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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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약간 지구끝의 온실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꺼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용은 완전 다르다고나 할까.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오히려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내가 읽어가면서 막연히 상상하던 결말이 아니라서 이 책은 진심 제대로 소설로써 최고구나를 느꼈다.
외계에서 돌아온 전파를 해석해서 헨리에타라는 말하자면 인공지능에이아이 같은 존재를 만들고.. 그 지식으로 인류의 멸망을 막고자 했던 인간들..
벙커에서만 살다 세상으로 나온 소년의 눈에 보였던건 수많은 식물들이었을꺼다.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 하고.. 시골 전원주택 생활하며 정원을 가꾸는 나로써는.. 멸망한 지구를 떠올릴때 황폐화된 잔해들보다 식물들로 뒤덮혀 있는 설정이 더 맞을꺼 같고.. 결국 어떤 생명체가 생겨난다면 식물이 가진 생명력에 기반을 두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는데.. 작가님도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었다.
밝고 따스하고 찬란함이 아닌 어둡고 쓸쓸하고 축축한느낌으로 가득차 있는 색다른 sf소설. 그런 느낌이지만 절대 어둡고 쓸쓸해지지 않는 색다른 소설!

그는 유리병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이 병은 폐쇄 생태계란다. 이 새우들은 여기서 나갈 수 없고, 빛 외의 것은 들어오지 않아. 그래도 이것들은 이 안에서 살아 남는단다. 새우는 이끼를 갉아 먹고 물을 마시고, 이끼는 새우의 배설물을 먹고 햇빛을 받아 수분과 산소를 만들어내면서, 조화롭고 아름답게 내부의 균형을 지키며 살아가.그게ㆍㆍㆍㆍㆍㆍ."
어머니는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긴 침묵은 아니었다
"그게 우리가 본받았어야 할 점이지."
p.016~017

죽음의 잠잠함은 이제 냉혹함의 증거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속성처럼 보였다. 대양이 가라앉은 배를 추모하지 않듯, 죽음 역시 인류의 멸종에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
p.176~177

"세상엔 지겨야 할 규칙과 순리가 있어.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고 또 태어나. 고요해 보이는 흙 속에도 수많은 유기체의 삶과 죽음이 있고, 그것을 양분으로 식물이 자라고는 하지. 그 순환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런데 그 물건은 모든 자연스러움을 교란한다. 너를 잘못된 육신으로 되살리고 우리까지 깨어나거 만들었어."
죽음이 싸늘한 목소리로 한 번 더 강조했다.
"진리는 더는 사용되어선 안 돼."
p.178~179

비로소 죽음의 제안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진리를 파괴하면 여든 살이 되는 해에 데리러 오겠다는 그 말은 여든 살까지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이 아니었다. 그때는 죽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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