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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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스로 정말 무지했음을 깨달았다.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나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고 일본 황족인 마사코와 결혼했다는 큰 이야기들만 알고있었지..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이후 이승만이 도쿄 저택마저 반환하라고 했다는 얘기에는 억장이 무너졌다고나 할까..
영친와의 심정이 어땠을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가슴깊이 눈물이 흐르는걸 막을수가 없었다.
주권을 빼앗긴 한 나라의 왕족이 이렇게까지 비참한 삶을 살수밖에 없다니..차라리 소설속 이야기라면 좋을텐데..너무도 명확한 사실이라니..
덕혜옹주 책을 읽었을때도.. 내가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공주의 비참한 삶에 마음 아파했지만..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하면서 나처럼 몰랐었던 이들이 덕혜옹주라는 인물에 대해 많이 알게되는 계기가 된 이유하나만으로도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분명 학창시절 배우긴 했었지만 잊고 지냈던 이방자라 불린 황태자비와 이은 황태자.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이구와 그의 부인이었던 줄리아..
책을 읽으면서 인터넷 검색도 같이 하며 그들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은과 이방자 사이에 이진이라는 황태손이 우리나라 와있는동안 그 어린 아기가 죽었다는것도 몰랐고..둘째 이구가 미국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했던것도 몰랐었다.
난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지금은 호텔의 레스토랑이 되었다는 아카사카 저택..
꼭 한번 방문해보고싶다..



"오, 그렇구나. 이제 마사코가 사랑할 준비가 되었구나."
어머니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마사코를 빤히 바라봤다.
"사랑할 준비라니요?"
그 말에 스스로 부끄러워 마사코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식물을 키우고 싶다는 게 그 증거지. 사랑을 하게 되면 이세상 모든 것에 관심과 애정이 생기게 되는 법이거든."
p.029

"당신의 꿈이 이루어졌구려."
이 은의 음성은 조금 쓸쓸했다.
"당신은 기쁘지 않은 것 같아요."
마사코가 살짝 서운한 투로 말했다
"당신과 내가 보는 관점이 달라서 그럴 것이오. 나는 이도시를 세운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오. 땅을 떠나 물 위에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무리들의 슬픔을ㆍㆍㆍㆍㆍㆍ."
p.110~111

"오스트리아가 베네치아를 통치하던 시절에는 가면 축제도 제한을 했었대요."
"으흠. 왜 그랬을까?"
"며칠간의 일탈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빠져들지 않겠어요? 가면 축제로 시민들의 일탈이 자유로워지자 통치자들은 두려웠을 거예요. 영혼이 자유로워지면 통제가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 축제를 제한했겠죠?"
"그렇겠지. 현실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 가면 축제라면 사람들은 거기에 더 빠져들겠지."
p.117

아버지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혹자는 무능하고 의지 없는 왕족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사람에 대평가는 그 사람이 처한 상태로 내려진다. 그가 태양 아래 있는 사람인지 그늘에 있는 사람인지, 혹은 시시때때 변하는 달의 그늘에 있는 사람인지.
p.147

지킬 수 없는 것은 조국만이 아니었다.
아카사카 저택은 지켜낼 수 없었던 집이었다. '사라진 집'이었다. '잃어버린 집'이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일을 꿈꾸던 이 은은 있는 집도 지키지 못하는 허약하고 힘없는 평민일 뿐이었다.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린 집은 허공에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물 위에 쓴 맹서처럼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드는 생각은 쓸쓸함이었다. 이 은은 한동안 천장에 어른거리는 집을 바라보았다. 그 집은 여전히 아름다웠으며 지켜내고 싶은 집이었다.
p.204~205

'조선은 남의 나라가 아닙니다. 마마에게도 저에게도. 사는 땅이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마마께서도 이미 조선인이십니다."
p.319

타인의 역사는 흑백이다. 피도 흑백이고, 눈물도 흑백이고, 가슴을 찢는 고통도 흑백일 뿐이다. 그래서 차라리 다행스럽다. 피가 붉거나, 눈물이 투명하거나, 슬픔이 진한 회색의 범람이라면 사람들의 감정은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흑백으로 보자. 그러면 단순해진다. 단순해서 단순한 것이 아니라, 무심해서 무심한 것이 아니라, 슬프지 않아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p.335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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