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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평점 :

은유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산문집 <해방의 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나오는 책을 한 번쯤 읽어보았을 것이다.
해방의 밤은 다양한 범주의 주제를 은유 작가만의 문장으로 풀어낸 글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글과 관련한 책들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매체에서 발견한 ‘해방’
해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광복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해방은 넓은 의미의 해방이다.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뜻의 해방. 살아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이것을 억압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것도 넓은 의미의 해방에 해당되지 않을까. 은유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때론 해야 한다는 말보다 하지 말라는 말이 더 억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해야 한다는 것은 귀찮고 싫지만 억지로라도 끝내고 나면 다음부터는 자유라는 느낌이 있는가 하면, 하지 말라는 것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 하지 말라는 것을 계속 신경 써야 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다리 떨지 마, 손톱 물어뜯지 마. 이런 말을 듣다 보면 그냥 편하게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다리를 떨고 있는 건 아닌지 신경 쓰게 되고, 멀쩡해 보였던 손톱도 거슬리는 구석이 생기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적인 측면에서는 남에게 피해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소한 ‘하지 마’의 굴레에 갇히면 정말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될 것 같다. 실제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고, 이 에피소드를 읽었을 때 깨달았다.

유가족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 모두가 전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퍼도 마음껏 슬퍼할 수 없고 슬픔을 억누르면 그것 나름대로 말이 나오고.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위로해 주면서도 슬픔이 오래 지속되면 관심을 꺼버린다. 우린 세월호를 겪었지만 이태원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한 것 같다.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안쓰러워하는 감정으로 변질되고, 피해자들은 처신 못 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우리는 왜 그런 식으로 밖에 말을 못 할까? 몇 번을 고쳐 말해도 조심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게 내뱉고 난 뒤에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는 가르쳐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책에서 언급된 책은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혹 책을 읽다가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 나오면 그거 나름대로 작가와 공감하거나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대표적으로 김진영 작가의 <아침의 피아노>를 참 감명 깊게 읽었는데 작가가 쓴 에피소드를 보며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