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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평점 :

깔랑, 귀여운 인형.
이 귀여운 토끼 인형은 어쩌다가 자신의 첫 번째 주인인 이희지에게 복수하기로 마음 먹었을까?

깔랑은 희지의 토끼인형이다. 깔랑과 희지는 같이 갈 수 없는 장소 따위는 없었고, 함께할 수 없는 일 따위도 없었다. 물론 희지가 어렸을 때 일이지만.
언제나 깔랑과 함께했던 희지는 점점 멀어졌다. 깔랑이 아닌 다른 인형도 생겼다. 깔랑은 그런 희지를 보고만 있었다. 깔랑은 인형이었으니까.
그런 깔랑이 갑자기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희지는 깔랑에게 다시 관심을 가졌다. 뭐냐고 묻는 희지에게 뭐긴 깔랑이지 라고 대답해주고 싶었다는 깔랑. 그런 깔랑을 보는 희지가 무엇을 계획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희지는 인간이었다. 눈 앞에서 인형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면 놀라는 게 당연했다. 희지는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희지는 깔랑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그거 버릴 거면 나 주겠니?”
수상할정도로 새카만 코트, 새카만 옷을 입고 새카만 구두를 신고 새카만 머리칼을 가진 여자가 말했다. 희지는 깔랑을 그 여자에게 넘겼다.
깔랑은 버림받았다. 자신의 별명을 도살자로 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아니었다.

수상한 여자에게 끌려온 깔랑은 그곳에서 다른 인형들을 발견한다. 집에 들어서자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한 지점토 인형을 흠씬 두들겨 팬 것이 놀라긴 했지만.
깔랑은 거기서 관절 인형 그로테를 발견하게 된다. 팔이 네 개인 그로테는 깔랑을 비밀 공간으로 초대한다.
그로테. 괴기스럽고 끔찍하다는 뜻을 가졌다. 인형에게 붙일 이름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로테는 이 이름이 억울하지도, 속상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로테라는 이름은 본인이 직접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로테의 주인은 흐릿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특색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얼굴이라고 그로테는 설명했다. 그 주인이 어느날 죽었고, 또 붉은 거미로 변했다. 그로테는 주인을 사랑했다. 그래서 죽은 주인의 마지막을 잘 배웅하고 싶었다. 하지만 붉은 거미로 변해버린 지금 그로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씩 다 이어져있는 인형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깔랑과 희지의 이야기까지.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뼈다귀와 곰의 이야기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