그런데 이 개구리를 우물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그때부터 볼행이 시작되는 거예요. 우물 밖의 드넓은 세상과 우물 안을 비교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우물 밖에서 오래 살아도, 우물 안에서 가졌던 습성을 완전히 버릴 수도 없고요. 그 중간에서, 그 중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우물 밖에도, 안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p.066


인간은 공감하는 동불이다. 우리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고통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을 읽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방식의 공감이다. 역장 속의 기억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이 곧 판명됐다. 또 다른 몸에서 온 기억은 한 사람의 사고를 충분히 뒤틀어 놓을 수 있었다.
p.177

인간이 마법을 쓰는 이상, 인간의 마력이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역장에 종속된 이상, 마력이 인간의 계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이상, 인간이 힘을 욕망하는 이상 이들이 종사하는 산업은 죽을 수가 없었다. 기증자와 수여자 모두가 생명에 직결되는 부작용을 겪더라도. 그러나ㆍㆍㆍㆍㆍㆍ.
p.195

이 소설은 마법이 펼쳐지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다. 마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제목이 왜 갈아 만든 천국인지 책장을 덮고 나서 이해할수 있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다섯편의 이야기들이 이어져있다.
전세계 사람들중 80프로 정도가 마법을 가지고 태어나고..마법에는 등급이 나눠져있어서 그 등급에 따라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로 나뉜다.
돈이 있으면서 마법이 약한 이들은 돈이 없으면서 마법이 강하게 태어난 이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마법이 담겨져있는 역장을 사서 주입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마법으로 개인이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편하고 발전된 세계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인류애적 마음으로 연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를 위해서는 역장이 필요하고..마법만으로 이루어져 있기보다 그 사람의 영혼이 함께 깃든 역장을 빼내면 신체에 무리가 생기고..그 역장을 이식받은 사람도 새로 들어온 마법에 중독되기도 하고 마법을 담는 몸의 능력이 맞지 않기도 한다.
마법이라는 단어만 빼낸다면 지금 이 사회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있는 소설..
돈을 위해 마법을 팔아버린 허무한. 마법에 중독된 이준. 사랑을 위해 마법을 포기한 이준. 마법의 욕망에 사랑도 버린 임현채. 대외적으로는 노벨상에 거론될정도로 청렴결백하며 모두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지만 자신이 믿는 대의를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서영락. 그런 아버지의 대의에 보탬이 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다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된 서지현.반마력을 타고나 어릴때부터 모두에게 거부당하며 역장 배달부로 살아온 김혜정.
그리고 최고의 마법을 갖고 태어났지만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르고 살아온 윤진.
각자의 사연들로 이어지는 이 책은 한권으로 끝나면 안될듯!
윤진의 각성으로 이어지는 2편 만들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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