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숄 ㅣ 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평점 :
리사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삶이다. 누군가는 그녀를 미쳤다고 말하지만..리사의 바르샤바와 퍼스키의 바르샤바가 같지 않고 리사의 플로리다와 다른이들의 플로리다가 다르듯이.. 그곳을 느끼고 경험하고 살아왔던 방식이 다 다르듯 모두 같은 장소가 아닐것이다.
도둑이 빼앗아 간 삶이 없이 언제까지나 현재를 살고있는 사람은 리사 한명 뿐이 아니지 않을까.
나치나 수용소 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 얇은 책에는 홀로코스트의 진실이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들어있다.
숄에 감싸여 숨겨져 있던 마그다가 숄에서 벗어나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고..
그 일과 더불어 그곳에서의 끔찍했던 기억들로 현재를 살고 있는 리사.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보여주던 생존자들의 모습과 인터뷰 같은 내용들보다도..
이 책 속의 리사의 모습이 생존자들의 마음을 훨씬 강렬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하고..
스텔라처럼 어떻게든 극복하고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없을 뿐더러 그들 역시도 모든걸 극복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전쟁을 겪었고 또한 지금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과 격려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한때 나는 최악은 그야말로 최악이니, 그 후로는 최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구나. 최악이 지나갔어도 더 많은 최악이 있다는 것을."
p.025
"바래다주리다."
"아니, 아니에요. 사람은 가끔 혼자 있을 필요가 있죠."
"너무 많이 혼자 있다는 건, 너무 생각이 많다는 거요."
퍼스키가 말했다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 거고요." 로사가 대꾸했다.
p.045
생존자. 무언가 참신하다. 그들이 인간을 말할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과거엔 난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존재는 없다. 더 이상 난민은 없고 생존자만 있다. 번호와 다름없는 이름-평범한 무리와는 따로 셈해
지는 존재. 팔에 찍힌 파란 숫자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들은 어쨌거나 당신을 가리켜 여자라고 하지 않는다. 생존자라 한다. 심지어 당신의 빼가 흙먼지 속으로 녹아들 때도 여전히, 그들은 인간을 잊고 있을 것이다. 생존자와 생존자 그리고 생존자. 언제나, 언제까지나 생존자. 누가 그런 단어를 지어냈을까, 고통의 목구멍에 붙은 기생충 같은 단어를!
p.059
“미국에서는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래요. 하지만 우리,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목숨은 고양이 목숨보다 적어서 세 개가 있대요. 그 이전의 삶, 진행 중인 삶, 그 이후의 삶요.” 퍼스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 이후의 삶이 지금이에요. 하지만 그 이전의 삶, 우리가 태어난 고향에서의 삶이 우리의 진짜 삶이죠.”
“그럼 진행 중인 건”
“그건 히틀러였죠.”
p.09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