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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항상 상상 이상의 스토리로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안전가옥에서 장편 소설이 나왔다. <아홉수 가위>의 작가 범유진의 장편소설!
사랑과 복수가 한 번에 언급되는 것도 의아했고, 사랑을 하는 주체와 복수를 하는 주체가 달라 보여서 궁금했다. 그렇게 읽은 첫 에피소드에 나온 복수를 도와주는 ‘염소 클럽’ 그리고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만의 복수를 다짐하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의 장례식이었다. 친구를 온전히 슬퍼하고 기억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김꽃님은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했다.
그놈의 밥, 밥. 삼시 세끼 밥을 먹어야 하는 남편 때문이었다. 차려놓은 밥을 먹으라고 해도 통하지 않는 남편의 막무가내에 꽃님은 지쳐만 간다. 그런 꽃님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성. 남성은 복수를 하고 싶냐는 말을 내뱉는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던 꽃님은 남편 박형돈에 대한 복수 의뢰를 진행하고 그를 따라나선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집에 놔두고 온 강아지 별이뿐이었다.
남편 박형돈은 그가 했던 짓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벌을 받았다. 처음에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반성의 기미도 없었다. 꾸역꾸역 만든 식사에 4000원이라는 돈을 받고 그는 되레 화를 낸다. 자신이 꽃님에게 했던 짓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무자비한 폭력이 아닌 거울 치료로 염소 클럽은 복수에 성공했을까?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꽃님은 변화를 원했고 복수가 진행될 동안 그 마음은 더욱 커져갔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옥죄여오던 것들과 이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녀의 복수를 도왔던 염소클럽의 하이하, 김해찬, 진선미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동시에 강력반 소속 형사 이희태의 수사 기록도 시작된다.
한 사건을 조사하던 희태는 염소 해골 마크가 그려진 사이트를 알게 된다. 사이트는 바로 염소 클럽. 염소 클럽은 보호 종료 청소년과 범죄 소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미국의 마더 포이즈너 사건에서 체포된 아이 또한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마더 포이즈너 사건, 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푸딩에 독을 탔던 10대 한국계 소녀.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염소 클럽의 하이하.
형사 이희태는 수상쩍은 냄새를 맡게 된다.
소설은 다양한 형태의 학대를 보여준다. 육체적 학대부터 정서적 학대까지.. 다만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에 노출된 사람들 앞에 손을 뻗어준 염소 클럽이 있을 뿐이다.
염소 클럽의 하이하, 김해찬, 진선미 또한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다.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피해자인 어머니는 딸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녀는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제한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어머니가 허락한 세상일뿐이다. 그런 어머니가 준 푸딩을 바꿔 그녀에게 건넸을 때 사회는 그녀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수 있을까. 푸딩을 주었지만 쓰고 잔혹했던 엄마의 방식과 푸딩이 아닌 다른 것들에서 달콤함을 느끼게 해줬던 슐라 중 하이하는 당연스럽게 슐라의 세상을 가고 싶지 않았을까? 그런 하이하가 염소의 탈을 쓰고 마주한 사회 속 약자들은 법과 제도 밖에 있었다.
염소의 탈을 쓴 소녀가 손을 뻗었지만 결국 그들 스스로 울타리를 벗고 나왔다. 염소 클럽은 그들이 줄곧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